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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우린 결국 다시 만나
[220호] 2022년 05월 09일 (월) 인준영 편집위원
   
  △ 사진 : 다음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12년 작이다. 영화는 가상의 장소 뉴 펜잔스 섬을 배경으로 하며 펜팔인 12살 샘과 수지가 사랑과 자유를 위해 ‘문라이즈 킹덤’으로 탈출하려는 이야기다. 탈출기를 기준으로 영화는 탈출을 시도하는 전반부와 실패로 돌아간 후반부로 나뉜다. 사춘기의 사랑과 방황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어른들 등 결코 신선하다고 볼 수 없는 소재와 뻔한 전개를 고집하는 대신, 감독은 이를 기반 삼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들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오케스트라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오케스트라는 악기별로 연주하다가 또 전체가 다 같이 연주하는 것이다. 실제 영화 역시 오케스트라처럼 전반부에서는 인물들이 분리되어 제시되지만 후반부로 가며 접촉이 늘어나고, 이윽고 결말에서는 모두 협력하며 결말을 장식한다. 화면 역시 대부분 수직보다는 수평이 강조되며 인물끼리의 위계 대신 평등과 연대가 연상되게끔 만든다.

   그렇다면 감독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협력은 일상적이라는 것, 이것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든 뒤 자신의 세계관을 선보인다. 단순한 줄거리와 달리 감독의 세계관은 독특하면서도 정교하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특성 때문이다. 인물들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으면서도 극단적이고 입체적이다. 샘과 수지를 비롯한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지나치게 어른 같은 반면 어른들은 허술하며 유치하다. 전반부 내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킨다. 수지는 자신의 엄마와 샤프의 외도를 영화의 극 초반에 눈치채지만, 수지의 부모는 수지가 가출했다는 사실을 중반부에 접어들어서야 알아차린다.

   영화가 어른과 아이의 역할을 역전시키기만 했다면 잠깐의 재미는 주더라도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감독은 인물들에게 치명적인 결핍을 부여해 이들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샘은 캠핑에 재능이 있지만 수지의 가정사에는 공감을 못 해 웃음을 터뜨리고, 수지의 아빠는 유능한 변호사이지만 가족 문제에는 좀처럼 이성적이지 못한다. 이러한 특성 덕에 인물들의 치부와 치명적인 결핍은 담담하게 소비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샤프의 대사처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샘과 수지가 자신들의 도피처를 어른들에게 들키는 후반부부터 인물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샘이 위탁가정으로부터 파양되어 청소년 보호소로 가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중 어른들은 서로 협력한다. 이 때 인물들의 결핍보다는 능력이 부각된다. 어딘가 부족해 보였던 어른들은 비로소 경찰, 스카우트 대장, 변호사 그리고 민법 공증인이 되어 아이들이 처한 문제의 해결을 돕는다.

   감독은 사람이 도움을 구하고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가정과 스카우트 어떤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샘을 샤프가 양자로 맞이했듯 말이다. 그리고 영화는 여전히 샘과 수지가 수지의 부모 몰래 만남을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음을 암시하며 끝난다. 감독은 그래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사람은 모두 부족하고 시련을 맞이할 때도 있겠지만, 그 시련은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극복되고 우린 결국 다시 만날 거라는 이야기. 이것이 <문라이즈 킹덤>이 따뜻한 동화로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며, 이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히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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