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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실용의 얼굴을 한 효율의 시대를 해설하는 책
[147호] 2008년 03월 03일 (월) 이유진 철학과 강사

   
  칼 마르크스(1818~1883)
   
이명박 정부의 첫 이름은 ‘실용정부’이다. 행정부의 이름을 너무 개념중심적으로 지어놓으면 그 개념은 행정부와 행정수반이 해야 할 하고 많은 일 가운데 어느 특정 부문만을 대변하는 개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인지 진작에 실용정부라는 이름을 버렸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기치로 내 건 정부로 인식된다.
실용이라는 개념을 그에 걸맞는 인간관, 사회관과의 연관 속에서 설명하여 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사람의 모든 행위는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결핍을 충족시키고자하는 바람이 욕망이다. 욕망에 따른 것이 아닌 것은 그것이 만들어진 과정이 제아무리 아름답다하더라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이렇듯 쓸모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경향성을 생산성 혹은 효율이라 한다.

앞서 살펴본 바가 맞다면 이명박 정부가 중시하고 이루고자하는 것은 ‘효율’이다. 어떤 일을 통하여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있을 때 그 목표는 곧 그 목표에 이르는 과정 전반을 규제하는 가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어떤 행위가 그 목표와 관련하여 볼 때 효율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의 모든 것의 값을 매기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삶의 풍경들은 가차 없이 부정되거나 폐기될 것이다. 이러고 보면 실용의 추구는 단지 특정한 방법론의 추구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용을 추구하는 이상 효율은 모든 것에 적용되는 가치 기준이 된다. 가치의 단일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제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인식하면서도 가치의 다양화를 시도하였던 참여정부와는 다르게, 이명박 정부는 실용의 얼굴을 한 효율이 중심 가치가 되는 사회를 드러내놓고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효율에 위배되는 것은 가차 없이 부정되거나 폐기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연 효율적일 수 있을까? 아마도 모두가 언제나 효율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개인이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그보다 더 철저히 효율적인 개인이 있다면 효율의 면에서 상대적 우세에 있는 개인만이 자신의 욕망을 이룰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실용의 얼굴을 한 효율이 중심 가치 역할을 하면서 욕망들의 무한 경쟁이 장려되고, 사회 구성원이 극소수의 승자와 나머지 대다수의 패자로 갈리는 상태. ‘양극화’는 이 상태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자본론』은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자본론』은 19세기말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자본제 사회의 전개에 대한 연구서이다. 이명박 정부가 책임지는 대한민국은 『자본론』에서 설명한 서구 자본제의 전개 과정상의 어느 한 단계에 있다.
또한 『자본론』은, 이미 19세기에, 앞으로는 누구도 자본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임을 주장한다. 『자본론』의 저자는 자신의 다른 저작에서 자본제 다음에 인간이 지향해야할 사회를 논하였지만, 그 또한 자본제 단계를 지나고 나서 문제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자본론』은 지금 여기에서 누구도 자본제와 무관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니, 그 조건 속에서 무엇인가를 모색하여 보라고 권한다. 이는 비루한 권고가 아니다. 생로병사의 고통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사는 것과 그런 성찰 없이 그저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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