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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모든 것은 나의 계획대로
[222호] 2022년 11월 07일 (월) 권석희 편집위원
   
   △ 사진 = 다음 영화  

   영화 <매기스 플랜>의 장면 전환은 급작스럽게 이뤄진다. 시작부터 관객들은 주인공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상황을 읽어내는 것에 몰두해야 한다. 관객들이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되는 것은 매기의 계획이다. 그녀의 계획은 결혼이나 사랑 없이 아이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꽤 순탄하게 진행된다. 

   아이의 유전자 절반을 구성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남자인 가이에게서 무사히 유전자를 받았고 적절한 환경도 마련됐다. 그러나 매기와 가이의 유전자가 만나기 직전, 상황은 뒤바뀌기 시작한다. 최근 들어 친해진 존이 그녀의 집으로 찾아와 사랑을 고백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당황한 매기는 자신의 임신 계획을 망쳐버리고 만다. 그러나 계획은 결과적으로는 실패하지 않았다. 그날, 매기는 가이가 아닌 존의 유전자를 통해 릴리를 얻게 된다.

   존과의 사랑으로 매기는 행복하게 살기라는 새로운 계획을 가진다. 그러나 존에게는 조젯과의 가정도 있었고, 매기와의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그는 전 부인과의 관계를 그만두지 못한다. 존이 자신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심을 거듭하던 매기는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운다. 바로 존을 다시 조젯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 엉뚱하고 무례하면서도 순수한 발상은 조젯과의 협력으로 성공 직전에 이르지만, 존이 모든 것을 알게 되며 실패로 끝난다. 존은 대책도 없이 집을 나가버리고 매기는 모든 것을 망쳐버린 죄책감에 시달린다. 다시는 어떤 것도 계획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하루하루 의무를 다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조젯과 존은 재결합하고 그 모습을 보며 매기의 친구 토니는 네가 큐피트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둘은 다시 만났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그 결과가 운명인지 매기의 노력으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영화는 과정과 결과를 구분하지 않고 거두절미하며 급히 전개된다. 삶 전체를 두고 본다면 모든 순간은 과정이다. 모든 때는 순간적이며 현재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때에 지나가 버린다. 매기가 계획을 세우는 시간도, 그로 인한 결과도 모두 머무를 수 없는 순간이다. 즉 <매기스 플랜>의 장면 전환은 계산된 갑작스러움인 것이다.

   영화는 아주 클리셰적이지만 놀라운 반전을 일으킨 뒤 끝나는데, 이 역시도 갑작스럽다. 바로 릴리가 존이 아닌 가이의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전은 평소였다면 아주 클리셰적으로 느껴졌을 것임에도 관객들은 급히 영화의 전개를 따라와야 했기에 충격적 반전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반전으로 결국에는 모든 것이 매기의 계획대로 이뤄졌음이 밝혀진다. 

   유쾌한 반전 후, 카메라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가이를 비추고 매기는 멀리서 걸어오는 그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미소는 가이를 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삶의 일면을 지켜본 관객들을 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간의 어지러움과 괴로움은 다 떨쳐버린 듯한 얼굴로 앞을 응시하는 매기를 비추며 작품은 끝난다. 

   가이를 바라보는 매기의 시선은 그녀가 이미 존과의 실패를 겪었음에도 다시 사랑을 시작할 것을 암시하며, 영화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 동안 자연스레 잊힌 그를 주요 인물로 부상시킨다.

   작품 이후 매기의 삶은 어떨까.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아마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꼭 다시 사랑에 빠지듯이, 지겹고 괴롭다고 한탄하다가도 결국 사람은 삶의 불가해함으로 뛰어들게 되니까.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축복이라는 말처럼,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착각은 사람을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하며 괴롭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축복이다. 매기의 미소는 착각일지라도 기대하게 됨에 따라 나온 반사적 미소처럼 보이며, 이와 더불어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은 관객으로 하여금 매기의 삶을 떠올리게 하며 삶 자체를 묘사한 것이 된다.

   매 순간 알 수 없는 미래로 향하는 중인 사람들은 다만 지금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매기의 계획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살아내고 싶었던 매기의 진심을 증명한다. 크게 돌아오더라도 끝내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매 순간 삶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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