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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의 사회·문화적 접근
인터넷 악성 댓글, 과연 사이버 모독죄 신설이 해결책인가
[151호] 2008년 10월 20일 (월) 허윤정 사회학과 강사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악성 댓글 해결에 접근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기능적이며 또한 편향적이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 논란도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원래 법률이라는 것이 그 사회의 정치적 권력과 문화적 특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유명인을 향한 악성 댓글 현상과 문제의 본질이 전혀 다른 촛불집회의 과정을 연계하려 하는 것은 지나친 권력적 의도이다. 또한, 사이버공간이 원래 갖고 있는 비가시성에 의한 익명성, 세계적인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한 전파성 등으로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는 것도 단편적인 일반화이다. 현실과 사이버공간의 관계가 사이버공간이 나타날 때부터 구분되어 나타난 것이 아닌 만큼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정신적 문제가 있는 일부의 사람들이 악성 댓글을 달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가 박약한 지나친 기능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악성의 댓글은 일부 연령이나 특성이 있는 사람들만이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의 악성 댓글에 의해 처벌받은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사이버공간의 집단주의적 속성
악성 댓글 문제는 하나의 맥락으로 바라보기 힘든 현 시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많은 한국인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포털사이트와 개인 홈피시장의 독과점 현실에 대한 사실 파악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 포털사이트 시장은 각각 70%, 20%의 네이버와 다음이 차지하고 있고 싸이월드는 2,200만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이버나 다음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싸이월드나 네이트온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한국인의 집단주의적 특성이 인터넷 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심지어 포털사이트 내에 있는 광고마저도 한국인의 집단주의적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국의 인터넷 광고는 개인이 하나의 광고를 보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광고 메뉴 이외의 다른 초기 화면으로 갈 수 있는 상호작용성이 높다. 이러한 특징은 하나의 개체로서의 광고가 아니라 비슷한 광고들의 연계를 구동시킴으로써 광고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이용을 하나로 묶어 또 다른 소비 집단을 이루려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집단적 광고가 아닌 개별적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상호작용이 낮은 서구의 광고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찾아서 클릭하게 함으로써 단순 명료한 작용을 통해 굳이 다른 광고를 소비자에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가족’과 ‘우리’를 강조하고 단일체제를 지켜나가자고 믿어온 삶의 태도를 서구 개인주의 특성과 비교하여 가치 판단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다를 수 있다는 인간의 특성을 인정하는데 힘들어하는 배타적 특성의 강도이다. 이 점은 차이와 차별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해서 쓰는 문제와 연결된다. 사투리를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로 인식되는 마당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태도는 어떻겠는가? 미혼모는 물론이고 이혼녀라는 꼬리표도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되는 사회이다. 종교가 다르면 일상생활의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인식되고, 집단 속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그 의견을 들어보기에 앞서 퇴출의 대상이 된다. 한편으로는 한 성원의 책임을 집단이 함께 짊어지려는 특성도 일반화되어 있다. 작년 미국 대학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대중 언론을 비롯한 많은 한국인이 노심초사했던 사실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포털사이트
인터넷 논의의 선명성과 극단적 성향은 이러한 분위기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어 하는 태도는 언어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지나친 폭력의 연장선으로 가는 지름길로 이어진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집단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포털사이트나 언론의 자본주의적 보도와 편집 태도는 문제를 확대 재생산 시키고 있다. 특히 포털사이트는 각종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게시하게 되므로 기사로 인한 영향력이 언론사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포털사이트의 매출은 이용자들의 마우스 클릭 횟수를 통한 광고비의 상승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일반인들은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포털사이트는 단순한 기사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게시된 기사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악성 댓글은 창작용도 있지만, 대개는 언론보도에 따른 네티즌들의 확대해석이나 멋대로 추측이 가미되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측에서는 언론사와의 계약에 따라 기사를 공급받아 영역별로 분류하고 이용자들의 접근이 쉽도록 배치하는 등 최소한의 작업만 수행할 수 있을 뿐 기사를 수정·삭제·편집하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기사의 내용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송받은 기사들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속보성·정보성·화제성 등 편집기준에 따라 ‘편집판’이라 불리는 주요화면에 배치한다는 점은 포털사이트의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특히 글자 수 제한과 독자들의 흥미를 고려해 기사 제목을 변경하고 기사 밑에 댓글 입력란을 만들어 기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은 악성댓글 논의의 핵심사항이다. 싸이월드의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니홈피라는 사적영역이 공론화될 수 있는 기술적 특성과 한국인의 집단적 문화배경이 묘하게 결합하여 나타나는 문제점을 많은 사람이 망각하고 있다. 과거에는 다른 이들에 대한 소문, 정보 등이 집안이나 미장원, 친구들의 모임 등 사적 영역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체계를 갖게 된 것이다.

경쟁구조의 일상화
사적 영역의 주제가 내 삶의 얘기가 아닌 것으로 바뀌는 것도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특징 중의 하나이다. 현실 속에서 참된 내 얘기, 내 주변 얘기에 관심을 두거나 풀어나가는 것에 대해 애써 외면하거나 바쁘게 돌아가는 경쟁구도 속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감정 고리의 탈착이 쉬운 남의 얘기에 늘 관심을 두고 그것을 내면화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구조를 통해 거짓이 일상화되고 심지어 그러한 스토리텔링이 진짜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현실의 모든 일상생활의 경쟁구조가 삶에 대한 불안함을 전제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경쟁구조가 존재하지만 특히 한국사회의 경쟁은 어린 시절부터 한결같은 학력경쟁으로 유난히 빠르게 받아들여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경우,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한국 사회로써는 불안함과 패배의식이 극도에 달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약자에 대한 배려도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이겼기 때문에 존중받는 사회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의견표출에서도 경쟁구도가 일상화되는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남들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고 각자의 특성을 이해해주기보다는 모든 경우가 이기고 지는 상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실의 계층이나 연령 및 성별에 기초한 특성을 확대 재생산시켜 사이버공간의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근현대의 굴곡진 역사속의 복잡다단한 한국적 상황이 구조적 조건이었다면 이를 정치적 권력 강화에 오랫동안 이용해온 위정자들의 폐습도 문제를 키워왔다.
악성 인터넷 댓글의 문제는 온라인을 통제하는 법의 강화를 통한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가진 오프라인의 현실문제 파악에 먼저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악성 댓글이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의 사이버공간이 심하다는 사실(fact)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구조적 문제의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정부·여당의 아전인수적 해결책은 극히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한국 사이버공간의 상황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아주 복잡하게 얽혀 악성 댓글을 양산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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