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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칼럼] 그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222호] 2022년 11월 07일 (월) 박재영 법학과 석사과정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나 요구를 할 때, 내 책임이 아닌 일에 대한 추궁을 받을 때와 같은 부당함을 느끼곤 한다. 내 입장에서, 나아가 사회상규나 법적으로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아 분개하고 감정 섞인 주장을 할 때도 있다.

   사실 다른 이에게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덜 하다. 소위 말하는 ‘을’의 위치에서 정당함을 주장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분개하며 감정을 삭힐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휘발성이 강하다. 당장 저번 주에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면 뚜렷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시간을 더 거스른다면 과연 기억에 어렴풋이 남는 사건이 있을까 싶다. 앞서 말한 주장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 해서 크게 다를 건 없다. 사실 그렇게 강렬하고 위험할 수 있는 감정이 오래 남는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다. 휘발성이 강한 것과 별개로, 단지 입장이 바뀌었을 뿐인데 부당하다고 느꼈던 상황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사업체나 개인을 위해 일을 하던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일을 시키고 급여를 주게 됐을 때, 책임자의 통솔을 따르던 입장에서 책임을 지고 일을 시키게 되었을 때와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입장의 변화라는 건 사장과 말단직원과 같이 거창하지만은 않다. 당장 다수의 남자들이 겪었을 이등병과 병장, 나아가 전역 후의 감정이나 마음가짐의 변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당함에 분을 삭힐 때에는 상대방이 무정하게만 느껴지다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해가 되는 걸 넘어서 그 상대방이 느꼈을 죄책감이나 안타까운 마음까지, 어떤 매개체도 없이 왕왕 체감된다. 되려 “그 사람은 오히려 좋은 편이었구나” 하는, 상대방을 두둔하는 마음마저 들 때가 있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부당함이란 감정은 일순간 강렬하다 금세 사그라들고, 또 많은 경우 객관적으로 부당한 것도 아니다. 일견 꼰대스러운 말이 될 수 있겠지만, 부당하다고 느끼는 대부분의 상황에는 다 그런 이유가 있다. 설령 사회상규나 법규에 다소 어긋난다 하더라도 이미 관행적으로 반복된다면 필히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 또는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기에 그러할 것이다. 자신이 특출나게 논리적이거나 현명한 것이 아니라면, 그러한 부당함은 이미 많은 이들이 느껴왔을 것이고, 또 많은 이들이 지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된 관행이라면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부당함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문명의 유일한 발전 방식은 기술적인 불편함이나 사회적인 부당함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것이었다. 다만 부정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은 부당함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에 휩싸인 채 하는 대응은 문제를 악화시키기 일쑤다. 결국 내가 맞닥뜨린 부당함(내 감정으로 왜곡된 편협함이든, 객관적인 부당함이든)에는 ‘그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객관적으로 부당한 경우에도 그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린 일시적인 감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다만 부당함을 겪었을 때에는 그러한 경계심을 늦추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책임소재가 상대방이라 생각하기에 단순하게 생각하고 섣불리 행동하게 되는데, 그만큼 신뢰를 저버리기 쉬운 일도 없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내가 아직 그것를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생산적이다. 어차피 며칠이면 잊힐 감정에 성급하게 반응하기보다, 여유롭고 너그럽게 넘어가는 편이 더 지혜롭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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