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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영화를 말하다
스크린 쿼터 축소, 수익률 장기 침체를 딛는 생존전략 가능한가
[146호] 2007년 12월 03일 (월) 손상민 편집위원 neo7796@daum.net

‘위기’는 위기인가. 요즘 들어 부쩍 ‘한국영화산업의 위기’라는 말이 더욱 자주 들려온다. 얼마 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불법복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영화인 대회 역시 영화의 산업적 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한국영화의 신르네상스라는 축포를 터트린 지 오래지 않아 2006년 말부터 제기된 ‘한국영화 위기설’은 2007년 말인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위기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1월 19일 열린 <제1회 한국영화 발전포럼>에서는 한국영화의 위기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들이 제시되어 영화산업 전반에 커다란 먹구름이 끼어 있음을 확인시켰다. 포럼에서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영화산업의 위기는 극장매출 감소, 총비용 증가, 콘텐츠 경쟁력 약화, 신규 제작 및 투자 경색 등 4중고에 따른 결과이며, 연평균 성장률이 2004년 18.5%, 2005년 5.7%, 2006년 3.1%로 줄다가 2007년 올해 처음, -5.1%라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2006년 평균 프로젝트 수익률은 -22.9%였지만 2007년에는 더욱 악화되어 3분기까지 -62.1%로 손실률이 6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익률 저하는 또다시 투자 위축을 가져와 제작되는 한국영화의 수가 줄고, 그에 따라 한국 영화의 입지를 줄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한국영화 점유율 유지에 최소한의 안전판 구실을 했던 스크린쿼터가 2006년 7월 1일부터 73일로 축소됨에 따라 영화인들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감은 한순간에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들로 집약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위기의 기폭제가 된 스크린쿼터 축소

우선, 본격적으로 위기가 감지된 것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증가와 함께 관객몰이에 영향을 미쳤던 이동통신사의 극장 요금 할인제가 중단된 2006년 6월 20일부터이다. 이후 10일이 채 지나지 않아, FTA 4대 선결조건에 포함되었던 스크린쿼터 축소가 영화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월 1일부터 전면 실시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6년에 봇물처럼 쏟아진 108편의 개봉영화가 대부분 참패하고, 그나마 유지되던 시장점유율도 2007년 10월에는 46.4%(서울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3%를 크게 밑돈 것이다. 특히 올해 7월에는 한국영화 산업의 지형을 바꿀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영화산업의 어려움을 반영이나 하듯, 본격적인 멀티플렉스 시대를 열었던 메가박스가 호주 금융기관인 매쿼리에 매각되어 충격을 던져준 일이다. 메가박스는 2000년 5월, 서울의 코엑스점 개관 이래 10개 직영관을 포함, 전국에 150여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업계 3위의 극장 체인이어서 더욱 “한국영화 산업이 위기 일로를 걷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는 7월 26일 한국영화제작자협회를 중심으로 투자자, 배우, 감독조합, 조명업체, 영화산업노조 등 전 분야가 참여해 ‘한국영화산업 대타협’을 선언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한류의 급격한 위축과 인터넷 상의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극장을 제외한 비디오와 DVD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현상 등을 지적하며,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제작자와 영화산업노조가 스텝의 처우개선 등에 합의한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한국영화사의 주요 기점이 된 두 시기

하지만 한국영화산업은 과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시장개방에 직면한 경험이 있다. 외국영화 수입가격상한선 및 수입쿼터제도 조기 철폐 등을 내용으로 한 개정된 영화법이 시행된 1987년과 한미투자협정으로 스크린쿼터제가 도마 위에 올랐던 1998년을 그러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두 시기의 결정적 차이는 결과적으로 시장 개방의 압력에 한 번은 개방을 수용했고, 다른 한 번은 스크린쿼터제 폐지 요구를 부결시켰다는 점이다. 스크린쿼터제도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극장에서 한국영화의 연간 의무상영일수를 일정한 비율로 지키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1966년 제2차 영화법 개정부터 도입돼 시행됐다. 얼마 전까지 남아있던 146일은 한국영화의 국내시장점유율 목표치로 통상 얘기해온 40%를 기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1985년부터 적용되어 왔던 것이다. 1998년, 스크린쿼터제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1985년 외국 영화 수입이 자율화되자, 직배영화 저지 투쟁이 민족영화, 스크린쿼터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1998년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운동을 대중적으로 이끌어낼 힘이 실린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한 번의 자본축적 위기?

시장 개방 이후 한국영화산업의 변화 과정과 특성을 좀 더 중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7년 이후 현재까지를 몇 번의 시기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시장 개방 이후 한국영화산업은 주기적으로 영화 자본 축적의 위기를 맞았고, 이러한 자본 축적 위기가 새로운 생산 관계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1987년 시장 개방으로 인해서 제작 자본은 수입업으로 이동하였고, 생산 영역에서 자본 축적은 어려움에 처했다. 1993년 금융실명제는 배급업자들로부터 자본이 유입되던 통로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와 제작 자본을 고갈시켰다. 1998년의 IMF 관리체제는 대기업을 영화산업에서 퇴각시킴으로써 제작 자본 시장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그리고 현재 2007년, 한국영화산업은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익률 저하로 또 한 번 자본 축적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1987년 시장 개방 이후 한국영화산업은 이처럼 시기별로 자본 축적의 위기와 새로운 자본의 출현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놀랍게도 5년을 주기로 발생하는데, 2002년부터 딱 5년이 흐른 시점인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라는 요인을 기점으로 또 한 차례 ‘위기 담론’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주기적 ‘위기론’의 등장과 계속해서 지적되는 질적 저하 등을 전제로 했을 때, 겉으로 보이는 양적 성장과는 별개로 여전히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스크린쿼터 축소 직후,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급속히 위축된 한국영화산업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독과점, 양극화 현상

한국영화산업은 이제 위기와 함께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그동안의 제작 관행을 바꾸려는 영화인들의 노력 이외에도 ‘투자와 제작-배급과 상영’의 수직계열화, 디지털 상영으로의 본격 이동 조짐 등은 무한경쟁 상황에 놓인 한국영화가 살아남기 위해 또 한 번의 구조적 변화를 감행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전 세계적인 현상인 양극화와 독과점이 한국영화산업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몇 개의 대기업이 투자와 제작, 배급과 상영 모두에 관여하면서 독과점이 갈수록 심화되고, 스크린쿼터 일수가 줄고, 와이들 릴리즈 방식의 상영이 일반화되면서 개봉 첫 주 관객이 몰리지 않는 영화는 곧바로 상영을 접을 수밖에 없는 ‘대박 영화 아니면 쪽박 영화’로 분류되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영화는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한국영화의 역사에서 ‘지금’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손상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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