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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1 : 자율화 vs 정부주도 평준화
유창선 (시사평론가)
[145호] 2007년 11월 05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farewell_@hanmail.net

 

 

 

 

 

 

 

 

시장원리 자율화 vs 정부주도 평준화


17대 대선 쟁점으로 부상한 교육정책

우리 사회에서 교육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고교평준화와 ‘3불 정책’으로 대표되는 현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17대 대선에서 탄생할 정부에서의 교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교육정책의 방향이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 ‘3불 정책’ 수정 예고
이미 교육정책은 대선정국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계기가 된 것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발표한 교육정책 공약. 이 후보는 특성화 고교 확대와 대학입시 자율화를 뼈대로 하는 교육정책 공약을 일찌감치 발표했다. 이 후보의 교육정책은 고교평준화 제도와 '3불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이 후보의 교육정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공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확실히 끊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가치 아래,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5대 프로젝트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5대 실천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대학입시의 완전 자율화를 목적으로 하는 ‘3단계 대입 자율화’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 등 ‘2불 정책’은 사실상 폐지된다. 특성화 고교 300곳을 만들겠다는 것도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에는 자율형 사립고 100곳 신설이 포함되어 있다.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도 공약했다. 고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후보가 발표한 교육정책은 현정부 교육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것이다. ‘평등’ 보다는 ‘경쟁’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만큼 이 후보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대선후보들 간의 논란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동영 후보, 평준화 보완 기조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자율형 사립고 설립 공약이 학벌세습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하며, 그대신 234개 시·군·구에 우수 공립고를 1개씩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특목고와 자사고와 같은 교육환경을 일반계고에 확대시키고, 특목고는 입시가 아닌 설립취지에 맞게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 후보가 밝힌 교육정책의 큰 방향은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3불 정책’은 유지되어야 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성은 ‘초중고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정부의 방향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특히 “집권하면 2008년 정부·학부모·교사·전문가·시민사회·여야 정당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혁명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명박·정동영 두 후보의 교육공약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다”는 목표는 동일하면서도, 방법론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로 상반된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 후보는 “가난한 학생이 공교육을 통해 역전의 기회를 잡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정 후보는 “가난한 학생도, 부잣집 아이도 똑같은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3불 정책’에 대한 입장차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국현-권영길도 이명박 공약 비판
문국현 예비후보도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문 후보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 정치인들도 잘못이지만 특권교육을 강조하는 ‘이명박식 교육’도 잘못된 것”이라며 ‘기회균등 선발제’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교육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기회균등 선발제’를 통해 빈부와 출신 지역 등 배경을 보지 않고 학생을 골고루 선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이명박 후보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과 각을 세웠다. 또 문 후보는 ‘3불 정책’을 유지하되 국가표준 학력검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를 지원하는 상향 평준화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을 주요 골자로 한 ‘3· 3 ·3’ 교육공약을 발표했다. 권 후보는 “공교육은 붕괴상태로 몰려가고 있으며 서열화된 대학 구조에서 일류대 학벌은 성골이나 진골이 되는 비극적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이같은 교육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교육 평준화와 무상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후보는 “현행 3불제를 강화하는 한편 사교육비, 입시, 학벌 등 교육 3적과의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학평준화를 위해 통합전형, 통합학점, 통합학위 등 일명 ‘3통 정책'을 전면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을 골자로 한 민주노동당의 7대 공약사항도 발표했다. 권 후보의 교육정책은 ‘3불 정책’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현정부의 교육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진보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교육공약의 내용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이 후보는 ‘교육차별 등 차별없는 사회’ 를 만들어 내겠다며, 특히 정보격차 및 교육 차별에 따른 불평등 고착화를 해소하고 외국어교육에 힘을 쏟겠다는 점만 밝히고 있다.

자율화 vs 평준화 대결구도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주요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은 크게 보아 ‘자율화 실현’ 대 ‘평준화 강화’라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까지의 대선구도가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의 구도로 전개되는 측면이 있듯이, 교육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의 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3불 정책’에 기초한 현정부의 평준화 위주 정책을 계승할 것이냐, 아니면 ‘3불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학교자율에 따른 수월성 교육을 강화할 것이냐 하는 입장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자사고 확대 및 특성화고 신설 공약을 다른 후보들이 ‘귀족학교' 정책으로 비판하자, 자사고 정원의 30%를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자녀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자사고가 결코 귀족학교가 아니고, 오히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사교육비 부담없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 논쟁, 후보들의 이념과 가치 반영
교육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큰 것은 역시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표에는 생각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그러한 목표로 가기 위한 방법이 상이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교육정책 논쟁은 단순히 교육정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각 후보들이 갖고 있는 이념과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 그에 따라 시장주의 원리 위에서 경쟁을 강조하느냐, 정부주도 원리 위에서 평등을 강조하느냐 하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각 후보들의 교육공약에 대한 이해와 평가도 그러한 거시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기조의 교육정책이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른 후보들은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이 우리 사회에서 상위 5%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중산층들 경우 현재의 평준화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불 정책’에 대한 판단 자체가 찬반으로 확연하게 나누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의 흐름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게 될지 아직 불확실해 보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현재의 교육정책이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정책의 미래가 결국 정치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어떤 정책이 필요한 것인지, 결국 판단과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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