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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ORIGINAL]미셀 피어슨의 Special Effects
류재형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사)
[143호] 2007년 09월 03일 (월) 박수령 편집위원 sealover_80@dam.net

요즘 문화예술계는 영화 <디워 D-War> (심형래, 2007) 이야기로 뜨겁다. <디워>가 보여주는 CG 위주의 정경과 허술한 스토리의 간극은 민족적 자긍심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마케팅 논리와 예술적 완성도의 대결로 전치되면서 영화 외적인 담론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영화 특수효과를 문화연구의 시각에서 다룬 미셸 피어슨(Michele Pierson)의 <Special Effects: Still in Search of Wonder>를 다루어 보는 것은 꽤 의미가 있는 일인 듯싶다. 이 책은 SF 영화와 아울러 특수효과를 다루는 주요 매거진들「Wired」, 「Cinefantastique」, 「Photon」, 「Starlog」등)의 기사들을 분석하고 있다.

피어슨에 의하면, 기사들은 대체로 영화 평론, 감독 인터뷰 기사, 특수효과 제작 과정 분석 기사 등으로 구성되며 이러한 "특수효과 비평 작업(effects connoisseurship)"은 팬과 특수효과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피어슨은 이러한 비평 작업을 분석하면서 특수효과의 역사 및 관련 이론들을 논의한다. 즉, 피어슨의 논의는 많은 부분 영화 산업계와 팬들이 제시해온 고민들을 사회 문화적으로 이론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어슨에 의하면 <스타워즈>(1977)의 개봉과 맞물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예술성과 효과적 측면을 동시에 추구하는 "art-and-effects direction"의 특수효과 제작 전통이 나타났으며 이는 톰 거닝(Tom Gunning)이 얘기하는 "매혹의 영화(the cinema of attractions)"라는 초기 영화 미학으로의 귀환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1906년 이전의 초기 영화는 스토리텔링보다는 일련의 정경(spectacle)을 보여주는 형식에 치중하면서 관객을 매혹시켰다. 스토리가 정경에 봉사함으로써 관객은 내러티브에 함몰되는 대신 현란한 시각적 정경을 즐겼다. 이러한 의미에서, <디워>는 초기 영화의 특성을 보이는 매혹의 영화다.

<디워>는 그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용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국의 용과 여의주에 관한 전설로부터 시작하여, 여의주를 빼앗기 위해 펼치는 악한 이무기의 액션이 극의 전개를 이끌며, 두 이무기들의 사투가 대미를 장식한다. 이 영화가 스토리의 부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한 번은 볼 만한’ 정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치밀한 구성이나 등장 인물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감독의 연출력과 맞물려 오히려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인간 캐릭터들의 역할은 단지 환생이라는 극적 장치를 경유해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를 전투의 장으로 인도하는 연결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 즉, 스토리텔링은 텍스트(text)가 되기를 포기하고 정경을 위한 구실(pretext)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디워>는 피어슨이 말하는 "매혹의 영화의 재창조(Reinventing the Cinema of Attractions)"이다.

피어슨은 <어비스>(1989), <터미네이터 2>(1991), <쥬라기 공원>(1993), <가상현실>(1995), <쥬만지>(1995), <코드명 J>(1995) 등 고 예산 특수효과 지향적 SF 영화들이 대성공을 거둔 1989-1995년을 "경이로움의 시기(wonder years)"로 명명하고, 이러한 영화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특수효과 영상을 보고 즐기는 것이 당시 팬들의 오락문화 경험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라고 이 현상을 설명한다.

 즉, <터미네이터 2>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몰핑(morphing) 기법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팬 문화였던 동시에 대중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오락거리들 중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 시장 또한 이와 유사한 면을 보인다.

<쉬리>(1999), <친구>(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해리포터와 스파이더맨 류의 효과 지향적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곧 한국 극장가를 장악해왔으며 현재는 실버서퍼와 스타더스트가 두 마리의 이무기와 함께 광주를 위협하고 있다.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범세계적인 할리우드식 아동용 줄거리임에도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특수효과와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는 것이다.

피어슨은 <스타워즈 V: 제국의 역습>(1980), <미지와의 조우>(1977) 등의 SF 영화들은 미숙하면서도 분별없는 "기술에 대한 열망(technophilia)"으로 인해 비평가들로부터 비난받아왔다고 말한다. 피어슨에 의하면 SF 영화는 다분히 현실 도피적이다. 비평가들이 어떤 영화에 대해 "escapist"라는 용어를 쓸 때, 그것은 지성을 뛰어넘어 감각에 호소함으로써 비판적 반향을 뿌리치는 것을 말한다.

즉 오락거리로서 영화를 마케팅하는 것은 비평가를 하나의 훼방꾼으로 모는 여론을 형성하면서 영화에 대한 비판을 제거하는 것이다. 현실도피주의는 다소 자의식적인 관객성의 양식으로 묘사되는 동시에, 또한 실제 세상의 사회적 질서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상상의 세상 속으로 후퇴하는 사회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욕망을 암시한다. 피어슨이 말하는 SF 영화의 현실 도피적 관객성은 <디워>의 영화 외적인 논쟁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영구아트의 민족주의 마케팅 전략과 이에 호응하는 일부 열혈팬들, 그리고 영화를 하나의 놀이문화로만 봐주기를 바라는 일부 지지층들은 영화의 작품성 결여라는 지적 비판을 뒤로하고 CG의 감각적 현란함에 ‘매혹’되어 민족적 자긍심 속으로 도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불만족스러운 정치 경제적 현실과 어려운 취업의 관문, 영어만이 살 길이라는 사대주의적 세계화로부터 기인하는 민족적 열등감, 그리고 국제적인 논문 표절 사태 등으로 땅에 떨어진 민족적 자긍심 등,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힘든 사회 문화적 현실로부터 후퇴하여 정경의 판타지 속으로 도피하기를 원하는 자의식적 관객성의 발현은 아닐까.

피어슨은 <화성 침공>(1996)이라는 영화를 통해 CGI의 미래를 평한다. 영화 속에서 CGI는 외계인을 카툰적인 캐릭터로 그려냄으로써 현실효과 측면에서 그 위상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물리적/기계적 특수효과를 시뮬레이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영화 속에서 완전한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으며, 바로 이 점에 CGI의 미래가 있다 말한다.

어떤 이는 "<디워>의 남녀 주인공은 쫓겨 다니기만 하고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라고 지적한다. 필자가 보기에도<디워>의 주요 캐릭터는 남녀 배우들이라기보다는 이무기이다. 이무기가 주인공이고 배우는 곧 CGI다. 피어슨을 따른다면, 이제 한국 영화에서도 CGI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여의주를 얻어 승천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500년을 기다려야 할 것인가? CG-War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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