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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LASSIC]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해석 불러일으켜
[152호] 2008년 12월 15일 (월) 김애주 영어영문학과 교수
   
 
 

나사의 회전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

 
 
1898년 출간된 헨리 제임스(Henry James, 1843-1916)의 『나사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은 유령 소설에 속한다.  

그러나 『햄릿』이나 『크리스마스 캐럴』과 달리 『나사의 회전』에 출몰하는 유령은 화자인 가정교사의 주관적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므로 심리 소설에 가깝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사실 고딕 문학 전통을 살펴보면 초자연적인 존재와 인간의 심층심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드거 알렌 포의 『어셔가의 몰락』에서 지하무덤에 매장된 매덜린 양의 생환은 초자연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프로이트가 말하는 ‘억압된 것의 귀환’(the return of the repressed)이기도 하다.

『나사의 회전』에 8번에 걸쳐 가정교사 앞에 출몰하는 낯선 존재는 유령이기도 하지만 한편 신경증 증세를 보이는 가정교사의 환각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초자연적인 존재의 등장은 사회 규범이 금기시하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좌절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소통의 메커니즘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사의 회전』에서 유령의 존재는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사실 『나사의 회전』은 문학 해석의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 플롯은 매우 단순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국의 한 고택에 모인 손님들이 돌아가며 유령 이야기를 꺼내고 그 중 하나가 더글라스라는 남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가정교사의 유령 체험담이다. 전형적인 액자 구조를 가짐으로써 이야기의 실재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는 곧 화자인 가정교사의 시점으로 기술된다.

영국 블라이 지방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게 된 익명의 화자는 혼자 걷던 산책길의 오래된 탑 위에, 촛불이 꺼진 어둠 속 계단 꼭대기에, 아무도 없는 주방의 창밖에, 한적한 오후 호수 건너편에 나타나는 낯선 남녀를 목격한다.

가정부인 그로스 부인을 통해 그들이 죽은 전임 가정교사인 제셀 양과 그녀의 정부 피터 퀸트의 유령이라고 확신하는 화자는 자신이 돌보는 두 아이, 마일즈와 플로라를 유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플로라는 화자를 잔인하다고 비난하며 큰아버지 집으로 떠나가고 블라이에 남은 마일즈마저 화자의 품에 안겨 죽고 만다.

표면적으로 보면 『나사의 회전』은 이와 같이 죽은 가정교사와 시종의 유령이 출몰하여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시키는 유령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작품의 내부로 한 발짝 하강해가면 유령의 존재 여부조차 모호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작품에 나오는 제셀 양과 피트 퀸트의 유령을 가정교사인 화자 외에 본 사람이 없다. 일인칭 화자는 내밀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줌으로써 독자에게 즉시성을 가져다주는 장점이 있지만 같은 이유로 객관성을 떨어뜨려 ‘믿을 수 없는 화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일인칭 화자인 가정교사의 이야기는 그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비평가 에드먼드 윌슨이 지적한대로 “예민하고” “히스테리의 증상”이 있는 화자는 감정적 균형이 깨져있으며 따라서 유령은 그녀의 상상이 만들어낸 환영일 수 있다. 달리 말해서 유령은 성적 억압을 받고 있던 여성의 히스테리컬한 환상일 수 있는 것이다.

1934년 「헨리 제임스의 애매성」이란 논문을 발표한 윌슨은 그 후 『나사의 회전』에 대한 프로이트적 읽기와 반프로이트적 읽기의 논쟁에 불을 붙일 만큼 기념비적인 해석을 하였다. 그러나 그의 해석 역시 수없이 많은 가능한 해석 중 하나일 뿐 결정적이지 않다.

헨리 제임스가 가정교사의 이름을 끝까지 밝히지 않음으로써 그 실체에 대한 논란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려한 것처럼 유령의 실체도 그 모호성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의 장을 여는 열린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개방성은 해석의 다양성을 넘어서 『나사의 회전』이 영화, 오페라, 발레 등 다른 예술 장르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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