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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극장
<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를 열다>
[145호] 2007년 11월 05일 (월) 조현진 (극작가) rotcxxx@korea.com

   
   
덩치 큰 기도, 몰래 숨어드는 꼬마들, 촌스러운 극장 간판, 오징어와 양갱을 팔던 아저씨, 티켓을 끊어주던 무뚝뚝한 아줌마, 차르르하고 필름이 돌아가던 소리, 단속반, 금연, 탈모, 동시개봉……. 지금은 상상도 못할 만큼 부산스럽던 극장 풍경들.

극장만이 유일한 여흥공간이었던 시절, 그 곳엔 영화도, 노래도, 춤도 있었다. 몇몇 오래된 극장의 스크린 앞에 남아 있는 극장쇼 무대는 그때를 증언해주고 있다. 함께 어울려 울고 웃었던 여흥과 정취는 영화왕국 ‘충무로’의 상징이었다.

그 시절의 풍경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그때의 관객들은 아직 남아있다.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우리를 바로 그 그리운 시절로 보내 줄 시간여행이다. 처음 충무로국제영화제 개막공연 대본 작업 참여를 제의받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충무로국제영화제? 영화제는 이미 포화상태 아닌가? 고전? 고전이 재미있을까? 개막식의 통상적 순서인 개막작 상영이 없고 그 자리를 개막공연으로 대신하겠다고?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처음부터 어딘지 수상하고 엉뚱하게 느껴졌다.

영화제의 막을 여는 개막공연,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 고전 영화 속으로 초대할 것인가? 공방이 오갔던 것 중 하나가 고전이 재미있냐는 것이었다. 고전하면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충무로국제영화제의 고전은 오래 된, 그리고 지금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매우 넓은 의미의 고전을 뜻한다. 이번 충무로 영화제는 신작 중심의 다른 영화제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면서 고전이라는 큰 그릇 속에 어느 영화제 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영화들을 담아내고 있다.

‘CHIFFS 매스터즈(동시대 감독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바치는 섹션이다. 올해는 영국 출신 할리우드 감독 존 부어맨의 대표적인 장편 8편과 다큐멘터리 한 편이 상영된다.)’, ‘한국영상자료원 소장 불완전판 복원 상영’, ‘도쿄국립영화센터의 최근 단편 복원 모음전’, ‘또 하나의 영화 대륙 : 호주영화사 특별전’,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 작가-담가명’, ‘무성 영화의 향연’, ‘한국 영화 추억전 #7’, ‘충무로 ON 충무로’ 등 10 개의 섹션을 통해 무성영화부터 최근 신작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펼쳐진다.

   
   

이처럼 충무로 영화제가 다양한 섹션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특정한 타깃이 없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영화 마니아부터 일반 대중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영화제이인 것이다.

‘한국 영화 추억전 #7’에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루치 아라치’와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등의 영화가 마련 되어있으며 ‘공식초청부문’에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와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영화들이 포함 되어 있다. 영화관과 소원해졌던 중장년층에게도 추억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30주기 추모전, 장국역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담가명 감독의 ‘열화청춘’ 그 외 신성일, 남정임 등 폭 넓게 사랑 받았던 스타들을 볼 수 있는 작품 또한 준비되어 있으며 상영 전 무대인사에서 오랜만에 추억의 스타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기쁨도 있다.

또한 이번 충무로 영화제는 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코미디, 공포, 다큐멘터리, 뮤비컬 등 전 장르를 포괄하고 있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취향을 지닌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흥미로운 것이 아직 우리에겐 낯선 뮤비컬 영화들을 다룬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 장르-뮤지컬’ 섹션이다. 1930년대 일본 사무라이 뮤지컬을 시작으로 2000년대 인도 발리우드까지 다양하고 흥겨운 아시아 뮤지컬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즐거운 기회가 될 것이다. 뮤지컬 영화의 불모지라해도 다름없는 우리 나라의 뮤지컬 영화 ‘청춘쌍곡선’ 또한 상영된다. 또한 ‘무성영화의 향연’ 섹션의 세계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실루엣 애니메이션인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 역시 흥미롭다. 영화음악가 정용진씨 작곡의 곡과 어우러져 야외상영 되기에 더욱 그 기대가 크다.

서울의 중심에서 영화와 축제가 만나다?

제 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이다. 영화 선정 과정에서도 엿보이듯 이는 영화제가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한 영화제, 영화 마니아들만의 것이 아닌 지역 축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충무로 영화제에는 유난히 부대행사가 많다. 특히 일반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개막 축하 공연인 ‘충무로 연가’, 음악과 야외상영이 어우러지는 ‘남산 공감’과 ‘청계 낭만’, 영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펼쳐지는 ‘충무로 난장’ 등 충무로 영화제에서의 축제는 영화제의 부대행사가 아닌 또 한명의 주인공이다.

충무로 영화제의 키워드인 발견, 복원, 창조. 사실 고전 영화중에는 다시 보면 유치하고 촌스러운 작품들도 있다. 그러나 고전 영화의 가치는 영화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견과 복원이란 단순히 옛 영화를 복원하는 것만이 아닌 그 안에 함축된 열정과 순수, 꿈, 모험 등을 포함한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은 명절만큼이나 큰 행사였다. 여름 방학 때 한번인 그 연례행사는 우리들에게 축제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영화관에 가는 것은 대단한 자랑거리가 못 된다. 별 생각이나 계획 없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자판기를 누르듯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다. 집에 앉아 십여 분만 투자하면 온갖 불법적 방법들을 이용해 보고 싶은 영화를 다운 받아 몇 번이고 재생시킬 수 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굳이 영화관에 갈 필요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화관에 간다.

영화가 산업화 될수록 우리 동네 극장들은 사라지고 충무로엔 강아지와 오토바이만 늘어나니 기이한 일이다. 충무로의 영화 기획사들은 간데없고 국도 극장을 비롯한 많은 극장들, 얼마 전에는 스카라 극장마저도 주차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세월의 흐름이란 말로는 달래지지 않는 쓸쓸함을 안겨 준다. 이 가을 영화던 축제던 충무로 영화제에 잠시 들른다면 그 쓸쓸함을 달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현진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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