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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디워>, 15년 B급 장인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자
정영권(영화평론가)
[143호] 2007년 09월 03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farewell_i@daum.net

  이제 와서 <디워>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 머쓱하고 맥 빠지는 일이다. 논란이 예상되었던 시점은 이미 영화 개봉(8월 1일) 전이었으며, 논란이 극에 달한 것은 <MBC 100분 토론>이 이 영화를 주제로 다루었던 8월 9일 직후였다. 그 이후 8월 중하순을 기점으로 <디워> 논란은 한풀 꺾인 상태이며, 흥행성적도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또 다시 <디워>를 논하는 것이 한참 ‘뒷북’임을 나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달 가량 이어진 ‘<디워> 사태’는 한국영화계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이것은 단지 한 영화에 열광적인 네티즌(관객이라는 말을 쓰기는 어렵다. 그들 모두가 이 영화를 봤을 것 같지는 않다)과 혹평을 가한 평론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 끝도 없는 비난과 욕설의 과정 속엔, ‘천대’ 받던 영화감독에 대한 옹호 차원을 넘어 충무로로 대변되는 한국 영화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저주하고, 그 울분의 감정을 바깥으로 돌려 할리우드를 삼켜 버리자는 가장 저열한 형태의 ‘주변부 애국주의’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점점 논의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은 <디워>라는 영화 그 자체이다.
  물론, 한 편의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순진한 발상이다. 산업과 문화의 산물인 영화를 미학적 완성도의 측면에서만 보는 것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디워>가 어느 정도의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이 논란의 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평가를 하자면 <디워>는 재미있는 영화이며, 대단히 흥미로운 영화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하듯이 스토리가 빈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A급 블록버스터의 외양을 갖추고 있을 뿐, 철저한 B급 영화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B급은 물론 영화가 ‘후지다’는 뜻이 아니라, B급 영화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형래는 지난 15년 동안 바로 이러한 B급의 감수성으로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를 심형래 영화의 오랜 전통 속에서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 이 말이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보자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왜냐하면 심형래는 자신을 제임스 카메론이나 피터 잭슨과 동급쯤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할리우드 수준의 A급 블록버스터 감독이 되기를 진심으로 욕망하며, 그의 말을 들어보면 다 된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미안한 이야기지만 <디워>의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디워> 옹호자들이 그토록 찬탄해 마지않는 CG 기술은 이전의 한국영화와 비교해 볼 때 놀랄만한 성과이지만 할리우드의 최첨단 테크놀로지에 비하면 대단한 것은 아니다. <디워>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처바른 할리우드와 단순 비교할 수 있느냐며 ‘한국영화’ <디워>를 옹호하지만 바로 그 사람들이 불과 한 달 전 <트랜스포머 Transformers>를 역대 외화 흥행 랭킹 1위에 올려놓는데 중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골수 ‘한국영화 팬’들이 한국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영화를 봤다고 뭐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성과를 국가 대 국가의 대립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자본과 기술, 노동이 초국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대에 그리 합당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심형래는 수차례 100% 국내 CG 기술을 강조했지만 도대체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단 1%의 외국 기술이나 단 한 명의 외국인 기술 스태프라도 끼어 있다면 ‘한국영화의 순수성’을 떨어뜨린다는 말인가?
