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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공간, 방치된 수업권
공사중인 실내실기실, 쓰레기장 옆 야외실기장, 실기실 없는 불교미술학과... 환경개선 급선무
[0호] 2007년 11월 05일 (월) 박수령 편집위원 sealover80@lycos.co.kr

   
  천장과 외벽공사로 인해 공사현장으로 방치된 동국관 M동 지하 2층 미술학과 실기실  
 
미술학과의 열악한 공간, 실기실을 찾다


이번 대학원신문 제145호의 <눈여겨보기>는 <현장취재>로 다뤄 보았다. 대학원신문편집위원회는 143호부터 문화면 <클로즈업>의 기획기사를 다루면서 그전까지 잘 알지 못했던 미술학과의 실기실을 접하게 되었고 말도 안되게 열악한 환경에서 미술학과 원우들의 창작 활동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미술학과의 네 개 분과의 실기실의 유무와 각 실기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본다. 또한 미대 실기실은 단지 수업이 진행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원우들의 작품 창작으로까지 이어지는 생활의 공간이기에 이런 문제가 단순히 공간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술학과 원우에 대한 처우 문제로 인식하고자 한다.

공사로 인해 빼앗긴 학기의 1/2
동국관 M동 지하 2층에 대학원 미술학과 실기실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 위치한 실기실에서는 서양화과와 한국화과의 실기 수업과 원우들의 창작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하 2층, 습기 많고 환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기다 화장실도 없어 실기실을 이용하는 원우들은 동국관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까지 가야만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불편을 별일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 일이 생겼다. 8월 중반부터 시작된 ‘실기실 내벽 창문 확장 공사’ 때문이다.

 8월 20일 ‘실기실 1’만 우선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우천으로 인해 ‘실기실 1’과 ‘실기실 2’, ‘실기실 3’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9월 1일, 기자재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9월 15일과 22일은 우천으로 인해서 공사가 미뤄졌으며 최종적으로 9월 29일 공사를 맡은 김기택 현장 소장은 실기실 내부 기술적 문제로 인해 공사가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

당시 원우들은 실기실 공사로 인해 발생할 시멘트 먼지가 그림을 망칠 것을 염려해 짐들을 모두 비닐로 포장해놓았고, 공사로 인해 실질적인 수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월 첫 주와 그 다음 주에 걸쳐 창문공사가 마무리 되었고 지금까지도 뜯어진 천정에는 배수관과 파이프가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동국관의 외벽 공사로 인해 실기실은 공사 현장으로 방치되어있다.

강민영 원우 (서양화과 4학기)가 전체적인 공사 일정에 대해 김기택 현장 소장에게 문의하였다. 그러자 김기택 현장 소장은 학교 측에서 10월 20일에 실시되는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전형의 논술 고사로 일정에 맞춰 외벽에 설치된 쇠파이프를 제거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쇠파이프 철거에 전체 공사 인원이 투입되야 하기 때문에 공사 일정이 좀 더 늦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실기실에서 수업을 진행해야하는 미술학과로서는 2008년도 신입생을 위해서 대학원 재학생들이 불편함을 감소해야하는 이런 상황이 여간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졸업 작품을 창작해야하는 원우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인 셈이다.

쓰레기장 옆의 조소과 야외실기장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쓰레기장과 맞닿아 있는 조소과의 야외실기장.  
 
이런 공간으로 빚어진 문제는 비단 서양화과와 한국화과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조소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소과의 특성상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야외실기장은 필수적이다. 대운동장에 붙어있는 쓰레기장, 그 바로 옆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소과의 야외실기장이 있다. 시멘트 바닥에 비를 막아낼 천막, 몇 개의 전등이 야외실기장의 전부이다. 더군다나 학부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에서 원활한 작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작품 창작시에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학술관에 있던 실기실을 현재의 수영장 2층의 실기실로 옮긴 것이 1998년이다. 조소과의 야외실기장은 쓰레기장 옆에 위치해 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쓰레기장과 야외실기장이 맞닿아 있는 것이다. 실기실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할 때부터 쓰레기장을 옮겨달라고 건의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한여름엔 악취가 심해서 원우들이 야외실기장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할 지경이다. 원우들의 건강에 대한 위협마저 걱정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우천시에는 별도의 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가 들이쳐 작품에 사용될 재료, 가령 나무재질의 재료 등은 비를 맞아 쓸 수 없게 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니 이미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다. 또한 장마철에 야외실기장 뒤편 언덕에서 돌이 굴러 떨어질 낙석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전사고가 없는 것이 기적처럼 보인다.

