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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단정한 마음
[221호] 2022년 09월 26일 (월) 이지현 편집장

   많은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읽고 쓰는 시간보다 닦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타일 사이에 낀 물때를 제거하고, 배수구 안에 걸린 머리카락 뭉치를 치우고, 솔과 클리너로 변기 안까지 박박 닦고 나면 화장실 안의 습기와 내 땀이 섞여 옷이 푹 젖어 있었다. 밖으로 나가 걷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환기가 아닌 회피로 느껴졌다. 당장의 자리를 벗어나 바깥으로 빙빙 도는 내 모습이 밉게 느껴졌던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였다. 청소나 정돈을 강박적으로 하게 된 건. 10년 넘게 반복하게 되니 자연스레 습관이 되었다.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면 복잡한 마음이 한결 정리된다. 청소는 가장 단순한 행위지만 가장 몰입하기 쉬운 행위가 아닐까.

   공간의 상태는 마음의 상태를 방증하기도 한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힘들 때 가장 먼저 놓는 것이 청소일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공간의 상태와 일의 효율이 대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부적 환경과는 별개로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인 편에 속하기 때문에 최대한 내 영역만큼은 산만하게 두지 않으려고 한다. 더 이상 불필요한 것들을 들이지 않게 되고, 소비의 기준도 뚜렷해진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 그런 것들이 필요 없어진다.

   방을 꾸미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벽면에 엽서나 사진을 붙인다거나 사용하지도 않는 소품을 수집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가구의 톤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잘 꾸며진 예쁜 방이 아니라, 내가 내 환경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안도감이다. 책상 위 잡다한 것들이 불규칙하게 어질러져 있거나 싱크대 개수통이 더러워지면 마음에도 먼지가 엉겨 붙듯 복잡해진다. 신기한 일이다.

   나의 생활 범위를 잘 관리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정리하는 것, 셔츠를 옷걸이에 걸 때 첫 번째 단추를 잠그는 것, 택배 박스는 현관에서 뜯고 바로 버리는 것, 하루에 한 번씩, 자기 전에 책상과 스탠드를 닦는 것은 겉보기의 단정함을 위해서가 아닌 나와 내 마음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청소와 정돈은 물리적인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불필요한 덩어리를 버리고, 어긋난 것들을 바로 잡고, 필요와 상황에 맞게 사물을 재배치하고, 내가 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모든 과정이다.

   당장 귀찮다고 옷을 구겨 넣거나 바닥에 던져 놓으면 또 다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는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행위 같기도 하다. 상태의 전환보다 상태의 유지가 더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가시적인 변화가 없음을 알고 있더라도 부단히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공간은 왜 내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나와 내 삶에 대한 통제 욕구가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단정한 일상을 바라는 마음처럼 말이다. 청소와 정돈은 자신을 방치하지 않고 계속 시선을 주며 돌아봐야 한다는 점에서, 글을 쓰는 행위와도 닮아있다. 내가 나를 잘 돌봐야 하듯,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는 공간을 돌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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