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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휴양 생활
[222호] 2022년 11월 07일 (월) 차현준 시인

   주말부터 나는 그 동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시끄러웠던 집 주변을 떠나 굳이 굳이 지하철을 타고 그 동네까지 찾아갔습니다 교통비 아깝게 뭐 하러 거기까지 가냐는 귀지는 그 건물에 들어가서 다 떨쳐냈습니다 해야할 일은 그리 어렵지도 않았고 가만히 쉴 때는 덕담이나 해주시던데요…… 내가 받을 액수를 누가 살펴본다면 덕담이란 걸 건넬까, 싶었지만 급여와 감내 간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키 높은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동네는 무언갈 감내해내는 표정을 짓지는 않았고 플립플롭을 신고 느리게 걷는 동네 사람들은 평일에도 화목해 보였습니다 휴일에도 불화를 느끼던 내게, 평일에도 평화를, 두 사람 이상과의 평화를 느낀다고요……? 생각보다 부러운 여건이었습니다 내 여건에는 여지란 게 없으면 어쩌지, 아르바이트에서 아르바이트로만, 불화에서 불화로만 갈아타는 거, 솔직히 짓궂은데요 고개를 떨구고 있으면 손님이 온다는 징크스를 전해 들었는데 귀신같이 고마웠습니다 건네받은 체크카드를 긁는 동안 입 속에서 요동치는 말들이 세로로 패었습니다 여기서 잘 즐기다 서서히 문을 열고 나간 그가 타고 나간 자가용까지, 떠나간 자리에서 볕과 옅은 바람이 만든 평화를 쬐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시선이 눈에 안착하자 시선이 보고 온 관상수를 감상했습니다 앞으로 키 높은 의자에 골똘히 앉아있는 동안에는 그런 식으로 건물 주변을 돌아 다닐 생각입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더니 하늘 한쪽이 골똘해졌는데 구름이 그쪽으로 몰려갔나 본데요 동네 사람들은 긴박하진 않은데 무심하게 준비해 온 긴 우산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허공을 가린 사람들은 내가 사는 방향으로 구름이 몰려가는 것을 모를 겁니다 나는 여기서 터득한 휴양을 내가 사는 동네에 가서도 잘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긴 우산은 필요하다면 그곳에 가서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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