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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총학생회는 ‘취업학원’의 하수인인가
본교 개최 예정이던 한·미 FTA 범국민대회전야제 학교와 학부총학생회 원천봉쇄로 무산
[135호] 2006년 09월 04일 (월) 박우성 편집위원 jaime0323@hanmail.net

지난 7월 11일 본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FTA 범국민대회전야제’가 학교와 학부총학생회(회장=정선전·경영학과, 이하 학부총학)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산하 단체 회원들은 학교로 들어오지 못하고 결국 장충단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부총학은 정문에 붙인 대자보를 통해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과 사전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한·미 FTA 범국민대회 전야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학부총학이 범국본의 진입을 원천봉쇄한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학습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의 한 간부는 “계절학기가 끝나 지금은 시험기간이다”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학부총학이 지켜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시위대가 떠난 자리의 온갖 쓰레기를 왜 동국대에서 책임져야 하냐는 식의 논리를 덧붙이기도 했다.

진입을 봉쇄한 다른 이유는 본교를 집회장소로 결정한 범국본 측의 일방적 태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간에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인에게 사전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때문에 학부총학 간부들이 들고 있던 “국민 동의 없는 FTA, 학교 동의 없는 시위. 그 차이점은?”의 피켓 문구는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즉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를 전야제 장소로 공표한 것이 국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FTA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태도와 다를 게 뭐냐는 것이다.

물론 학부총학의 주장에는 일면 타당한 구석이 있다.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습권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피해당사자의 동의도 미리 구하지 않고 행사를 추진한 범국본의 판단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는 데에 있다. 사태를 옆에서 지켜본 한 원우는 “국가권력의 비행을 견제하기 위해 투쟁의 장소로 뛰쳐나온 사람들을 이렇게 매몰차게 내치는 게 대학과 대학생이 해야 할 일이냐?”며 혀를 내둘렀다. 본교로 진입하려다 커피세례를 받았다는 한 시위참가자는 “강정구 교수가 파면될 때부터 동국대를 알아봤어야 했다”며 불만어린 표정을 지었다.

범국본의 한 관계자 역시 “죄를 지은 사람도 쉬어가게 하는 것이 불가(佛家)의 가르침인데,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가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본교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본교 학생들도“총학의 입장이 모든 학생의 입장은 아니다”며 학부총학의 태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편 일반대학원 북한학과의 경우 “동국대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범국본의 진입을 환영해 학부총학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학부총학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는 해도 너무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대학사회가 개인주의에 취해 ‘취업학원’으로 변해가고 대학이 마치 사유재산처럼 취급된다는 것은 단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이런 걱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심각한 것은 재단만이 아니라 이제 교육을 받는 학생들까지도 교육기관을 사유재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우려되는 것은 다른 학교도 아닌 본교가 그러한 세태를 조성하는 데 그 어떤 대학보다도 앞장서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대외적으로 학부총학이 한 일이라고는 학교 측의 하수인 역할 말고 무엇이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내뱉던 어떤 원우의 한숨이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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