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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장기발전계획이 필요하다
건물 증축보다 장서 개발 및 구성에 보다 집중할 필요 … 원우들이 주체로 나서야
[150호] 2008년 09월 01일 (월) 권두현 jaime0323@hanmail.net

원우들이 학교 측에서 제시하는 등록금 인상 근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는 이유는 등록금 인상에 따른 연구 및 교육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캠퍼스 내 각종 공사야말로 연구 및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용자 중심의 쾌적하고 편리한 연구 교육 환경. 바로 이것이 본교가 그리는 미래 동악의 청사진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으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이 누락되어 있다. 물론 건물은 가장 연구 및 교육 환경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인프라이지만,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하드웨어의 확충에 뒤따르는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 비로소 연구 및 교육 환경은 개선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을까.

 
   
 
  본교 중앙도서관은 2008년 3월 1일 기준으로, 서울대학교 도서관 총장서의 3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113만 8355 자료(국내서, 국외서, 고서, 학위논문 포함)의 총장서를 확보하고 있다.  
 

본교 중앙도서관의 장서 및 프로그램들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에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책, 그리고 이와 관련한 공간은 도서관이다. 대학 중에서도 대학원 및 각종 연구소가 부설된 대학의 도서관이라면 교육보다는 학문연구에 중점을 두는 연구도서관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각 전문분야를 망라하면서 미래의 요구 또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본교 도서관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본교가 소장하고 있는 도서의 양이 얼마나 풍부한지부터 살펴보자. 서울대학교의 경우에는 중앙도서관 본관과 7개 분관에 360여 만 권의 장서, 1만여 종의 학술지, 27만여 종의 전자자료, 10만여 점의 비도서자료를 소장하고 6천여 석의 열람석까지 갖추었다. 이에 비해 본교 중앙도서관은 2008년 3월 1일 기준으로, 서울대학교 도서관 총장서의 3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113만 8355 자료(국내서, 국외서, 고서, 학위논문 포함)의 총장서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학술지는 7450종(645종 구독중), 국외 학술지는 775종(558종 구독중)을 확보하고 있으며, 비도서는 5만 4887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열람석의 경우에는 자료실에 1580석, 일반좌석으로 1260석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대학교의 장서량이 국내 최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연구도서관으로서 일단 본교의 장서가 풍부하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특히나 희소성이 있는 전문 자료를 필요로 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와 같은 장서 외에 본교 중앙도서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서 적극적인 도서관 이용을 권장하는 글벗상, 저자와의 대화, 문학기행, 독서토론, 독서 퀴즈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들의 독서경험을 보다 확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다분히 도서관 이용을 홍보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전제가 되는 독서는 아마도 ‘교양적’ 독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교양적’ 독서 그 이상, 즉 도서관을 ‘불온한 상상력의 놀이터’로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을 도서관으로 더욱 자주 불러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그들의 도서관 활용 경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은 도서관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연구자들의 도서관 활용 경향은 학문 분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먼저 인문과학 연구자들의 경우에는 여러 유형의 자료들 가운데 단행본을 폭넓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의 관련 조사에 의하면, 인문과학자들의 자료별 이용순은 단행본이 전체의 58%, 연속간행물이 25%, 학위논문이 5%, 기타자료 10%의 순으로 나타난다. 서가 사이를 거닐며 브라우징(browsing)하기를 좋아하는 인문학자들. 그런 행위들을 통해 연구의 테마를 얻고 연구를 발전시켜 가는 인문학자들의 연구 경향과 인문학 자체의 학문 내용적 특성으로 인해, 인쇄매체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신뢰와 의존은 하루아침에 막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어떠한가. 사회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1차정보원은 인쇄된 도서와 연속간행물이며,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자료는 정부간행물, 연구보고서, 컴퓨터 출력물, 신문, 학위논문 순이다. 사회과학자들 역시 인문과학자들과 유사한 매체이용 경향을 보인다.
자연과학 연구자들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저널 등의 인쇄매체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자연과학이라는 학문적 특성상 소급자료보다는 최신자료를 이용하므로 시디롬이나 인터넷의 이용이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 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 연구자들 역시, 이러한 전자매체 자료보다는 학술잡지, 논문집, 과학기술보고서, 연구저서, 별쇄기사 등 일차자료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
공학은 자료에서의 최신성이 가장 요구되는 학문 분야다. 그런 점에서 연구자들의 자료이용패턴을 보더라도 인문·사회·자연과학 연구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헌에의 의존도가 낮으며 학술지나 보고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중복연구라든가, 특허문제 등이 개입되기 때문에 그 분야의 최신 연구동향을 민첩하게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학 연구자들 역시 기본적 연구 자료로서는 인쇄매체인 책을 균형 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하여 인쇄매체 개발의 여지를 남기고는 있다.

 

장서 개발, 원우들이 주체로 나서야

 

   
 
  ▲ 본교 중앙도서관의 정기간행물 서가. 기본적으로 대학도서관은 인쇄매체 장서 구성에 꾸준히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매체 다양화와 이에 따른 실질적 오너십(ownership)에서 가상적 액세스(access)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에 둔 장서 정책의 제일 첫 번째 고민 지점은 인쇄매체냐, 전자매체냐의 문제일 터이다. 그러나 이 둘은 어느 하나가 선택되면 어느 하나가 배제되어야 하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인쇄매체와 전자매체는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상호보완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둘을 적절하게 아우를 수 있는 장서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학문의 경쟁력을 위해, 그리고 이것이 결국 대학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장서개발 및 구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건물 증축이나 신축과 같은 하드웨어 확충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장서 개발 및 구성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구상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일관성과 균형을 가진 장서 구성을 위해 애쓰는 것이 장서 개발의 주체로서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장서 개발의 주체는 도서관 사서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자료에 대한 필요를 피부로 느끼는 교수 및 학생들, 특히 가장 많은 자료를 소화하고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해야 할 소장학자들인 원우들이야말로 장서 개발에서 가장 막중한 책임을 띠고 있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대학도서관은 인쇄매체 장서 구성에 꾸준히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인쇄매체의 계속적인 확보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전자매체와 상호보완적 관계 매김은 미래지향적 대학 도서관상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지금 본교 도서관에 필요한 것은 일회성, 홍보성 프로그램이 아닌 구체적인 장기발전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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