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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서평] 황종연 편, <신라의 발견>
역사적 상상물로서 창안된 ‘신라’ - 신라는 어떻게 표상되고 재현되는가
[150호] 2008년 09월 01일 (월) 오태영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황종연 편, <신라의 발견>

동국대학교출판부, 2008

 
 

 인문학 학제(interdisciplinary)연구의 모델 제시

동국대학교출판부의 문화학술총서 중 하나로 출간된 『신라의 발견』에는 엮은이 황종연을 비롯해 문학, 사학, 미술사학, 고고학, 일본학 전공자들의 10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이 책의 목적은 “한국의 근대문화와 밀접하고도 중대한 관련을 맺도록 신라가 이해되고 상상되고, 궁극적으로 창안된 주요 계기를 확인하는 데에 있다.” 제1부의 논문들은 주로 학문과 예술 분야에서 ‘신라’가 발견·표상된 양상들을 고찰하였고, 제2부의 논문들은 신라 유산의 발굴·인식·활용 사례들을 다각도로 검토하였다.

 이 책은 단순히 학문분과 단위의 연구 결과를 ‘신라의 발견’이라는 제호 아래 묶어낸 것이 아니라, 그 분과 단위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인문학 연구에 있어서 학제연구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접 분야의 연구 성과를 최대한 참조하여 “한국 민족문화의 원천으로서 신라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는 역사학적·문헌학적·고고학적 지식과의 타협을 통해 발견되었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통일신라론’의 발명과 확립이 한국 근대역사학의 성립 과정이었음을 밝힌 윤선태의 논문. 근대 시각문화 속에 나타난 석굴암 담론의 생산과 수용, 그리고 그것의 재전유가 갖는 의미를 고찰한 김현숙의 논문. 경주기행문을 대상으로 제국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주체의 정립과 그 혼종적인 양상 속에 나타난 신라 표상의 활용을 검토한 허병식의 논문.

유성기 음반을 대상으로 유행가에 나타난 ‘신라’의 재현 양상에 주목한 서희원의 논문. 일본인 연구자들과 조선인 연구자들에 의한 향가의 ‘발견’ 과정에 대해 검토한 임경화의 논문.

애국계몽기 이후 조선인의 자기구성에 있어서 ‘화랑’ 담론과 그 활용 양상을 추적한 정종현의 논문.

일본인 가인(歌人)들에게 석굴암과 경주, 조선이 심미적 대상인 동시에 남성적 욕망의 대상임을 밝힌 구인모의 논문.

식민지시기 신라고분 조사 현황을 꼼꼼하게 설명한 이한상의 논문.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한 석굴암 발견을 통해 동양의 대표자로서 일본의 자리를 확고히 한 과정을 논의한 이병진의 논문.

이들 논문은 각각의 논의의 수준은 차치하고서라도 모두 인문학에서의 학제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역사상의 상상계(historical imaginary)로서의 ‘신라’

하지만 인문학에서의 학제연구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신라’가 발견된 과정을 면밀하게 고찰하여 근대 한국문화에 있어서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복잡한 관계를 해명한 황종연의 논문은 이 책의 연구 성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신라가 “한반도에 존재한 고대 국가 중에서 그 역사와 지리상으로 한국의 정통성 주장에 이로운 유일한 국가인 까닭에 한국인의 새로운 집합적 자기 정의와 자기창조에 유용한 정체성의 고본실(古本室)”이 되었다는 전제 아래, 먼저 “일본의 역사학적 연구와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신라를 역사상의 구체적인 실재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경주 고적의 보존과 전시를 통해 신라가 일종의 역사상의 상상계로 성립할 여건”이 만들어졌음을 밝힌다. 이어 일본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조선인들이 “신라의 유산 속에서 자주독립에의 의지를 발견했고, 예술적 창조력의 극치를 보았으며, 조선 고유의 신성(神性)의 문화를 감지”하는 등 조선인의 민족의식 요구에 부합하는 역사상의 상상계를 열어주었음을 밝힌다.

황종연의 이 논문은 그 부제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듯이 근대 한국의 민족적 상상물로서의 신라가 발견되고 전유된 양상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한국형 ‘만들어진 전통’의 메커니즘을 해명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근대 한국문화 창출 과정에 있어서의 식민주의와 민족주의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면밀하게 고찰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상상하는 ‘신라’가 근대 한국문화의 정립 과정에서 새롭게 창안되고, 전유되었음을 밝힌 『신라의 발견』에 실린 논문들의 연구 성과가 기존 학계에 학제연구라는 새로운 연구방법의 제시와 함께 한국 근대문화 창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태영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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