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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ORIGINAL]할리우드의 계급투쟁
꿈의 공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
[0호] 2007년 07월 04일 (수) 정영권 영화평론가 jaime0323@hanmail.net

Gerald Horne, Class Struggle in Hollywood 1930~1950: Moguls, Mobsters, Stars, Reds, & Trade Unionists, Austin: University of Texas Press, 2001

우리는 한 번쯤 이런 의구심을 가져볼 수 있다. 영화에서 왜 사회계급의 개념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가?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그나마 등장하는 노동계급과 노동조합은 왜 만날 마피아의 친구들로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가? 근대 산업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계급투쟁의 경험을 갖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주류 학계에서 ‘미국 예외주의’ 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주의 운동의 부재’, ‘계급 없는 사회의 신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것은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 영화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화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지만 할리우드는 ‘꿈의 공장’이라는 미명 하에 영화가 인간노동에 의해 생산되는 생산품이라는 사실을 은폐해왔다. 그러나 초창기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기, 미국 영화산업의 역사에서 영화 노동자들은 줄기차게 싸워왔다. 이는 할리우드가, 동부의 독점적 영화기업의 횡포와 강력한 노조의 투쟁을 피해 서부로 왔던 독립적 영화 자본가들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대공황의 어두운 그늘이 지배했던 193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파업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니었다.

미국사회에서 인종과 계급의 문제에 집중해 온 역사학자 제럴드 혼의 좬할리우드에서의 계급투쟁 1930~1950: 거물, 폭력배, 스타, 빨갱이, 그리고 노동조합원들 Class Struggle in Hollywood 1930~1950: Moguls, Mobsters, Stars, Reds, & Trade Unionists좭은 대공황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시기에 있었던 할리우드 영화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루는 책이다. 특히, 1945~1946년 두 해에 걸친 스튜디오노조협의회(CSU)의 대파업을 중점적으로 서술하면서, 그 파업이 도래하기까지 20여 년에 걸친 미국사회의 노사갈등, 미국좌파와 범죄조직이 결부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 약 4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서문은 전체 내용의 요약에 해당하며, 이어지는 네 개의 장(chapter) ‘계급 대 계급’, ‘빨갱이들’, ‘폭력배들과 스타들’, ‘거물들’은 이 극렬한 투쟁에서 각각의 행위자들이 수행한 역할을 자세히 기술한다. 그리고 마지막 두 개의 장 ‘파업’과 ‘직장폐쇄’에 이어 마지막 에필로그가 뒤따른다.

저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1940년대 초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국제무대기술노동자연맹(IATSE)과 스튜디오노조협의회의 관할권 분쟁이다. 거대 노조로서 스튜디오 거물들(moguls: 스튜디오 시스템 시기 영화의 전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했던 제작자들)과 친했으며, 경찰, 마피아와도 결탁했던 IATSE는 독립적인 민주노조라 할 수 있는 CSU와 심각한 갈등관계에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산업 내에서 촬영팀 조수들은 IATSE, 목수들은 CSU, 소도구 담당은 IATSE에 소속되는 등 직능별로 분할되어 있었다. 노조원들에 대한 영향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CSU의 존재는 IATSE에 눈에 가시와 같은 것이었다. 당연히 IATSE는 CSU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주류언론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노노갈등’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이 문제는 전쟁 직후의 시기 미국 영화산업을 넘어 미국 사회 전체를 반영하는 하나의 거울과 같은 역할을 했다. 이것이 이 책의 두 번째 관심사이자 핵심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전쟁 당시 반파시즘이라는 공동전선을 구축했던 미국과 소련은 세계의 분할 지배 전략에서 피할 수 없는 대립을 보였고 이는 냉전의 서막이 되었으며, 미국은 공격 좌표를 나치와 일본에서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세력으로 바꿨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비롯된 CSU의 파업과 저항(CSU는 초착취에 가까운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한 디즈니 노동자들의 1941년 투쟁의 성과 위에서 건설되었다)은 서서히 무르익어가고 있던 반공주의의 시험대가 되었다.

CSU가 대공황기 이후 영화산업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국 공산당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투쟁을 주도한 핵심 세력은 할리우드 내 주요한 좌파였던 시나리오 작가들(존 하워드 로슨, 링 라드너 주니어, 달튼 트럼보 등)이 아니라 비공산당, 비좌파 조직원들이었다. 심지어 CSU의 전투적인 지도자였던 허버트 소렐은 미국 공산당의 맹목적 소련 추종을 거세게 비난했다. 그러나 반공은 ‘국시’가 되었으며 빨갱이 사냥은 이미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스튜디오 거물들, IATSE와 결탁했던 마피아는 CSU를 탄압하는데 앞장섰으며, 거물들의 요청을 받은 경찰은 시위대의 ‘폭력투쟁’에 맞서 체제 수호의 최전선에 섰다. CSU는 수개월에 걸친 파업과 투쟁으로 맞섰지만 전국가적, 아니 전 세계적 사활이 걸려있는 억압적,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넘어설 수 없었다. 파업은 끝났으며, 투쟁은 좌절되었고, 조직은 해체되었다. 그 과정에서 B급 영화배우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배우 조합(SAG)의 우파 지도자로서 사태를 ‘완만히 해결, 중재’한 공로로 할리우드를 넘어 캘리포니아 지방 정치의 유력한 인사로 떠올랐다.

워낙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등장하고 소제목조차 없이 산만하게 서술되는 것이 한 가지 흠이지만, 수많은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비롯, FBI와 미 하원 보고서에 이르는 방대한 문헌들을 토대로 구성된 이 책은 그 자체로 이 당시 미국 영화산업의 생생한 다큐멘터리이다. 또한, 꿈을 생산하는 할리우드 산업의 역사가 지구상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투쟁과 국가/자본가들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 이어져 왔음을 증명하는 처절한 기록이다.

1946년의 직장폐쇄가 있은 이듬해, 반미활동조사위원회(HUAC)는 본격적으로 빨갱이 색출을 개시했다. 굴욕과 수치심, 모멸과 죄의식으로 가득한 밀고의 시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혹독한 시련의 시기가 끝날 때 쯤, 할리우드는 화려한 소비의 시대, 교외(suburb) 중산층 문화와 자동차 극장의 시대, 마릴린 먼로와 킨제이 보고서로 대변되는 섹스의 시대, 제임스 딘과 틴 에이저 문화의 시대, 즉 강요된 평화 위에서 구축된 저 풍요와 번영의 아이젠하워 시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쓰디쓴 패배의 뒤안길로부터 거대한 규모의 할리우드 계급투쟁은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

정영권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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