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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시선] 겨울에서 겨울까지
[222호] 2022년 11월 07일 (월) 이지현 편집장

   작년 2월, 신문사 편집위원 면접을 봤던 날은 밤새 눈이 내린 다음 날이었다. 하얀 풍경의 캠퍼스를 한 바퀴 크게 걸으며 긴장을 달랬다. 걸음을 뗄 때마다 눈 밟히는 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한 캠퍼스였다.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아직 생생한데 벌써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종강을 할 테고, 그러면 나는 수료생이 된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겁 없이 대학원에 진학했고, 겁 없이 대학원 신문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그 겁 없음을 후회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차곡차곡 준비한 게 없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웠는데, 그저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편집인 시선 원고를 처음 쓸 때와 지금의 마음이 사뭇 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창한 포부나 다짐보다는 그저 찬찬히 뒤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 정도다. 이 글의 방향 역시 마찬가지다. 

   거듭 발전하는 신문을 만들어 보고자 여러 재편의 과정을 거쳤다. 먼저 지면의 구성을 바꿨고 필진 선정 기준을 명확하게 했다. 동국대학원신문의 정체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학내 보도 지면을 확대했으며 외부 필진 중심이었던 원고 청탁을 학내 교강사진 위주로 돌렸다. 매체의 주 독자층을 감안해 학술 담론의 시의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했다. 심층적인 학술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보완된 지점들이 미비하게나마 보인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올해에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편집진이 늦게 꾸려진 탓에 첫 신문부터 부담이 컸다. 업무 분담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획 회의부터 필진 섭외, 원고 청탁을 혼자 진행해야 했는데 의견을 나눌 동료가 없어 막막했던 출발이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끊임없이 검열해야 했다. 익숙해졌다 싶을 때쯤 새로운 난관을 겪었다. 방심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힘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럼에도 좋았던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다. 연구실에 모여 밤새 원고를 마감했던 일, 야식을 나눠 먹으며 원고를 점검하고 피드백을 교환했던 일, 공통된 정서를 공유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깊게 몰입했던 일, 신문 발송 작업을 마치고 남산 드라이브를 갔던 일 등. 새벽을 함께 견딘다는 게 그렇듯 어깨 너머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좋은 동료들을 알게 돼 기쁜 마음이다.

   이번 원고를 준비하면서 작년에 제출했던 지원 서류를 다시 꺼내 읽었다. 당시의 나는 현재에서 감각하는 것들을 언어화한다는 점과 동시대의 감수성을 예민하게 겪어낸다는 점이 문학의 언어와 신문의 언어가 맞닿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써서 냈다. 신문사 활동을 하며 실제로 그것들을 경험했고, 추가적으로 더 체감한 바가 있다. 시의 언어는 언어로서의 기능을 잠깐 멈춘 관조의 순간에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만, 신문의 언어는 절대로 관조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객관성이라는 단어를 내내 꽉 쥐고 있었다.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부족함과 한계를 체감할 때마다 되물었던 질문이다.

   겨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수업을 들으러 올 일도, 편집실에서 종일 조판 작업을 하는 일도 이제는 지나간 경험이 될 것이다. 이제야 덜컹거리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2년 동안 총 7개의 신문을 제작했고, 이번 222호가 발행되면 총 8개의 신문을 제작한 것이 된다. 뿌듯함보다는 그럴싸함에 기댄 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돼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 돌발적인 끼어듦을 겪을 때마다 쉬운 방식의 회의와 허무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기사를 쓰고 전하는 역할의 무게를 잘 감당했는지 반성해 본다. 캐비닛 안의 지난 신문들을 보면 무언가와 연결된 것 같다는 감각을 느끼곤 한다. 새로 꾸려질 편집진 역시 그 연결을 체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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