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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심포지엄
조선문인, ‘근대의 안과 밖’을 가로지르다
[149호] 2008년 06월 02일 (월) 황복수 편집위원 hbsnobel@naver.com

일제강점기 척박한 근대의 토양위에서 근대정신의 정연한 발화를 갈망하는 한 평론가가 있었다. 그는 우리의 근대문학에 대해 ‘10년 동안 바삐 수입한 서양의 혼돈’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해 보아야 한다는 걱정스러운 탄식과 함께 후배문인들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는 참 평론가였다.


“우리는 반드시 한 번은 과거로 다녀와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의 굴욕과 배신과 변절과 거짓과 아첨에 찬 36년, 특히 최후의 수년간을 우리는 쉽사리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안타깝게 쳐다보는 민중에게 아무 표정도 지어보일 수 없었으며 더군다나 대중을 속이며 역사를 속이며 가장 무서운 것은 침략자의 복음(福音)을 노래하던 날을 너무나 값싸게 잊어서는 안니된다.”
-김기림(「전국문학자대회에서의 강연」중 에서, 1946)


김기림을 비롯한 선배문인들이 현실에 맞서 꾸준히 응전해 온 결과, 오늘의 한국문학사가 올곧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처럼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선배문인들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최근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9일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개최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이 날 심포지엄은 김기림, 김유정, 김정한, 백 철, 유치환, 이무영, 임 화, 최재서 등 시인·소설가·평론가를 망라한 다양한 장르의 문인이 재조명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작가부문 발표를 맡은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유치환론’을 발표하면서 유치환의 시적 원류가 ‘의지’와 ‘순정’의 친화와 결속에서 나타남을 역설하였다. 그는 ‘순정’이 불의한 세상과 마주할 때 그것은 가열한 ‘의지’의 목소리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유치환의 시세계 안에서 압제와 부정이 만연한 시대를 겨눈 작품과, 사랑이나 그리움을 읊은 시편이 평화로이 공존하는 것도 그 점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지적하였다.


평론가부문 발표를 맡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시대에 대한 성찰, 혹은 두 가지 저항의 방식’이라는 제목아래 역사성과 사회의식을 상실하고 문학 내부에만 침잠된 문단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보여준 임화와, 분석적이며 과학적인 작품읽기를 강조한 김기림의 비평적 입장에 대해 발표하였다. 또한 그 밖의 여러 참가자들이 당대 비평가들의 문제적인 시각과 비평적 정신을 본받아 앞으로 한국비평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번 심포지엄의 발표문들은 장르를 넘나드는 문인들의 특성상 각기 다른 내용의 주제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이 자리를 통해 비로소 선배문인들에게 정당한 위상과 온전한 문학적 가치를 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발표문들은 공통된 의미를 갖는다.


한편, 2001년에 처음 시작하여 올해로 8회를 맞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의 2009년 탄생 100주년 작가들로 김내성(소설가), 김병호(시인), 김성근(평론가), 김용제(소설가), 김진수(극작가), 김환태(평론가), 박승극(소설가), 박치우(평론가), 박태원(소설가), 윤규섭(평론가), 이원조(평론가), 이응수(시인), 정인택(소설가), 조용만(소설가), 한흑구(시인), 현경준(소설가) 등의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준비하고 있어 내년에 9회를 맞게 될 ‘탄생 100주년 문학심포지엄’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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