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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논쟁, 법조개혁은 어디로?
총정원 2천명, 인가기준발표에 각계 반발... 과도한 투자경쟁으로 후폭풍 예상도
[0호] 2007년 11월 05일 (월) t손상민 편집위원 neo7796@hanmail.net

 
로스쿨 인가 시 쓰게될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전용건물(만해관)에는 리모델링 비용만 90억원이 들어갔다.  

지난 10월 30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는 2009년 3월 개원 예정인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심사 기준을 확정․발표했다. 총입학정원 1,500명에서 2,000명으로 수정된 이번 심사 기준안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발언에 맞춰 전국을 5대 권역(서울, 경기, 인천, 강원/ 대전, 충남, 충북/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광주, 전남, 전북, 제주)으로 나눠 인가한다는 방침과 세부 인가 기준에 대한 점수 배점이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총정원으로 빚어진 갈등의 양상은 각 학교의 이해관계에 따라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이미 국․공립대총장협의회 및 사립대총장협의회가 발표한 로스쿨 집단 보이콧 방침에 대해 15개 지방대가 막판에 등을 돌린 데다, 최근 5년 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포함시키겠다는 교육부 방침이 또 한번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들의 이해관계를 갈라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겉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각 대학이 처한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교 역시 로스쿨 설립 인가를 준비하는 수도권 사립대학 중 하나로 이러한 상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교육부가 제시한 총정원 2,000명과 최근 5년 간 사법시험 합격자 수 등을 고려할 때 본교의 로스쿨 유치 가능성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로스쿨을 둘러싼 쟁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로스쿨을 준비하는 본교 상황은 어떠한 지 하나씩 짚어본다.

정원 문제- 1500명이냐, 4000명이냐
로스쿨 총정원 문제는 태풍의 ‘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들이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로스쿨 인가 대학 수가 총정원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최대 150명, 최소 80명 정원으로 따져볼 때, 총정원이 늘지 않으면 신청한 47개 대학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가 탈락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대학 당 정원을 평균 100명으로 할 경우 로스쿨 유치 대학이 1,500명 정원일 때 15개대에서 2,000명일 때 20개대로 늘어나고, 평균 정원을 80명으로 할 경우에는 25개대까지 늘어난다는 점에서 각 대학들은 총정원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현재 교육부가 수정․발표한 2,000명의 정원으로 설립 인가가 가능한 대학 수는 약 25개 대학으로, 여기에 권역별 할당을 고려하면 가장 첨예한 경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25개 대학이 총정원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교육부가 제시한 1,500명이나 2,000명으로는 그 해 시험 합격률을 최대 80%라 한다고 치더라도 연간 배출 규모가 1600명 안팎에 그쳐, 현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과 별반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변호사 1명당 7,300명으로(2004년 기준) OECD 30개 국가 중 꼴찌인 우리나라의 법조인 수를 대폭 늘리자던 본래 취지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문제는 교육부의 총정원 산출 방식에도 지적됐다. 교육부가 근거로 제시한 OECD 국가의 1인당 법조 인구수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어 전체 수준을 낮췄을 뿐 아니라, OECD 평균에 이르게 되는 2012년이 2006년 평균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그 사이 증가하는 법조인 수는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또한 교육부는 로스쿨 총정원과 관련해 모두 9곳으로부터 의견을 받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은 배제하고 변호사 단체와 사법개혁위원회의 의견만을 위주로 결정해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교육부 발표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사항’에서도 “사시 합격자 수 이상으로 총 정원 증가”를 주장한 16명의 사개위원 중 7명의 의견을 빼버려 입맛에 맞게 선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교육부가 제시한 총정원에 반발해 현재 사립대총장협의회는 3200명이상,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는 3600명 이상, 참여연대는 4000명 이상의 정원을 주장하고 있다.

