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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선과 세계정세의 변화
국제협력과 다자주의로 변화 전망
[152호] 2008년 12월 15일 (월) 김강녕 경기대 행정학과 대우교수
   
 
   
정치·군사측면 지역 협력 강화 … 경제측면은 통상 마찰 예상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건국 232년 역사상 최초 흑인대통령이자 43세의 최연소 당선자라는 기록과 함께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미 대선 결과, 득표율 53% 대 47%, 그리고 선거인단수 349명 대 163명으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John Sidney McCain III) 후보를 이기고 당선된 것이다. 선거 투표율에 있어서도 64% 이상을 기록하여 지난 1960년 존 케네디(John F, Kennedy) 후보와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후보가 격돌했던 대선 당시의 63.1%를 돌파하고 역대의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오바마 대선 승리의 의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번 선거의 결과로 인해 미국 내부의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우열이 중도 성향으로 바뀐 점에서, 경제적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가 오바마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외교·안보적으로는 9.11테러 이후 시작된 이라크 전쟁으로 국제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고 미국의 지위도 다소 낮아졌는데 이번 오바마의 승리로 향후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변화와 이로 인한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이 현재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화두는 경제 살리기와 도덕적 리더십의 회복이다. 향후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국내적으로 선거유세 후반부에 미국에서 발생한 세계적인 파장을 미치고 있는 금융위기와 관련해서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며, 국제적으로 부시정부의 일방적인 전쟁수행으로 인해 손상된 기타 강대국들과의 관계회복과 이를 통한 효율적인 다자주의 틀 내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지에 세인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오바마의 당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향후 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오바마의 당선으로 부시정부에 비해 대북정책이 완화됨으로써 한국정부에 또 다시 ‘통미봉남’의 상황을 가져다 줄 가능성을 포함하여 향후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다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오바마 당선자의 ‘협력을 통한 리더십’ 강조는 향후 동맹강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21C 공동의 비전 요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한국

오바마의 외교정책 성향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인권 및 가치적 외교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국익추구에 중점을 둔 혼합적 성향을 보임과 동시에 차기 오바마 행정부는 단순히 미국의 전통적인 강성권력(hard power)을 강조한 부시의 외교정책의 추진과는 달리 연성권력(soft power) 중심의 범세계적 협력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국민들에게 교육·복지·의료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그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오바마는 기본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지속적 개입(engagement)을 통한 리더십을 위해 동맹관계와 지역다자주의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중국에 대해서는 협력자이자 경쟁자로 인식하여 21세기 공동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일본과 관련해서는 미일동맹이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의 초석임을 인지하고, 기후변화 및 기근과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협조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21세기 도전에 맞서기 위한 공동의 비전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발언하며, 차기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동맹을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기구뿐만 아니라,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소유한 메커니즘으로 격상시킬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오바마의 대한반도정책구상은 이명박 정부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언급한 ‘21세기 한미동맹전략’의 구상과 일맥을 같이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연합사령부 해체, 주한미국기지 이전사업, 주한미군사령부 재편 등의 현안은 큰 원칙에서는 변동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글로벌하고 포괄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한국에게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서, 오바마는 공정한 무역을 주장하며 외국수출에 부당한 정부보조를 제공하거나 미국물품 수입에 비관세장벽을 부여하는 국가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NAFTA의 개정 추진)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에 7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나 미국은 고작 5000대를 한국에 수출한다고 밝혀 한미FTA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자동차 문제 이외에도 다른 문제를 논의할 것임을 시사해주는 발언을 한 바도 있다. 따라서 ‘재협상불가’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정부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그리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본다면, 오바마는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려는 한국의 노력을 무시해왔다”라고 발언한 바 있으며,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서로 상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남김으로써 대북정책에 관해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오바마 정부는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검증 가능한 종식 추구, 직접외교를 포함한 외교적 노력 등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6자회담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갈 것으로 보이나 북한의 인권문제도 역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6자회담을 뛰어 넘는 효율적인 제도를 구축하겠다”는 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6자회담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부분을 다른 형식으로 채워나갈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 전략 못지않은 단기적 정책 조율 필요

오바마의 외교안보기조는 주로 민주당의 전통을 반영하겠지만 부시 2기와 공유하는 측면도 많다. 실상 부시 행정부가 비판받는 것은 주로 부시 1기의 힘을 앞세운 일방주의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가 초기에 ‘클린턴 정책은 모조리 거부하는(ABC, anything but Clinton)’실수를 한 것처럼, ‘부시정책은 모조리 거부하는(ABB, anything but Bush)’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8년만의 정권교체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적 가치의 확산을 추구해온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퇴조하고,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국제협력과 다자주의의 부활로 이어질 전망이다.

동북아 질서라는 큰 틀에서 볼 경우 한국의 입지에도 미묘한 변화가 예상되는바 미국과의 조율을 포함한 슬기로운 외교적 대응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은 한국·일본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경향이 강한데 비해 민주당은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협력파트너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 경우 미중관계와 미일관계의 균형추가 움직이면서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향후 장기적인 한미 전략동맹의 비전 마련과는 별도로 한미 간의 단기적인 정책적 조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즉 ①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의 조율이 요구되고, ②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대한 전략구상을 위해 한미 간의 의견수렴이 있어야 하며, ③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미국정부의 등장으로 많은 외교적 과제가 떠오르는 만큼 이에 대비한 지속적인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새 술은 낡은 부대에 담을 수 없다(You can't put new wine in old bottles)”는 속담이 있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및 전략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이전보다 새롭게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대세변화에 한발 앞서서 미리 대비해 나가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김강녕
<경기대 행정학과 대우교수 조화정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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