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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캠퍼스 노령의 용역원들 1개월째 천막농성
용역업체, 노조 간 줄다리기와 학교 측 미온한 자세
[136호] 2006년 10월 09일 (월) 형진우 편집위원 reamont@naver.com

“쓰레기 청소한다고 쓰레기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열심히 일하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조에 가입한 것밖에 없는데 하루아침에 나가라니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학생들이 어지럽힌 자리를 새벽부터 나와 치우던 어느 노령의 청소용역원의 한 맺힌 호소이다.

지난 9월 1일, 본교 경주캠퍼스(이하 경주캠) 비정규직 청소용역 노조원 28명(평균 연령 62세)이 그들을 대리 관리하던 용역업체 영원CNS 로부터 집단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이들을 노조에 가입시킨 경북노조는 지난 9월 1일부터 경주캠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는 달리 사태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경북노조는 “영원CNS가 학교와의 재계약이 끝나는 대로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세부 내용을 결정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깨고 노조 조합원만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용자 측이 요구한 근로계약서에 연령 제한이라는 독소조항이 있어 이를 뺀 이후에 서명하겠다고 했음에도 지난 1년간 아무 문제없이 일하던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영원CNS가 청소용역원에게 통보한 해고 사유의 대부분인 ‘계약거부(20명)’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용역업체 역시 정반대의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9월 5일 영원CNS가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우선 모든 용역원에게 계약 만료일까지 재계약의 기회를 주었고, 이 중 조합원들만 계약을 거부해 어쩔 수 없이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부터 나이 제한이라는 독소 조항을 넣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지난해 계약에서도 분명 63세라는 나이 제한이 있었고 올해는 이를 늘려 65세까지 연장할 수 있게 해줬는데도 왜 억지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을 마냥 관망하고 있는 학교 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언제부터인가 학교 측은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청소업무와 관련된 직영을 포기하고 용역제도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점차 확대 실시되고 있는 용역제도 자체가 노동자들에게 최저 수준의 임금만을 지불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으로 악용되어온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경주캠 용역원들이 한 달에 받는 임금은 70만원 수준이다.

특히 식사비, 보너스 등 노동자들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체감하는 임금수준은 최저임금법이 제한하는 약7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용역업체를 통한 대리계약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나 절차상으로 학교 측의 이런 대응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새벽부터 나와 지저분한 캠퍼스를 치우던 노령의 근로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관망’밖에 없는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경북노조 자체도 그다지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지난해 경북노조가 보인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04년부터 용역원들을 본격적으로 가입시킨 경북노조는 노조에 가입한 용역원들의 체불 임금을 일괄 수령해내는 등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한 용역원들 중 일부가 노조를 탈퇴하자, ‘체불 임금을 수령해낸 것은 노조원들의 권익을 위한 행보였으므로 노조 탈퇴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일방적으로 탈퇴자들의 임금 지불을 거부했다. 이 문제로 경북노조는 지난 5월 25일 고소되어 횡령죄 처분까지 받은 바 있다.

천막농성이 시작된 지도 벌써 1개월이 지나간다. 현재 학내 청소는 비노조원 10명과 영원CNS가 신규 채용한 18명을 합해 총28명이 담당하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이 ‘현재 청소가용인원 총 38명중 28명이 일하고 있으므로 노조원 10명을 청소에 투입하라’는 중재를 내렸지만 노조는 여전히 ‘전원복직’만을 요구하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동자의 실질적 권익은 뒷전인 채 자신들의 논리만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한 그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주체는 임금을 받지 못해 한숨만 쉬는 노령의 청소용역원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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