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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없는 만물사전, “그림과 단어로만 알려주마!”
[147호] 2008년 03월 03일 (월) 김현숙 도서출판 궁리 편집장

   
 
『세계만물그림사전』. 3년 반 만에 완성되었다. 1,096쪽.
어느 신문기자의 설명처럼 복숭아 한 상자 무게는 너끈히 나간다. 한국어, 영어, 불어, 독일어, 에스파냐어로 천문, 동·식물계, 인간, 예술과 건축, 과학, 사회 등 17개 분야의 다양한 사물들의 용어를 알려준다. 특이한 점은 설명글이 없다는 것이다. 오직 그림과 이를 가리키는 단어만 기재 되어있다. 마케팅부장이 서점 직원에게 가장 많이들은 말은 “사전이라면서 왜 설명이 없느냐”였다. 이 사전은 우리가 늘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사전의 사전적 개념을 깨뜨린 사전이다.

원본을 보고, “그래, 이 사람들은 이렇게 정밀하게 그림을 그려가며 용어를 정리해 책을 만드는데, 번역쯤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각 분야 전문 번역가를 섭외해 우리말로 옮기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다시 감수를 맡겼다.
이런 일도 있었다. 개구리 몸에 대한 번역 원고에 전지, 후지라고 적혀 있었다.
전지? 이건 가지치기할 때 쓰는 말 아닌가? 얼마 후 그림을 보고 나서야 앞다리, 뒷다리를 뜻하는 걸 알았다. 한자어였던 것이다. 부끄럽게도 일본식 용어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서 사용되고 있었다.

또 패션 분야는 번역가가 주 전공 분야가 아닌 부분을 주위의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은 영어를, 프랑스에서 공부한 사람은 불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어떻게 쓰냐고 물었더니 일본어를 쓴다는 대답이 나와 난감했다.
이 사전을 만들어본 경험을 되살려 ‘한국전통그림사전’을 계획하고 있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사전 이야기는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전은 한 나라가 가진 문화경쟁력의 총체”라는 말을 떠올리며 무엇이 기본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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