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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서평]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일본인의 시선을 통해 본 한국 문화의 뿌리
[151호] 2008년 10월 20일 (월) 야마모토 아키나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한국에 온 지 거의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일본인이지만 한국 사회나 한국 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한국 사회나 문화에 대해서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지난 3년간 그랬듯이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글을 찾아 읽는 것이다. 그 가운데 특히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책은 나에게 한국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1963년 <경향신문>에 4개월에 걸쳐 연재되었으며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된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들의 의식구조와 정서를 섬세하게 그린 이 책은 한국의 풍토와 한국인의 정신적 원형을 극명하게 추구해 나간 한국 문화의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재 당시 29살에 불과했던 이어령은 이 책에서 한국을 다양한 주제로 분석하였다. 한국의 건축, 의상, 식습관, 생활양식 등에 대해서 ‘끈의 사회’, ‘눈치로 산다’, ‘밥상으로 본 사회’ 와 같은 흥미로운 주제로 한국문화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또한, 뚜렷하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한국의 불행한 처지, 비참한 정서, 한국인의 어리석은 모습 등을 과감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이어령의 방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서양 또는 중국이나 일본의 문화와 비교하면서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엮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짧은 에세이를 주제 별로 모아 놓은 것이기에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며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외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을 하는데 특히 도움이 된 것은 이 책에서 언급된 한국의‘가정중심사회’나 ‘끼리끼리사회’ 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가정중심사회’나 ‘끼리끼리사회’에 나타나는‘우리’의 개념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문화의 범주를 알고 그 시각으로 한국사회나 한국인의 행동양식을 어느 정도 추측, 이해, 또한 분석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우리와 남’의 범위를 파악하였고, 이를 통해서‘우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한국인의 행동 양식, 한국문화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내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문화를 너무 비극적으로 때로는 너무 우월한 것으로 보는 다소 극단적 시각이 종종 드러난다. ‘윷놀이의 비극성’에서는 힘의 논리에 좌우되어 ‘윷’판의 말들처럼 먹고 먹혀야 했던 그 비극성을 전면적으로 나타내며, 또한, ‘의상에 대하여’에서는 한국의 ‘한복’과 일본의 ‘기모노’를 비교하는 언급을 하면서 한복에 대해 극찬을 하였다. 이는 필자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문화에 대한 수용성 없이 자문화 중심적인 사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로 인해 단편적이고 한편으로는 지극히 극단적인 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긍정과 부정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전개방식이 아쉽게 느껴진다.

 자문화를 기준으로 이문화를 보거나 이문화를 기준으로 자문화를 보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기 마련이다. 문화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지만 ‘우열’은 존재할 수 없다. 이는 세계화 속에서 점점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오늘날 한국인들이 문화를 바라봄에 있어 견지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단일민족을 주창해 온 한국은 이제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없애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3년 정도 살아온 내가 애정을 가지고 진정 한국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는 이념의 허울을 벗고 새로운 문화를 바라보는 열린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읽는 외국인들도 한국 문화에 대해 거리를 두기보다는 애정과 호기심을 가지며 발전적인 관점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야마모토 아키나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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