거기다 야외실기장에는 천장에 달린 세 개의 조명만 달려있는데 불가피하게 야간작업을 해야 할 때는 어두운 조명으로 인해 세밀한 작업을 할 수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으니 조소과는 이래저래 불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김동옥 원우 (조소과 4학기)는 다른 것은 그렇다고 해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도난사고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누구나 쉽게 넘을 수 있는 낮은 철문만 교체해도 조소과 원우들이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쓰레기장 이전이 불가능하다면 쓰레기장에 제대로 된 문이라도 설치했으면 좋겠다며 야외실기장과 쓰레기장이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우스개소리를 했다.

김동옥 원우의 이런 우스개소리를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야외실기장과 실내실기실을 둘러보면 조소과
   
원우들이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해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소과 원우들이 사용하는 대학원 실내실기실은 원우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교수실을 원우들의 실기실로 내어주고 더 좁은 공간으로 옮긴 교수의 배려로 생긴 공간이다.

실기실 없는 불교미술학과
국내 유일이라고 할 수 있는 본교의 불교미술학과는 이런 실기실 마저 없다. 수업 자체가 이론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수료 과정 중 창작 활동을 활발히 하여 개인전을 여는 원우들이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불교미술학과에서 실기를 하기 위해서는 학부의 실기실을 사용하거나 외부에 개인 화실을 마련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본지의 8면(문화면)에 연재 중인 <클로즈업>을 기획하면서 만난 조주연 원우 (불교미술학과 수료)는 지금까지 서울대와 홍익대 출신의 작가들이 주류를 이루던 미술계에서 본교 대학원 출신의 작가들이 활발한 활동과 함께 그 작가들의 작품들이 인정을 받고 있는 시점인 지금, 정작 우리는 아직까지 실기실의 열악한 공간 문제나 실습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이런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야 함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개천에서 나는 용
학교의 관련 행정부서에서는 이러한 미술학과의 어려움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를 위해 캠퍼스 기획단 측에 미술학과 실기실에 대한 공간 이전 계획이 있는지를 문의해보았으나 “현재 교내에 공간 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공간 이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과연 미술학과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미술학과에서도 총괄지원팀과 캠퍼스 기획단 등에 칸막이 설치나 수리, 보수에 대한 건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학교 측에서는 아직도 의견 수렴을 약속하기에만 그칠 뿐, 건의에 대한 시정은 오늘날까지 단 한건도 이행되지 않았다.

 미술학과 원우들은 50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낸다. 정확하게 한 학기에 518만원,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서양화과, 한국화과 원우들은 그나마 열악한 환경의 실기실조차 공사로 인해 수업을 전혀 할 수 없었고 수료를 위한 작품 창작도 하지 못했다. 다른 공간을 활용하는 식의 별다른 대응책도 없이, 학기의 1/2을 그냥 보내버린 것이다. 교수들과 원우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모아도 학교 측에서는 학교 사정이 여의치 못하니 우선은 기다리라는 대답만 하고 있다.

그리고 강민영 원우가 총학생회를 방문하여 공간 문제에 대한 성명서를 내기위해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자 총학생회에서는 ‘성명서를 낸다면 적극적으로 도울테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거라’는 미미한 협력의 의지를 비췄다. 과연 어느 쪽이 무리 없는 창작 활동을 애타게 원하는 원우의 마음을 헤아렸을까? 조소과의 야외실기장에 책상과 의자를 놓고 사무를 보라고 한다면 누가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업무를 볼 수 있을지 궁금이다. 아마도 환경 개선을 표어로 내걸고 시위라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어려운 자금 사정과 공간 부족으로 인한 학교가 당면한 문제들을 쉽게 보아 넘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당국이나 관련부서가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스스로 세계 일류를 꿈꾸는 한 대학교의 학과 실습실들이 이렇게까지 대책 없이 방치될 수는 없는 일이다. 본교 미술학과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지금, 개천을 만들어 용을 키워내기보다는 원활한 창작 활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급선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수령 편집위원 sealover_8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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