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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여 만세? 그러나 민주주의여 만세!
조형래(본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신흥대 강사)
[146호] 2007년 12월 03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farewell_i@hanmail.net

민주주의여 만세? 그러나 민주주의여 만세!
-2008학년도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를 보면서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민주주의(democracy)란 근본적으로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이상에 한없이 수렴되려는 지향, 그 자체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상이 현실 정치에서 실현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근접하려는 일반의 의지가 결코 포기되지 않는 상태, 바로 이것이 민주주의에 관한 가장 적실한 정의일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주권은 언제나 일부에게 독점되어 있으며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 또한 제한되어 있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실상이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독점과 제한을 지양하려는 항상적인 지향과 운동으로서 그 존재를 합리화해 왔지만, 문제적인 것은 도리어 이것이 관료화 및 자본주의의 시스템과 긴밀하게 결착되어 권력과 부의 편중을 야기했다고 하는 역사적인 사정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를 합법적으로 보장해 온 제도가 바로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대의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대변(representation)이라고 하는, 인민과 그 대표자 간 관계 성립에 의해 가능해지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매개를 구체화하는 실천적인(practical) 행위가 바로 선거다. 그러나 선거는 주권자로서의 인민이라는 가상의 지위를 개개인에게 일시적으로 확인시키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라는 순간을 제외한다면 모든 개인은 항상 대표자나 국가에 순응하는 상태에 머문다. 대의민주주의는 바로 그러한 기만을 합리화한다고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대표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역시 대개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며 선택의 폭도 협소한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한나라당이든 대통합민주신당이든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경제 및 대외 무역 정책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란 언제나 경쟁의 형태를 취하게 되므로 피선거자 당사자에게는 강렬한 호승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곧 지배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과 같다. 그러한 의미에서 선출되고자 하는 호승심은 권력욕이라는 말과 동일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집단을 선한(good) 방향으로 인도하는 책임을 감수하려는 순수한 동기 역시 그와 같은 권력욕에 포함된다는 데에 역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대의민주주의는 그러한 선거의 승자를 양산하고 그들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것을 합법화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다시피 민주주의의 진정한 동력은 이러한 권력의 독점과 정치 참여의 제한을 아울러 지양하려고 하는 역동성에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부재하는 자국(la corp) 내지 실재(the real)로 유지하면서 권력은 마땅히 교체되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불가능하기 그지없는 이념을 결코 망각될 수 없는 교의로 각인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 유지를 위해 무책임하게 떠들어대는 언론의 무한한 비판 및 내가 아닌 어떤 갑남을녀라도 이 체제를 책임지고 또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무관심과 방기를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어냈다. 역설적인 사실이지만 이러한 비판과 방기, 다시 말해 정치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참여를 포기한다고 하는 이러한 다수의 행동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결함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은 이러한 요인들 덕에 극단적인 파국을 방지하면서 그럭저럭 스스로를 유지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의민주주의의 실상이란 대개 진흙탕 싸움이며 또는 썩은 물에 뿌리내리는 연꽃에 비유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다시 말해 다수의 무관심 속에 권력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수의 엘리트들을 둘러싸고 언론이 비판이라는 이름하에 험담을 퍼부어대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항상적인 상태이다. 그렇다면 2008학년도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부학생회장 선거에서 기호 1번과 2번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일련의 사태는 어찌 보면 그야말로 오래간만에 동국대학교의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특정 후보의 자격 박탈 및 상대 후보의 사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선거 연기 선언 등으로 인해 결국 파행에 이르고 말았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현 총학생회가 인터넷 홈페이지의 성명서를 통해 정면으로 응수했던 것도,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잠적하고 특정 후보에 대해 경고를 남발한 끝에 자격을 박탈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선거에 관한 진정한 의미의 ‘무관심과 방기’라고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을 그들 스스로 더할 나위 없이 잘 실천했던 사례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책임을 맡은 대표자의 위치에 있지만, 그들 스스로 대의민주주의의 부(腐)의 정수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자유를 박탈할 수는 없을 터이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어떤 후보는 현 총학생회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적과 아군을 명백히 구분하면서 선거에 임했다. 그렇다면 학내에도 정당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권을 접수한다면 적, 아니 상대 정당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며 정권을 잡는 집단은 동국대학교 내의 어떤 특정 세력이 되는 것인가? (물론 상대 후보는 이러한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린 나머지 후보직을 사퇴함으로서 방기라는 민주주의적 태도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실천했다. 선거 전부터 그러한 태도를 견지했다면 더욱 훌륭했을 텐데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학생 전체의 대표자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일 터이다. 물론 이것은 과거 적의 전술을 그대로 모방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정당 정치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므로 이것 역시 지극히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학생 대표자라는 중대한 문제에 관해 너무도 무관심했던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 주위를 절묘하게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민주주의인 것이다. 물론 선거 파행으로 인해 아쉽게도 이러한 일련의 민주주의는 동국대학교 내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대의민주주의에 있어서 무관심과 방기란 달리 말하면 주권의 자발적인 위임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꼭 내가 아니어도 돼”라고 하는 자세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없다면 누구도 자기의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지배 계급은 대다수 민중의 이러한 태도에 의해 항상 실리를 취해 왔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대의민주주의에 있어서 ‘대변’이란 사실 이러한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 반대는 바로 “나 아니면 안돼”라고 하는 독선일 터인데, 이러한 독선에 의거하면 상대방에 대한 관용이 허락될 여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다. 다만 피선거자 당사자는 무수한 개인의 포기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기 자신 역시 주권을 위임할 수 있는 개인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대의민주주의는 언제나 주권재민이라는 이상을 지향하는 데 의거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권력의 독점과 제한을 철폐하려는 역동적인 지향을 상실한다면 민주주의는 부패해버린다. 이러한 사실을 부정할 때 역사적으로 파시즘이 출현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2008학년도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부학생회장 선거에 관여했던 모든 학생들은 이 점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치열한 선거전 속에서 지나친 호승심과 독선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들이 품었던 순수한 희망조차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암울한 부(腐) 속으로 함몰시켜버리고 말았다. 사실상 취업학원으로 전락해 버린 대학의 실상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문 연구의 정신을 내세우고 있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엄밀한 성찰과 반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그들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는 그러한 사실을 가장 강력하게 예증한다고 할 수 있다.

조형래(본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신흥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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