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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넘어선 민주주의 - ‘87년 체제 이후’를 논쟁한다”
제방훈 편집위원
[146호] 2007년 12월 03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farewell_i@hanmail.net

   

                   동국, 연세, 중앙, 경희 대학원신문사가 공동주체 한 공개강연 및 토론회 현장 


  숫자의 흥미로운 조화다. 2007년 올해는 87년 민주항쟁이 20주년이 되는 해이며, 이와 동시에 97년 IMF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등으로 구분되는 대단히 복잡한 역동적 구조와 다분화된 정치․사회․문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각각의 입장에서 이 사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역사적 해석 또한 많은 차이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논의 구도는 좌든 우든 이미 기성의 논리에 포박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비판을 지향하는 우리의 욕구는 흐려져만 갈 뿐이다. 또한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저변에는 전망산출의 한계에 도달한 87 민주주의와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97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동시적 비판이 모두 포함되고 있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시점에서 87년과 97년의 양체제를 돌아보는 시각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진보진영 보수진영 구분 할 것 없이 87년이라는 구태의연한 유물을 들추어보는 시도는 다분히 현재적 관점에서 역사화 되어야 하고 문제시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과연 민주주의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담벼락에 ‘낙서’만 하나 잘못해도 곧 잡혀가곤 했던,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이름만으로도 글썽이곤 했던 눈물의 의미를 놓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요구할 수 있는가?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라고 철저하고 비참하게 내동댕이쳐진 신자유주의의 넓은 아량 속에서, 과연 오늘날 젊은이들은 소수자를 향한 배려와 민주주의의 참뜻을 가슴속에 담고 있는가. 그래서 인지 그들은 묻는다. 민주주의가 밥먹여 주냐고. 청년 실업난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성을 더해 가는 지금, ‘민주주의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민주주의 하겠다는 아버지가 바보지.’ 

  지난 달 1일과 2일, 7일과 8일 총 4일간에 걸쳐서 본교를 포함한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등 4개의 서울소재 대학원신문사가 공동으로 의미 있는 자리를 열었다. 대학원신문사의 연대로는 최초로 공개 강연회 및 토론회를 공동주체하게 된 것이다. 일자별로 각각 5시에서 7시까지 진행된 이번 공개강연회는 <민주주의를 넘어선 민주주의 - 87년 체제 이후를 논쟁한다>라는 주제로 연세대학교 외솔관에서 열렸다. 당대비평편집위원회와 웅진지식하우스 임프린트 ‘산책자’ 그리고 연세대학교대학원총학생회가 후원한 이번 공개강연 및 토론회에서는 인문․사회과학전공의 대학원원생과 신진연구자들로부터 앞서 언급한 시대적 내용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고민과 고뇌적 성찰들이 기탄없이 쏟아져 나왔다. 

  1일에 열렸던 첫번째 공개강연회는 <만회혁명으로서의 87체제를 고찰한다>라는 정치분야에 대한 주제로 김성태 문화평론가의 강연이 있었으며, 2일 날에는 <지금 한국자본주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성공회대 우석훈 외래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또한 마지막을 장식했던 9일에는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의 김진호 연구실장이 <민주화 시대의 미학화된 기독교와 한국 보수주의>라는 문화분야의 주제로 강연회 및 열띈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날이 갈수록 무르익어가는 토론의 분위기와 동 주제에 대한 진지한 개개인들의 고민들은 사회 비판적 담론들이 나날이 퇴색해가는 대학가에 새로운 성찰과 진보적 운동의 분위기를 불어넣는 계기로 활용해보자는 최초 대학원신문사 연대의 목적과 목소리를 같이 하는 내용들이었다. 사람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져 가는 내용들을 구태여 끄집어내 호응을 얻지 못하진 않을까 했던 걱정도 불필요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문제의식에 대한 중요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만 감을 아쉬워했던 최초의 의지가 옳은 것이었다. 

  이 가운데 세 번째로 열렸던 8일의 강연회에는 경기대 사학과 김기봉 교수가 <87체제의 역사화>를 제목으로 강연을 하면서, “87체제도 이제는 역사화 할 수 있는 시기에 왔음”에 대해 중점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덧붙여 87년 체제가 민족, 사회, 이념적 개념과 관련하여 근대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기조발제가 진행되었다. 이날 패널로 참석했던 본교의 사회학과 박사수료 허윤정씨는 “자칫 거대담론으로 치우칠 수 있는 87체제 역사화의 애매함을 민족․사회․이념으로 구분지어 살펴보는 것은 매우 좋은 시도”라고 호응하면서, “발제자는 87체제가 탈민족, 탈이념, 공화주의의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는 말하는데, 어떻게 공화주의를 얘기하면서 탈민족을 말할 수 있는가”라며 다소 총체적이면서 난감한 질문을 강연자에게 던졌다. 동학과 사회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손우정 연구원은 “발제자의 내용은 대부분 공감하겠다”는 일부 긍정의 말과 함께 “그러나 글로벌리즘을 지향하는 오늘날 세계화․다문화 시대에 민족 내 분단의 개념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강연자가 말하는 ‘민족주의’란 무슨 민족주의-미국과 같은 국가주의 인가? 아니면 이란과 같은 저항적 민족주의인지-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보다 본질적이고 날카로운 질문 공세들을 이어나갔다. 당시 토론장과 플로어의 뜨거운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몇 가지 질문들이다. 

  뜨거웠던 토론과 강연들을 뒤로 4일간의 공개 강연 및 토론회는 막을 내렸다. 기획과 시간의 제약으로 더 많은 주제에 대해서 폭넓게 다루지 못했던 것은 어쩐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점이나, 열띈 분위기 속에서 생산적인 논의와 고민들이 충분히 오고 갈 수 있었음은 처음 공동으로 행사를 주체 해본 미숙한 진행자가 느끼게 된 작은 보람이었다. 90년대 중반 이래로 지금까지도 자본과 국가라는 두 개의 권력의 자장에 종속된 채, 낡은 시민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던한 글로벌리즘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병들어가는 우리 지식계에 진보적 실천적 변화를 촉구하는 토론의 장이 이어질 수 있기를 거듭 기대해본다.

제방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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