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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조정, 통폐합인가 선진화 방안인가
제방훈 편집위원
[144호] 2007년 10월 01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farewell_i@hanmail.net

 지난 달 21일 오후 정부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층과 10층에 있는 브리핑룸에 대한 철거공사를 시작했다. 기존 2개 시설 가운데 1개가 이미 철거된 5층 브리핑룸은 통일부 행정자치부 교육인적자원부 등이 함께 쓰고 있고, 10층 브리핑룸은 총리실 홍보청 법제처 등이 사용하고 있다. 지난 달 27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1일부터 정부중앙청서 별관(외교통상부 청사) 1층에 마련된 통합 브리핑룸에서 모든 브리핑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현재 홍보처는 정부중앙청사를 이용하는 출입기자들에게 추석 연휴 직후인 27, 28일께 외교부 청사에 마련된 통합기사송고실로 옮겨 줄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태다.

  정부부처와 기자들 간 갈등 본격화
  지난해부터 갈등은 이미 초읽기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오던 기자실통폐합 문제가 또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글자그대로 기자실 통폐합을 둘러싸고 정부부처와 기자들의 갈등이 본격화 된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3주년을 맞아 청와대와 홍보처 관계자들이 모여 중간 점검하는 과정에서 ‘당초 취지가 많이 흐트러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하며 개방형 브리핑제로 대체되어야 할 기자실 통폐합의 당위성을 역설하였다. 이 방안은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의 핵심 관계자 10여명이 노무현 대통령의 의견을 토대로 만들게 된 것이다. 국정홍보처는 기자실 통폐합을 통해, 효율적인 취재를 지원하고,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대신에 전자 브리핑 시스템을 도입해 브리핑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물론 기자들의 반응은 시종일관 기자실통합에 관한 건 전면 백지화였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달 21일 정부부처는 세종로의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 대한 철거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정부부처는 “더는 기다려 줄 수 없다”라고 일침을 놓았으며, 기자들은 “추석 연휴기간에 철거를 강행한 꼼수다”라며 반대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첨예화 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기자들은 현재까지 정부의 기자실통폐합 조치를 전면 백지화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달 19일 정부중앙청사 출입 5개 부처 기자 대표들은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조치에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정부의 기자실 이전 요구를 거부키로 했다.