  분명 <디워>의 CG는 수준급이지만 그것만이 장점은 아니며 그것이 경쟁국가(?) 미국 할리우드를 향한 공격 무기가 될 수도 없다. <디워>의 미덕은 여름 방학을 맞은 어린이, 가족을 위시한 관객들에게 얼마간의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하며, 여름 블록버스터 본연의 임무인 ‘시간 죽이기’의 역할을 무리 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초기 리뷰들은 거의 CG의 성과와 스토리의 빈약을 거론했다. 영화적 약점을 거론하는 것은 비평의 본분이며, 여기에는 하등의 잘못이 없다. 영화적 약점을 거론한 것에 광분하여 평론가와 충무로를 도매금으로 비난하다 못해, 충무로 밖 독립영화 감독의 성정체성까지 도마 위에 올린󰡔디워󰡕 ‘광신자들’의 반지성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별로 거론하고 싶지 않다. <디워> 옹호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기자나 평론가들이 심형래가 코미디언 출신이라 무시했다는 것은 어떤 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영화언론이 8년 전 󰡔용가리󰡕 때 겪은 엄청난 허탈감과 배신감 속에서 <디워>에 흠잡을 만한 곳은 없는지 별렀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는 있다. <디워>가 제작되던 시기, 3년 간 영화기자 생활을 했던 나는 이런 점이 분명히 기자들 사이에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빈약한 서사가 가장 좋은 타깃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타깃은 눈높이가 잘 못 맞춰져 있다. <디워>를 심형래의 말대로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와 비교하거나, 이른바 ‘심빠’들처럼 <트랜스포머>와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고지라> 같은 일본의 괴수영화들 혹은 심형래의 이전 영화들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해야 한다. 평론가들이 정말로 심형래에게서 제임스 카메론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제임스 카메론까지 기대하지 않더라도 영화의 기본기가 안 되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100분 토론>에서 <디워> 저격수를 자임한 진중권은 이 영화가 일고의 비평할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작정을 하고 나온 그의 독설은 <디워> 광신자들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는 있겠지만 <디워> 자체에 대한 평가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까지 끌어들이며 이 영화의 미학적 빈곤을 비판했고, 그것은 비평적 절대주의에서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지만 <디워>같은 B급 영화 앞에선 ‘쇠귀에 경 읽기’이거나 학생들 앞에서 근엄하게 훈계하는 ‘꼰대’처럼 보일 뿐이다. 그는 “<디워>의 연출력은 아직도 방학특선 어린이 영화에서 그리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씨네21」 616호)고 말하며, <디워> 옹호자들을 애 다루듯이 취급했다. 바로 그것이 핵심이며, 진중권은 자신의 의도와는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에서 본질을 꿰뚫고 있다. 심형래가 제임스 카메론을 동급으로 여기든 뭐든 간에, 이 영화는 그의 야심찬 의도와는 무관하게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대략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진 영화이기 때문이다(이 말을 모든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볼 거라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영화를 모든 어른들이 재미있게 보는가?)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기껏 어린이, 가족용 괴수영화에 300억을?’ 그게 왜 안 된다는 말인가? 많은 제작비가 투여되는 영화는 따로 집단, 연령 타깃이 법칙으로 정해져 있는가? 또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300억 들인 영화의 스토리를 저 따위로 밖에 못쓰나?’ 나는 300억에서 멈춘 것은 심형래의 초인적인 인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심형래는 1,000억을 쥐어줘도 스토리를 이렇게 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B급 영화의 감수성을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난데없이 선한 이무기가 출현하는 장면, 즉 진중권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다. 영화는 관객들이 혼란을 느낄까봐 친절하게도 “선한 이무기예요”라는 대사까지 넣어준다. 정말이지, 그 가공할 생뚱맞음은 머리가 아찔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다.
  <디워>를 둘러싼 논란은 어쩌면 서로에 대한 과대평가와 높은 기대치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평론가들은 거대자본이 투여된 영화라는 점에 매몰되었거나, <용가리> 때의 배신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의 비평대상이 지난 15년 동안 B급 괴수 영화만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던 이 방면의 장인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심형래는 제 길을 가고 있다. <디워> 옹호자들은 관객들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는 평론가들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평론가들이 <디워>를 다 죽이고 있다고 제 멋대로 여기고 끝 간 데 없는 광란의 질주를 달렸다. 이 과정 속에서 한 판의 난장 쇼를 즐기고 있는 쪽은 심형래 자신(과 영화자본)이다. 모든 사태의 중심에 놓인 당사자는 정작 우리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후 급기야 폭발 일보 직전에 김을 확 빼 놓으며 “내가 미국에 급한 볼 일이 있어서…”라고 눙치면서 모든 인터뷰를 거부하고 해외로 슬그머니 빠져 나간다. 영화의 에필로그에 낯간지러운 인생극장을 끼워 넣으며 관객들의 감성을 기묘한 방식으로 자극하고, 영화를 영화 그 이상의 무엇으로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바보를 가장한 이 명민한 비즈니스맨의 전략에 딱 걸려들었다. 그는 L.A. 화장실에서 키득키득 웃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디워>를 심형래 영화의 전통에서 바라봐야 한다. 제임스 카메론을 지향하는 그의 눈높이가 아니라 15년 한 우물을 팠던 B급 장인의 눈높이에서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심형래, 영화언론, 영화자본, 네티즌들이 부풀린 <디워>의 거품을 걷어내고 이 영화를 그의 산업적, 예술적 깜냥에 걸맞게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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