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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의 절대적 민주주의를 향한 항해!
[148호] 2008년 04월 14일 (월) 이재광 철학과 석사과정
   
안토니오 네그리, 조정환 공역 『다중』 (세종서적, 2008)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Empire, 2000)은 근대의 국민국가 주권을 침식하면서, 네트워크 권력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주권형태인 ‘제국’을 경향으로 인식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반면 『다중』(Multitude, 2004)은 ‘노동과 저항의 우선성’의 관점에서 제국의 지배와 통제에 맞서는 살아있는 대안을 탐색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근대가 물질적 재화를 생산함으로써 사회적 삶의 ‘수단’을 생산하였다면, 탈근대는 사회적 ‘삶 자체’를 생산해낸다. 오늘날 소통과 협력의 네트워크로 인하여 물질적 재화의 생산체계는 변형되고 있으며, 홈쇼핑과 인터넷을 통해 옷과 책 등 다양한 상품이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통체계도 변형되고 있다.

또한 앎, 그림, 이미지, 사진, 동영상 등의 비물질적 형태의 창조물들이 생산ㆍ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저자들은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 아래에서 노동 및 생산영역이 변형되고 있다고 말한다.(‘헤게모니’는 양적 의미가 아니라 생산체계의 변형에 끼치는 주요한 영향력이라는 의미이다.) 비물질적 노동은 싸이월드, 블로그, 홈페이지, 네이버지식in처럼 ‘어디’라고 지정할 수 없는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네트워크의 회로에서 만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구성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것은 그 자체로 생산이자 소비가 된다. ‘삶정치적(biopolitical)’인 것은 특이한 삶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어 짜가는 ‘관계’ 그 자체, ‘삶’ 그 자체, ‘생산’ 그 자체를 말한다. 그래서 비물질노동은 ‘삶정치적’이고 네트워크의 형태를 띤다. 각각의 특이한(singular) 삶들은 공통된 것(the common)으로 합류하고, 다시 공통된 것에서 특이한 삶을 구성한다. 이 삶의 주체성이 바로 ‘다중’이다. 다중은 특이성과 공통된 것들 그 자체이며, 그 속에서 움틀대고 있는 잠재적 힘이자 구성적 힘이다.

그래서 다중은 특이한 다양체들을 하나의 통일성으로 환원하는 ‘민중(people)’과 다르고, 무차별적 집합체인 ‘대중(mass)’과 다르고, 임금노동자만을 위해서 배타적으로 사용된 ‘노동계급(working class)’과 다르다. 다중은 ‘다르게 되기’이며 동시에 ‘공통 되기’인 다채로운 색깔이다. 다중의 협력과 소통의 네트워크에서 흐르는 ‘삶정치적’ 생산을 통제하기 위한 주권권력도 이에 상응하여 네트워크적 형태를 띤다.

제국은 다중의 ‘삶정치적’ 생산에 기생하며 군림하는 주권권력이다. 다중의 삶의 미세한 부분들에까지, 삶 전반에까지 행사되는 권력이 바로 ‘삶권력(biopower)’이다. 제국은 근대 국민국가의 총동원적 무력충돌과는 다른 형태의 국지적 전쟁을 자행함으로써 ‘삶권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실질적인 군사적 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인 영역들에서 긴밀히 결합된다. ‘삶권력’은 항상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전쟁은 항구적으로 된다. 그래서 전쟁은 제국적 내전이 된다. 이제 ‘삶정치적’인 것과 ‘삶권력’이 대면하는 적대의 지점에서, 즉 공통된 것을 향한 특이성들의 생성을 가로막는 삶권력에 대항해서, 다중은 절대적 민주주의를 열망한다.

절대적 민주주의는 ‘삶정치적’인 다중이 ‘삶권력’의 제국을 파괴하는 동시에 다중에 의한 자기 다스림을 구성하는 기획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절대적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절대적 민주주의는 어떠한 매개도 없는 다중의 자기 다스림에 대한 기획이다. 특이성과 공통된 것을 흘러넘치게 하겠다는 자유에 대한 욕망, 제국이 조장하는 전쟁에 대항하겠다는 평화에 대한 욕망은 절대적 민주주의를 향한 항해와 탐사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기획에 대한 항해와 탐사가 구체적인 행동 강령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저자들은 제국에 대항하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면서, 투쟁과 저항의 알맞은 표현들을 창조해낼 것을 제안하고, 이러한 실험들이 소통과 협력을 이루면서 확대되고 변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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