  누가 옳은 것인가?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근본적으로 누구의 의견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시비도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정부 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기자들의 관행을 척결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니 그럴 것도 같다. 또한 보수언론의 거침없는 정치론적 비판과 논조에 언제까지 놀아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온 구독자들이 있었다면 정부가 제시한 통합 브리핑룸에 의한 정보의 수용이 오히려 더 효율적이고 중립적일 수도 있겠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기자들이 직접 취재를 하는 관행을 깨고 일방적인 브리핑에 의한 기사작성의 형태는 말 그대로 정부가 불러주는 내용에 대한 ‘받아쓰기’의 형태를 초래하게 되진 않을까하는 근심도 있다. 이에 “국민의 알 권리 침해의 소지가 있다”, “5공 때에 조장된 언론 탄압에 다름 아니다.”라는 비탄의 목소리까지 이미 이어지기도 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정부당국에도 이유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언론에 대해 “특권과 유착, 반칙과 뒷거래의 구조를 청산하는데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는 집단”이라고 말하며 기자들의 관행을 비판한 바 있다. 이렇듯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사들과의 관계는 대부분의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정도로 걱정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긴 했다. 정부당국이 얘기하는 기자들 내부적 관행에 대한 비판에도 이유는 있다. 이는 우선 기자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회의론에서 논의는 시작된다. 몇몇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언론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또한 보도 자료들은 자신들이 가공하고 다른 기자들과 담합하여 여론을 이끌어 가기도 해왔다는 것이 기자실로 빚어지는 기자들의 그릇된 관행이라 지적되는 내용들이다. 심지어 이러한 기자실에는 소위 메이저급의 일간신문들의 기자들이 판을 치고 풀뿌리 신문이나 마이너 신문사들은 메이저들(?)의 동의를 구하고 출입을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지적도 붉어져 나왔다. 이러한 관행에 대한 청산을 위해서는 통합 브리핑룸에 의한 기사작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기자들의 임의에 따른 정부부처 출입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편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다고는 판별하기는 힘든 일이다. 양측의 주장이라는 것이 너무나 대립구도를 띄고 있으며 시간이 흘러도 단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당국과 기자들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뉴스의 생산구조와 공중에 대한 언론의 영향력과 시스템적 측면 대한 언론학적 조명을 통해서라면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탈사실의 시대, 바르게 알리고 바르게 알자
  사회현상들 속에서는 우리가 직접 경험했던 사실들에 대해서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다. 그것은 우리가 겪어온 ‘사실’, ‘진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은 우리의 생활과 행동반경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극히 제한된 일들이다. 나머지는 글과 영상으로 ‘재구성된 사실들’을 신문과 방송으로 부터 나오는 뉴스라는 포맷을 통해 전해 듣는다. 그 뉴스라는 것이 사실과 같을 수도 있지만 사실의 일부분일 수도 있고, 혹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우리가 의식하던 모르던 간에 우리는 탈사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뉴스라는 것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저마다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개개인들에게 사회적 정체성을 자각할 수 있게 해주며, 정보원이 수용자에게 소식을 전달함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약속이 된 바 있는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양식과 형태가 다름 아닌 뉴스인 것이다.
  한 언론학자는 사회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해 냈다. 신문과 방송에서 중점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었던 내용들과 수용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회적 안건들이 일치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언론학에서는 매스미디어가 의제를 설정하는 이러한 현상을 언론의 아젠다 셋팅(Agenda setting)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미디어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요하다고 보도하는 주제 즉, 미디어의 의제가 공중에게도 중요한 주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는 1차적인 효과이며 보다 강력한 2차 효과를 유발하는 전단계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언론의 점화효과(priming effect)와 틀짓기 효과(framing effect)가 그것이다. 효과의 이름이야 어쨌든 결국 우리는 언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등한시 하게 된다.
  또한 의제는 상호 경쟁적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언론조직 내부의 케이트키핑(gate keeping)과정이라고 알려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미디어 의제가 ‘개별적인 언론사 내부의 뉴스 결정 과정 내에서’ 상호 경쟁적인 속성을 지닌다는 특징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이슈를 강조해서 보도할 경우, 이 상이한 이슈들은 상호 경쟁적인 미디어 의제가 된다. 선택성(selection)과 현저성(salience)의 성격을 갖는다. 선택성은 뉴스의 내용에 포함된 항목들 가운데서 어떠한 내용들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문제이며 현저성은 어떠한 의제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느냐에 관한 내용이다. 과연 탈사실의 시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어느 언론학자의 지적대로 저널리즘의 첫 번째 원칙은 “저널리즘은 시민을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들은 기자들이 속한 언론사주의 이익을 대변하여서는 안 되며 보도 자료를 전하고 브리핑을 주관하는 정부당국은 진실을 시민들에게 전달함에 있어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기자실을 통폐합할 것이냐 통합 브리핑룸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시민들에게 어떻게 ‘사실’을 ‘사실 그대로’ 또한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고민으로 축소시켜야 한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정부당국에서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통합 브리핑 형태에 의하면 기자들은 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이를 수용하는 국민들은 정부당국이 중요시 다루는 의제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말에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당국의 자신의 잘못을 얼마나 잘 이야기 해줄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뉴스 의제가 상호경쟁적이라는 성격을 갖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각각의 언론사들이 진단하는 문제점과 시각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정보에 대한 수용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언론들을 비교하고 서로의 논지들을 조합해서 특정 이슈에 대한 고유의 스키마를 형성해 간다. 하지만 이마저도 통합 브리핑룸에 따른 뉴스 구성의 현실 속에서는 비교할 정보의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 판단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려질 것인지 역시 국민이 판단할 몫으로 돌려야 함이 옳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탈사실의 시대 속에서 사실을 ‘사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보다 넓은 길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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