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1.9 수 13:14
인기검색어 : 등록금 반환, 코로나19, 조교 문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그럼에도 공장 가동은 중단되지 않았다
[222호] 2022년 11월 07일 (월) 이지현 편집장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15일, SPC 그룹의 계열사인 SPL 평택 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20대 근로자 A씨의 상반신이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사고 이틀이 지난 후 SPC 그룹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SPC 그룹의 대처가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끓고 있다. 하얀 천으로 덮어버린 사고 기계를 옆에 두고 1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작업을 강행해야 했다. 동료가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것을 목격하고 시신을 직접 수습한 근로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했음에도 현장 작업에 바로 투입된 것이다.

   해당 사고는 명백한 안전 대책 소홀에 따른 인재였다. 현장에 있는 9대 중 사고 기계를 포함한 7대의 기계에는 인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과문 발표와 함께 안전 강화에 힘쓰겠다는 공언이 무색하게도, A씨의 사망 사고 8일 만에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에서 끼임 사고로 근로자 B씨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SPL 근로자들은 주·야간 맞교대, 특별 연장 근로 같은 방식으로 장시간 근로에 시달려 왔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SPC 그룹은 살인적인 노동 환경을 끊임없이 지적당해 왔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이 일하면서 자주 격무를 호소했다”며 “노동자를 기계로 보는 게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기계에서 일하라고 했을까” 의문을 나타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는 A씨의 호소는 빈 말이 아니었을 테고, 인력 충원 요청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2인 1조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상 상태가 발생했음에도 즉각적인 대처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안전 교육은 문서로만 실시됐고 위험 상황 발생 시 배합기 작동을 멈추는 장치도 따로 없었다. 국내 1위 제빵 업체 계열사라고는 믿기 힘든 안전 관리 실태다.

   심지어 SPC 그룹은 사고 다음 날인 16일, 영국 런던에 파리바게뜨 첫 매장을 열었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 중심으로 SPC 런던 진출 소식이 기사화됐다. 16일 게재된 동아일보의 “SPC 파리바게뜨, 英 1호점 오픈… 유럽 시장 확대 핵심 거점” 기사를 서두로 수많은 언론사가 자료를 기사화했다. 내용 중에는 “2025년까지 20개 지점을 오픈하는 등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와 함께 4대 글로벌 성장 축으로 삼아 적극적인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허진수 사장의 멘트도 함께 포함됐다.

   사고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했음에도 버젓이 기계를 돌리고, A씨의 빈소에 경조사 지원 물품이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놓고 가고, 사망 다음 날에는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 자료를 배포하는 처사가 경악스럽다. 해당 보도 자료를 기사화했던 언론 매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비단 SPC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업 재해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산업 현장에서 2,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2022년 상반기에만 1,14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재해 유형을 살펴보면 떨어짐, 부딪힘, 끼임, 깔림, 뒤집힘 순으로 발생해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안전 관리와 직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1월 27일 이후부터 9월 말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400명이 넘는다. 하루 1.8명꼴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태일이 이렇게 외치며 세상을 떠난 건 1970년 11월 13일이었다. 5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태일이 분노했던 광경이 아직 되풀이되고 있다. 안전은 근로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근로자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기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피 묻은 빵은 먹지 않겠다는 분노 앞에 SPC 그룹은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조성환 | 편집장 : 이지현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오솔미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gs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