투자 경쟁- ‘치킨 게임’이 따로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대학들의 과다 출혈 경쟁이다. 현재 로스쿨 유치를 준비 중인 대학은 전국 98개 법과대학 가운데 서울 21개, 경상 8개, 충청 7개, 전라 5개, 경기․인천 4개, 강원 1개, 제주 1개 등 절반가량인 47개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로스쿨 유치를 위해 시설투자비만 2,000억 원을 넘게 썼으며, 향후 투자 예상비용도 이를 능가한다. 대학들은 “로스쿨 선정에서 떨어지면 이류, 삼류 대학으로 전락한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작게는 수십억에서 크게는 수백억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지방대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조선대의 경우 시설투자에만 433억 여원을 썼고 120억 원을 더 쓸 계획이다. 중앙대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대학으로 시설 투자에만 200억 원을 들였다.

평가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하는 법대 교수 유치에도 열을 올려 올해 하반기에만 230여 명의 법대 교수가 신규 채용되었다. 이 중 3분의 1은 고액 연봉을 약속받은 실무 교수들이다. 이 와중에 벌어진 대학 간 법대 교수 빼오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대 12명, 고려대 16명, 성균관대 10명 등 상당수 대학들이 두 자릿수의 신규 교원을 채용하면서 하위권 대학의 교수들을 스카우트해갔다. 불가피하게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겨 받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본교 법대 교수도 한꺼번에 4명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개강 첫 주 수업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47개 대학 모두가 로스쿨을 유치할 수 없기 때문에 탈락한 대학이 입게 되는 손실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대학들은 이러한 ‘치킨 게임’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가? 가장 큰 이유는 로스쿨 유치에 실패하면, 곧 삼류대학으로 평가받는다는 것과 반대로 로스쿨 유치에 성공하면 명문대로의 도약 기회를 얻는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에서의 법 처리 지연으로 개교 시기가 1년 연기된 것과 추가 선정 없이 한꺼번에 일괄 선정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이 더해져 대학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몰아갔다.

본교 상황- 150억원 투입
유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에 혼신을 다하는 타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본교 역시 로스쿨 유치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예산만 총 150억원 이상으로, 2,500평 규모의 로스쿨 전용 건물 리모델링 비용 90억원, 법학도서 구입, 신규 교원 증원, 해외대학 교류 확대 등에 30억원을 투입했다. 학교는 앞으로도 3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이사회는 고(故)이순희 할머니가 평생 삯바느질로 모은 30여억원 상당의 토지를 로스쿨 재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활용할 것을 결정하기도 했다.

신규 교원 확보에도 힘을 쏟아, 실무교원 4명을 포함한 6명을 신규 임용해 현재 27명의 교원이 확보된 상태다. 로스쿨 인가기준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인 특성화 부문에서는 친디아(Chindia=China+India)법 분야와 경찰행정학과를 연계한 국제사법 분야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본교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중국 해양대학, 중국 중남재경정법대학, 미국 알마니로스쿨, 인도 네루대학 등과도 교류 협정을 맺었다.

이밖에도 총장을 단장으로 한 법학전문대학원설립추진단을 구성하고, 불교계의 지원을 약속 받았으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얼마 전 붉어진 신정아 사태로 학교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데다, 교육부가 최근 3년 내 제재를 받은 대학들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고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 씨 사건으로 학교가 수혜한 지원금을 조사받은 적이 있는 본교로서는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은 현재 20위에 머물고 있는 본교로서는 유리할 게 없는 데다, 지역할당제는 다른 수도권대학들과의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로스쿨 신청 마감은 오는 11월 30일이다. 교육부는 총정원을 둘러싼 여러 단체들의 반발에도 현재의 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청회 한번 없이 진행된 로스쿨 인가 문제는 여전히 도마 위에 올라있다. 각 대학의 이해관계를 떠나 총정원 2,000명은 사법개혁이라는 애초 취지와는 전혀 무관할 뿐만 아니라, 로스쿨 신청을 위해 엄청난 물량을 투입한 대학들이 탈락할 경우 감당해야할 후폭풍은 또 한 번의 파란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현 진흙탕 싸움에서 법률 서비스 개선과 다양한 배경․소양을 갖춘 전문 법조인 배출이라는 취지는 무색할 뿐이다.
손상민 편집위원 neo77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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