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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머신, 노 바잉_리폼! (No Machine, No Buying_Reform)
포스트모더니즘을 향한 나만의 형상화를 추구한다
[144호] 2007년 10월 01일 (월) 제방훈 편집위원 rotcxxx@korea.com

   
   
 
낡은 청바지를 오려내고 꿰매어서 치마를 만든다. 손잡이를 떼어내고 하이그로시시트지나 메탈시트지를 붙인 씽크대는 새로운 제품으로 멋스럽게 다시 태어난다. 평범한 핸드폰은 싫다. 리폼스티커를 핸드폰에 붙이던지 매니큐어를 사용해서 핸드폰의 폰케이스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나만의 물건이다. 이른 바 리폼의 시대가 도래되었다.

리폼(Reform)은 낡거나 오래된 물건을 새롭게 고치는 일로서, 일반적으로 유행이 지나 잘 입히지 않는 옷을 새 옷으로 만들거나 기성품을 변형시키는 일 등을 말한다. 남들과 같음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가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씩은 도전해 보는 평범을 거부하는 발칙한 상상력. 싹둑싹둑 가위질 몇 번으로 또한 이리저리 바느질 몇 번으로 옷이나 물건의 분위기를 180도 바꾸어버리는 리폼. 이러한 리폼은 인테리어, 가구, 패션, 악세사리, 전자제품이나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전국이 때 아닌 리폼 열풍에 휩싸였다.

생활 속 다양한 리폼의 모습
리폼 디자이너 박진영씨. 그녀의 리폼 철학은 사람마다 얼굴과 이름이 다르듯 같은 옷을 입을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옷에 관한 리폼을 예로 들어보자. 새로 구입한 옷의 바짓단이나 허리 사이즈가 맞지 않을 경우 그리고 찢어진 바지에 옷감을 덧대어 꿰매어 입을 경우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사실 리폼이라는 것이 작게는 이와 같은 간단한 수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개개인의 체형과 스타일까지 고려해 변형하면 개인 맞춤 디자인이 되는 것이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리폼은 개개인들의 취미생활로도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리폼을 이용한 사업도 인기리에 있다. 이렇듯 리폼에 대한 여러 가지 광고나 기획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 ‘2007 동대문패션축제’에서 볼 수 있었던 리폼 서비스는 눈여겨 볼만 하다. 지난 달 6일 이틀의 여정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비즈니스·문화·관광의 명소인 동대문에서 열렸던 ‘2007 동대문패션축제’에서는 낡은 옷을 고쳐주는 ‘리폼 서비스’행사가 진행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리폼서비스는 싫증나거나 못 쓰는 생활 소품(옷·신발·가방 등)이나 새롭게 바꾸고 싶은 의류들을 리폼 전문디자이너가 다른 모습으로 새로이 만들어 주었다. ‘2007 동대문패션축제’에서의 이번 리폼서비스는 낡은 옷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서비스를 통하여 동대문패션상권으로의 재방문을 유도하였으며, 구입한 신제품에 대하여도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과감한 페인팅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왜 사람들은 리폼에 열광하는가?
과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리폼에 열광하게 하는가? 개성을 강조하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리폼은 가히 환영받는 아이템이다. 이러한 리폼의 인기에 대한 원인은 새롭게 대두된 세 가지의 소비패턴에서 답을 구해볼 수 있다.

먼저, 빈티지(Vintage)란 원래 와인을 평가하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오래되면서도 무척 뛰어난 최고의 와인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빈티지의 의미는 오래된 제품 중 명기로서 그 당시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성능과 가치를 인정받는 제품들을 일컫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요구마저 충족시킬 수 있으니 리폼을 원하는 이용자들은 다분히 일석이조의 행복을 충족시키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자신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추구하는 틀을 거부하는 패션 DYI족들의 등장도 리폼에 대한 호응으로 연결된다. 직접 자신의 옷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일 사람들. 즉, 패션 DIY(Do It Yourself?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기성품들을 변형하는 리폼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자기 손으로 직접 형상화하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셋째, 리폼은 새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데에 장점이 있다. 오래되고 낡은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물건을 사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를 위해 간단한 부품과 함께 모양에 변형을 주거나 색깔을 바꾸면 새것과 같은 느낌과 성능으로 낡은 물건은 재탄생한다. 리폼이 새로 사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경제적이며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간단한 부품이나 색상을 바꾸는 과정을 통해 기성품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형시킬 수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무에서 유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해체주의의 형상화, 리폼
오래되어서 안 입는 옷들을 다시 원단으로 살리는 것, 여러 가지 물품들이 재료로 환원되어 다시 그것들로 부터 새로운 제품들이 탄생되는 것을 가리켜 리폼은 해체주의와의 연결도 가능하다. 앞서 20세기 전반기의 대표적인 문화사조인 모더니스트들은 예술에 있어서 유토피아는 곧 예술의 순수성으로 이어지는 구조주의의 절대 가치를 전제로 해왔다. 1970년대부터 구조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어난 탈구조주의의 움직임에서 해체주의의 근본은 시작된 셈이다. 나아가서 해체이론은 서구 철학의 중심이 되어온 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영역의 해체를 주장함으로서, 철학/문학/예술 등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이러한 해체이론은 예술은 물론 현재 문예비평이나 건축 등에서도 수용되고 있다.

리폼의 대세를 구조주의가 한물가고 해체주의로 간다는 것에서 찾고자 함은 우매함을 넘어선 용감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과 이상향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리폼, 그것은 자신의 개성을 자신만이 갖는 고유한 물건으로 표출하고 싶은 표현의 욕구이며, 고쳐 입는 검소한 생활습관과 절제를 통해 보다 여유로운 내일의 청사진을 꿈꾸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손수 만들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픈 누군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기도 하다. 청바지를 찢어내 짧은 나노청치마를 만드는 숙녀부터 떨어진 단추를 다른 모양의 것으로 새로이 바느질해 만들어내는 어머니들에 이르기까지 ‘해체’의 동기와 스타일도 각양각색인 리폼. 이처럼 사람들이 리폼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한 문화 코드의 시대적 진보만이기를 거부한다. 그것은 우리 삶에 대한 표현의 욕구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정성, 이 모든 것이 아우러진 문화적 결정체 그 이상의 것이다.

제방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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