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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들의 축제 - 맑시즘 2008
지배담론 비판부터 저항담론 반성까지
[150호] 2008년 09월 01일 (월) 김은미 편집위원 234tail@naver.com

지난 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의 열기가 퇴색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연대와 정치적 성찰에 관한 논의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촛불집회를 다시금 살리고 끌어가려면 그것을 둘러싼 정세를 섬세하게 분석하고 주어진 현상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찾는 작업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작업으로 지난 14일 고려대학교에서 개최된 촛불들의 축제인 ‘맑시즘 2008’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촛불시위를 이끌었던 ‘다 함께’의 주최로 개최된 ‘맑시즘 2008’은 거리를 가득 채웠던 촛불의 역동성을 상상력과 능동성이 가득한 담론의 장으로 옮겨놓았다.

“현 정부의 공안탄압이 극에 달하고 있다. 마치 20년 전으로 시간이 역류하는 느낌이다. 국민의 촛불에 공안탄압이라는 몹쓸 칼을 꺼내 놓는 정부에 대해 국민은 저항 외에 선택할 수단이 없다. 2008년 촛불의 의미는 민주주의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자 생명을 경시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박윤석 - 14일 개막연설 중에서)

축제와 항쟁이 결합한 촛불시위의 모습은 현 정권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으로서 읽힐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네트워크를 재구축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연장선상에서 ‘맑시즘 2008’에 참가한 많은 시민과 학생들은 시위 현장에서의 경험을 되새기며 이에 대해 토론하고 성찰할 수 있는 본격적인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한국의 촛불 운동은 전 세계적인 저항 운동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또한, 촛불 운동은 미국의 패권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징후의 하나이며, 많은 사람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싸우는 것이며 나아가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이다.” (아동문학가 이안 번천 - 14일 개막연설 중에서)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개최된 ‘맑시즘 2008’은 신자유주의라는 거대담론부터 시작하여 정부의 대운하 건설 계획, 공공서비스 민영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비롯한 노동운동 전반, 국제 정치, 교육, 환경 등 현시대가 안고 있는 총체적 ‘사회문제’를 각각의 입장에서 고민했다. 그 첫 번째 강연으로,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슬람 혐오-그 거짓을 파헤친다’라는 주제로 미국의 시각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역사적 진실을 해명했다. 오랫동안 이슬람은 미국과 유럽에 의해 정의되어왔고, ‘분쟁과 테러가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이슬람교도가 있다’라는 핑계로 서구세계의 새로운 적으로 호명되었다. 이희수 교수는 이러한 이슬람의 원리주의에 대해 어느 한 쪽의 편협한 시각이 아닌 객관적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의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이 정치적인 면에서 외국의 정치적 지배와 경제적 착취에 대항하는 투쟁의 양상으로 나타났고, 문화적인 면에서는 독특한 이슬람 문화의 동질성을 내세운 것이며, 또한 본래의 이슬람의 믿음, 규범, 의례에 기초한 신앙심의 회복을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부 이슬람 세력들이 서구가 빚어낸 배신과 약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급진주의적 양상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책임은 ‘세계화’라는 절체절명의 명제만을 강조하는 서구 강국(언론)들의 일방적 논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신자유주의가 낳은 공포, 광우병’,‘이명박의 반(反)서민 경제정책’, ‘이명박 정부와 언론’, ‘한반도 대운하-무엇을 위한 삽질인가?’ 등 주로 현 정부의 정책과 패러다임을 비판하는 공격적인 발제와 이에 따르는 토론이 ‘맑시즘 2008’ 기간 내내 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은 ‘맑시즘 2008’의 발제와 토론은 현시대의 지배 담론과 저항 담론에 대한 진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하여, 믿음과 지식을 매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당면한 문제에 얽힌 절박한 사회경제적 요구를 재해석하고, 사회적 주체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삶의 형식에 물음을 제기했다는 점은 한국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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