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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색깔은 가족 체제가 결정한다
[148호] 2008년 04월 14일 (월) 오주훈 편집위원 vievile@hanmail.net

   
임마누엘 토드, 김경근 역 <유럽의 발견>(까치글방, 1997)
   
ReCLASSIC 유럽의 발견

가족 관계가 한 인간의 성격과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족 관계가 한 사회와 문명의 성격까지 규정을 한다면? 프랑스 역사학자 엠마뉘엘 토드는 방대한 조사를 통해 가족 관계와 유럽 문명의 지형 사이 상관성을 밝혀냈다. 토드는 우선 가족 관계를 4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자유롭고, 형제들 사이의 관계가 평등한 자유와 평등의 관계가 그것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남북부가 해당한다.

두 번째는 부모와 자신 간의 관계는 자유롭지만 자식 간의 관계는 불평등한 관계이다. 자유와 불평등의 관계이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이 해당한다. 다음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권위적이고, 자신 간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이다. 러시아와 포루투갈 남부, 이탈리아 중부가 이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권위적이고, 자식 간의 관계가 불평등한 관계가 있다. 독일과 북부 스위스, 북유럽 등이 해당된다. 토드는 우선 평등의 지표로 상속 관습을 든다. 이는 수 백년 간의 토지 상속 대장을 통해 조사할 수 있다. 그리고 귄위의 지표로 세대의 공동 거주를 든다. 이 역시 호적을 통해 조사가 가능하다. 이제 토드는 이러한 가족 관계 구분을 토대로 해당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차이점을 분별해낸다.

우선 자유와 평등에 해당하는 지역인 프랑스, 스페인은 사회주의와 무정부의가 태동 내지는 발달한 곳이다. 이는 가족 관계의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게다가 비교적 관용적인 가톨릭이 발달했고, 일찌감치 세속화의 물결이 도래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프랑스 혁명과 같은 정치적 격변이 많은 점도 빼놓을 수가 없다. 반면 자유롭지만 평등하지는 않은 영국은 자유로운 여러 조치를 취하면서도 왕정을 형식적으로나마 종속을 시킨다든지, 성공회가 번성했다든지 하는 특징이 있다.

한편 평등하지만 자유롭지는 않은 러시아의 특징은 공산주의가 태동하고 발달했다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사회주의에 비해 평등을 더 강조하면서도 일당 독재로 상징되는 귄위성이 강하다는 것이 토드의 진단이다. 이곳에서는 또한 가톨릭에 비해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그리스 정교회가 발달했다는 특징도 있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북유럽에 해당하는 귄위와 불평등한 가족 관계에는 보수적이고 완강한 이데올로기가 대응한다. 루터의 종교 혁명과 연관된 개신교는 가톨릭보다 엄격하다.

이 엄격한 순결주의가 독일의 가족 관계와 연관된다는 것이 토드의 진단이다. 한편 이들 국가에서는 프랑스 등 남부 유럽보다 경제 발전이 빠르고 교육 수준이 높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권위적인 가족 체제가 교육을 선도했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의 반동적인 정치 체제와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토드는 나치즘을 비롯한 파시즘이 귄위적이고 불평등한 가족 체제를 나타내는 지역에서 태동했음에 주목한다. 즉, 독일과 나치즘의 결합은 우연이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경제 정치적인 요소에 의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해당될까? 한국은 이스라엘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귄위적이고 불평등한 가족 체제를 보유한 나라이다. 이는 일련의 보수적 문화를 형성하지만, 그러나 빠른 경제 성장과 높은 교육 수준에 기여를 하기도 한다.

오주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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