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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비용을 오판하고 사회적 의무를 회피한 삼성의 미래는?
허윤정 (본교 사회학과 강사)
[146호] 2007년 12월 03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farewell_i@hanmail.net

   

  삼성의 불법적 경영 방식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중의 하나가 합리적인 상호 교환이익이다. 이러한 합리성을 조직론의 관점에서 교묘하게 운영해오던 삼성이 지금 자신들의 덫에 걸려있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일련의 내부고발은 노조 없이 높은 임금과 혜택으로 최고의 인력을 관리한다는 그들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그 합리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고용방식으로 인해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든 시기가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근대적인 종신고용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개인들은 거대 조직에 대항하는 나름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삼성은 자신들만이 합리적인 선택을 결정하는 주체가 아님을 깨달을 시기가 왔다. 지금까지 삼성은 이러한 불법적 경영에 따르는 사태의 관리비용에 비해 적법한 기업 관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회비용이 매우 적다고 오판하는 잘못을 저질러 온 것이다.
  삼성의 경영권 편법 승계 문제가 다시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로비 의혹이 새로 불거지고, 에버랜드 재판 과정에 있었던 증인과 증언 조작설이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이러한 삼성의 불법 경영 문제는 소위 차떼기로 불리는 불법대선자금, X파일 사건 등으로 여러 번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처하는 삼성의 방식은 여전히 기존의 기업 내부 고발자 대응이라는 구시대적이고 고리타분한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 그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분석해보면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개인적 감정에 의한 보복적 폭로’로 폄하하면서 그를 ‘인격적으로 흠이 있는 배신자’로 몰아 양심선언의 의미를 약화시키겠다는 의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X파일 도청사건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내용의 진실에 접근하기 보다는 부차적인 문제인 폭로의 배경으로 그 관심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삼성공화국, 삼성제국
  2005년을 기준으로 볼 때 단일그룹으로써 GDP의 17%, 국가 수출액의 20%,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3%를 차지할 만큼 삼성이 국가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으며, 국외적인 평가에서도 세계에서 존경받는 100대 기업 중 39위로 선정될 만큼의 거대 기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공화국이라는 단어는 사실 그리 쉽게 쓰일 단어가 아니다. 원래 공화주의, 또는 공화국은 제왕적 통치가 아닌 법치를 근간으로 그 구성원들에게 예속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정치체제를 일컫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은 공화국의 교과서적인 기본 원칙을 따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불변적 원칙을 깨뜨리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저질러 왔다. 정치계와 법조계에 대한 전방위 로비를 통한 사법체계 무력화, 노조 설립의 기미가 싹트는 즉시 회유와 미행 등의 불법적 방법을 통한 원천 봉쇄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법치주의의 실현을 가로 막아온 사례에 대한 정보는 지나칠 정도로 많다.
  이미 삼성은 입법, 행정은 물론 사법, 언론 및 교육 등에 이르기까지 무소불위의 자본 권력,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 왔다. 따라서 삼성공화국 보다는 삼성왕국 또는 삼성제국이라 부르는 것이 걸맞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 전무에게 재산을 증여해 주는 방식은 제왕적 경영 체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1995년 아들 이재용 전무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은 세금을 제외하고 50억 원 가량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07년 현재 이 전무의 재산은 주식 평가액만 2조원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주식의 시가평가액만 따진 것으로 실제 재산 가치는 4조원에서 10조원까지 추산하고 있다. 사업적 수완이나 재테크 능력으로 10여년 사이에 최소 1000배로 불어난 재산을 이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이 전무가 직접 추진했던 사업 중에는 성공 가도를 달린 분야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황손의 엄청난 재산증식에 제국차원의 조직적인 기획과 실행이 동반되었음을 추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건희 회장의 그룹전체 지분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이유는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경영권 승계 작업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부분은 아들에게 넘겨져 있다. 우선 이재용 전무가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있고 에버랜드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삼성SDI와 삼성중공업을, 삼성물산은 삼성SDS와 삼성전자, 제일기획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하위회사들이 다시 에버랜드를 지배하는 순환구조다. 이러한 순환구조를 통해 1% 남짓한 몇 개의 길목을 장악함으로써 특정 계열사가 아닌 그룹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검제의 효과가 과연 있을까?
  삼성은 2005년 이건희 그룹 회장의 고려대 명예 철학박사 수여에 따르는 총학생회 비판과 반발에 대해 “학생들이 삼성에 들어오고 싶어 저러는 것이 아닌가?”(당시 삼성전자 사장)라는 독존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삼성은 자신이 불과 몇 년 전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공적 자금을 받았던 기업이라는 점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1998년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당시 삼성그룹은 자산 약 105조 원에 연 매출액 98조원, 순이익 310억 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자산 약 225조 원, 매출액 약 142조 원, 순이익 약 10조 원을 기록하는 등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현금보유액(현금 및 현금 등가물, 단기 금융상품, 단기 매도가능증권의 합)만도 7조원에 이르는 수익적으로는 세계적 기업이 됐다. 이러한 천문학적 자산의 삼성그룹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면서 면피하고 있다. 즉, 수익적으로는 선진국형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후진국형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검제가 정치권에서 합의된 이후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컴퓨터를 교체하고 내부문서를 파기했다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이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편으로, 검찰의 수사나 특검제가 이미 한 템포 늦었다는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수사의 주체가 누구든지 국민들의 의혹을 시원하게 해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경험적 중론이다.
  사실, 의혹 당사자 중의 하나인 검찰이 분명하게 무언가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특검제를 합의한 정치권도 각 정당들이 삼성의 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원죄가 있고 특검제 자체가 여야 서로에 대한 정치적 득실을 계산한 상호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실질적인 수사의 기대효과를 반감시킨다. 결국 남은 것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판단이다. 국민들은 직감적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생생한 증언이 진실임을 믿는 분위기이고 삼성의 잘못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을 어디까지 어떻게 파헤칠 것이며 어떻게 처리해야 국가경제에 좋은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즉, 이 양날의 검에 감추어져 있는 현실적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 경영방식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함께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곪을 대로 곪은 종기를 그대로 놓아두면 언젠가는 흥통(興痛), 혹취(酷臭)와 함께 터져버릴 것이다. 결국 우리가 전체 사회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당장은 아프더라도 환부를 도려내고, 소독하고, 또 다른 종기의 조짐을 찾아내어야 한다. 따라서 소독의 일환으로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기간동안 국민들이 어느 정도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기업의 불법적 승계를 최소화하는 윤리적 경영체제가 갖추어질 때까지 전담 수사가 진행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근대적인 삼성적 경영방식은 또 다시 몇 번이고 곪아 사회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허윤정 (본교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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