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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공간 만들기'를 위한 담론의 장
[148호] 2008년 04월 14일 (월) 김은미 편집위원 234tail@hanmail.net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지난 2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사람 중심의 공간 만들기’를 위한 담론의 장으로 AURI 인문학포럼을 개최했다. 사실상 그동안 건축, 도시 분야에서 이루어진 인문학적 접근은 개별적인 철학적 개념을 차용하는 수준이었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공간의 본질 해석에는 크게 미흡한 측면이 많았다.

이에 AURI 인문학 포럼은 기존의 접근 방식과는 달리 도시공간을 ‘텍스트’로 인식하는 바탕 위에서 공간에 내재된 가치와 가능성을 유추하고,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건축, 도시 관련 정책을 이끌어내는 데 논의를 집중시켰다. 기조발제를 맡은 강내희(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공간 환경과 인문학자의 관계를 자신이 사는 인간적 환경과 관련하여 『햄릿』에 등장하는 ‘유령’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우리가 속한 근대적 환경문제가 유령인지도 모를 정도로 ‘유령화’ 돼 버렸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학자는 근대성의 유령이 자신에게 깃들어 있음을 인정하며 햄릿처럼 유령과의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주제발표를 맡은 박영욱(국민대 테크노 디자인 대학원 강사)은 “현대건축의 담론에 나타난 공간 개념의 비판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건축학적 의미를 성찰해 볼 기회를 마련했다.

   
 
   
강내희 교수가 한국 사회의 도시 공간이 지닌 문제점으로 지적한 근대성에 의해 구성된 대표적 공간 환경인 고층아파트(위), 한국 자주독립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으나 청일전쟁 직후 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고, 더 나아가 일본이라는 이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건립된 독립문(좌). 독립문에 대한 역사적 기억의 왜곡은 김백영 교수가 지적한 내용이다.
   
발표자는 모더니즘 건축은 ‘기능’만을 강조하여 정작 삶과 동떨어진 공간만을 생산하는 결과를 낳았고, 해체주의 이후의 건축은 일상생활과 유리된 채 미학이나 철학적인 가치만을 강조하는 비실용적인 측면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하며, 기능과 추상이라는 양 극단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의 장소로서의 공간 개념이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제2주제발표를 맡은 김백영(광운대 교양학부 교수)은 “식민지 경험과 역사적 장소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파괴와 복원의 정치학을 설명했다.

김백영 교수에 따르면 탈식민지 공간이 낳은 몇 가지 대중정서의 유형들인 복수, 기념, 회고, 망각의 정서 등은 탈식민 대중 정서의 다면성과 복합성을 예시한다. 이 발표에서 김백영 교수는 하나의 공간이 지니는 장소적 의미는 거대한 기념비적 전시공간이나 웅장한 국가의례 속에서가 아니라, 인근 주민들과 친숙해지고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 값어치가 반복적으로 발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획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3주제발표를 맡은 백승국(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은 “문화환경 속 도시공간의 인문학적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역사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도시공간의 정체성 구축에 대한 공간기호학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백승국 교수는 삶이 거주하는 도시공간을 하나의 총체적인 텍스트로 읽어내며‘도시의 인간화(humanization)’전략과 함께 지역문화콘텐츠 개발 방향과 구도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도시공간의 정체성 구축을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인문학 포럼은 건축과 도시 공간 환경을 인문학적인 문제의식과 연결하는 시도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도시 공간의 문제를 바로 거기에서 출발하지 않고 인문 일반의 문제의식에서 논의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아쉬움도 든다. 하지만 인문학과 도시 공간 문제가 모두 인간적 개입과 사용의 문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진지하고 겸허한 토론과정이 정비된 이번 포럼은 인문학적 공간 담론의 요구를 성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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