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17 월 16:06
인기검색어 : 등록금 반환, 코로나19, 조교 문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학술 서평 > 서평
     
합스부르크 제국의 정신사와 문화사의 재발견
735쪽에 달하는 분량과 45명의 위인들
[148호] 2008년 04월 14일 (월) 김지영 한국외대 헝가리어과 강사, 역사학 박사
   
윌리엄 존스턴, 변학수 외 공역,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글항아리, 2008)
   
1867년부터 1914년 사이의 합스부르크 제국은 이렇다 할 목표나 국호가 없는 이상한 왕조 국가였다 …’ 라는 다소 회의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유럽근현대사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면서도 실상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합스부르크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그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독일제국의 한 부분으로서 이해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며, 합스부르크 제국사에 대한 연구는 독일사 연구의 한 부분으로서 연구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우리 학계에서는 합스부르크 자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그러나 전체 700여 페이지가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과 더불어 표지를 장식한 45명의 위인들의 사진은 이 책의 독서가 녹녹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전체 6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비교적 평이한 언어로 그동안 우리에게 생소하던 오스트리아의 지식인과 그들의 문화, 거기에 더하여 이제까지 서구세계에 그 모습을 잘 들어 내지 않았던 ‘제국의 반쪽’ 헝가리의 지식인과 지성들에 대해서도 한 부(部)를 할애하여 친절하고 균형 잡인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기원과 성립, 발전과정을 다소 회의적이고 연대기적인 어투로 풀어내며 ‘바로크 시대’에서 ‘비더마이어 시대’로의 이행이라는 패러다임으로 풀어낸다. 또한 다소 느긋하고 덜 절대주의적이며 반(反) 프로이센적 문화적 경향성을 오스트리아 문화의 한 특성으로 이해함으로써 다분히 프로이센적 독일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오스트리아 지식인사회에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던 유태인들에 그들의 업적과 영항력에 대해 합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장에서는 유럽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바로크적 제국’과 모순으로 가득한 ‘다민족 국가’의 이중적인 모습으로 투영되어오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본질적인 모습을 묘사함으로서 합스부르크라고 하는 ‘다의성’을 비교적 명확하게 풀어낸다.

제2부에서는 빈의 유미주의를 제국의 문화적 특징으로 파악하여 정신문명의 제 분야에 미친 역할과 그 양상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유미주의와 향락주의, 허무주의에 대한 예술사적 분석을 통해 그 시대 ‘빈’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향취를 발견해 내고 있으며, 당대의 문필가, 음악가, 미술가 등의 분석을 통해 모더니즘에 직면한 유미주의의 특징을 충실히 서술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실증주의와 인상주의에 대해 다루면서 세기말적 세계관을 다룬 장으로서 허무주의적 경향과 더불어 실증주의적 학문의 융성을 가능케 했던 제국의 문화적 이중구조(二重構造)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비트겐슈타인과 마르틴 부버, 프로이트가 공존하던 빈의 세기말적 문화적 경향성을 꼼꼼하고 세밀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데, 이러한 문화적 경향성은 광기 가득한 천재성과 우울함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천재의 도시’ 빈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제4부에서 저자는 보헤미아(뵈멘)의 체코인과 독일인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구성원으로서 체코와 헝가리는 언제나 ‘빈’의 정부에 있어 매우 독특한 상대자였다. 보헤미아에서는 격렬한 저항과 적개심의 대상으로서 독일인과 체코인이 공존하고 있었으며, 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세계관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이 시대 보헤미아는 개혁가톨릭주의와 굼플로비치의 치유허무주의를 포함하는 사회적 다원주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소개를 통하여 전환기의 보헤미아 지식사회를 잘 그려내고 있다.

제5부에서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매우 특별한 구성원이었던 헝가리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제국의 구성원으로서 여타 소수민족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던 헝가리의 입장과 루카치, 만하임 등의 지식인을 통하여 실증주의적인 헝가리 지식인들의 활동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작가와 예술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다소 이질적인 헝가리의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장에서 저자가 헝가리인들의 기질에 대하여 ‘천성적으로 몽환적이며 자기 과시적이라고’ 이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주관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6부에서는 비더마이어적 입장에 뿌리를 둔 오스트리아 작가들이 20세기 초반 오스트리아 산업사회의 우울한 기계문명에 대해 비판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세계와 시대에 대한 오스트리아 지식인들의 자기성찰적 비판은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난 오늘의 현대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출신의 사상가들은 표층과 깊이의 대가들(p.639)’이라는 찬사로 잊혀져 있던 그들의 가치를 다시한번 장엄하게 선포하며, ‘오스트리아의 지식인들은 거의 모든 사고의 영역에서 중요한 혁신을 이루어 놓았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인 ‘미국인’ 윌리엄 존스턴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오스트리아의 젊은 세대들에게 자기들이 모르는 오스트리아’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 말은 오스트리아의 젊은 세대뿐만이 아니라, 서양사에 대해서 ‘젊은’ 우리들에게도 정확히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그래서 독특하고 훌륭하다. 몇 군데 인명이나 지명 등이 영어나 헝가리어의 원어발음과 다소 상이한 부분들이 있고, 번역투의 문장이 좀 불편한 곳도 있기는 하지만 사소한 티가 책 전체의 품위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차분한 일독을 권한다.


글항아리는… (주)문학동네의 인문교양 분야 임프린트이다. 주로 역사, 철학, 심리 분야에서 대중들의 지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책들을 기획 출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에 글항아리는 이론의 틀을 깨고 인류의 사유가 애초에 가지고 있는 이야기성과 역사성을 되살려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은 글항아리의 이같은 포부가 담긴 의욕적인 기획의 산물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조성환 | 편집장 : 서신화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원준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gs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