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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뿌리에서 비롯된 진화론의 다양한 열매들
[과학소묘]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
[153호] 2009년 03월 30일 (월) 권두현 편집위원 jaime0323@hanmail.net

탄생 200주년을 맞아 찰스 다윈이 대중적·학술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한 마디 말로 신이 인간을 포함한 만물을 창조했다고 굳게 믿어온 기독교 중심의 서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와 같은 진화론이 응축된 기념비적 저작이 『종의 기원』인데, 올해는 『종의 기원』이 출판된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다윈이 태어난 영국이나 진화론에 대한 지지가 강한 아이슬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는 다윈 추모 열기가 특히 뜨겁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다윈을 기념하기 위한 대중적·학술적인 행사들이 속속 개최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다윈전’을 비롯하여, 신문 및 잡지 등의 매체에서도 다윈 탄생 200주년을 조명하며 각종 연재물을 기획하고 있다. 그 밖에도 진화론을 재조명하기 위한 학술적 작업들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진화론 그 자체는 물론, 진화론과 길항하는 담론 혹은 진화론이 파생시킨 담론들에 대한 검토가 포함되어 있다.

진화론과 길항하여 온 담론은 물론 창조론이다. 그러나 오늘날 진화론은 더 이상 창조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불온한 사유 체계로 고려되지 않는 분위기다. 진화론에 대해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교황청에서도 “진화론은 인간의 발전에 유용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이전 교황 비오 12세의 말을 빌어, 진화론이 창조론과 상호보완적 관계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다윈의 고향인 슈루즈베리에서 열리고 있는 다윈 200주년 축하 페스티벌의 주관자인 밥 블룸필드는 “과학은 어떻게(how)라는 질문에, 종교는 왜(why)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 본령인 만큼 영국에서는 다윈의 영역을 과학적 탐구로 인정할 뿐 창조론과의 충돌을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적 탐구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침투되면서 제 스스로 진화해나갔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후, 진화론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했다. 하지만 그 뒤로 다윈의 이론을 수정, 보완해 각자의 방식으로 체계화하려는 진화생물학자가 속속 등장했고, 이와 같은 진화론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진화론은 생물학 등 자연과학은 물론 인간의 마음, 행동, 관계를 연구하는 심리학과 사회학, 경제학 등 인문ㆍ사회과학 전반에 새로운 시각과 이론적 틀을 제공해 왔다. 진화론과 사회사상이 결합된 가장 대표적 형태로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적자생존’이라는 용어를 만든 주인공)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사회진화론’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다윈 자신은 진화를 진보와 동일시하지 않았지만, 진화론은 곧 사회의 진보를 설명하는 원리로 차용됐다. 특히,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전유되면서 사회진화론은 다윈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최근에는 사회진화론뿐만 아니라 진화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더욱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진화심리학이나 진화경제학 등은 이미 학문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진화론을 단순히 ‘진보’ 혹은 ‘의지적 진보’와 동일시하면서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은 “진화는 절대로 진보가 아니다. 무작위로 유전자 조합이 나타나 진화가 이뤄지는 것이지, 더 나아지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적이나 의지로 진화하는 건 아니”라며, 진화론에 대한 일반화된 해석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진화론은 여전히 담론의 중심에서 확산되고, 회의되고 있다. 진화론 자체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진화론이 진화해온 과정에 대한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다윈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뜨거운 관심만이 다윈과 그의 사유에 대한 적절한 방법만은 아닐 것이다. 그 사유가 지니는 맹점 혹은 낙관적 해석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견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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