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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칼럼] 불교와 불교사에서 공부의 의미를 찾다
[220호] 2022년 05월 09일 (월) 고정혁 대학원생

   역사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에 입학했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5학기 차에 복학할 때 즈음 한국불교사를 전공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그때 학과 선후배, 동기들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역사 선생님 안 하고, 갑자기 불교사를 공부한다는 거야?” 불교를 좋아하고 불교사에 호기심을 가지던 내 모습을 보아온 도반들이지만, 불교사를 ‘전공’하겠다는 나의 선언은 선뜻 이해되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교사’라는 안정적인 진로를 뒤로한 채, 가장 불안정하고 가난한 이미지의 인문 분야 연구자가 되겠다는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나의 결정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따랐다. 첫 째 나중에 훌륭한 역사 교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이상적인 생각이 있었고, 둘 째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불교사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불교는 근대적 의미의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와 문화 사상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오랜 시간 한반도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정신적 근간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속에서 2021년 1학기부터 학석사연계과정에 들어갔고, 2022년 1학기에 정식으로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사실 학석사연계과정을 하면서 전공 공부보다는 여러 가지 업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작년 10월에는 대한불교조계종 호압사에서 주최한 ‘한양과 조선불교 - 조선전기 한양의 사찰과 불교’ 학술대회 간사로 참여했고, 작년 6월부터 시작하여 올해 4월 마무리 지은 동국대 ‘이 사람을 보라’ 시리즈 『연꽃으로 피어난 참스승, 최혜정』의 공동집필 작업을 총괄했다. 학과 조교 일을 시작한 지는 벌써 3학기 차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일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시절인연이 맞았던 덕분이고, 그 속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순적이지만, 어쩌면 아직 석사과정 1학기인 내가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을 그저 장밋빛으로 이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 삶을 스스로 객관화하여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아마도 하근기의 중생이 공부가 부족하여 지금도 무명(無明)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더욱이, 일전에 탄허 택성(呑虛 宅成, 1913~1983) 스님께서는 기독교는 3년, 유교는 10년, 도교는 20년 공부해서 된다고 하셨던 반면, 불교는 상근기도 30년 하근기는 300년이 걸린다고 설하신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불교사를 공부하며 지식적인 공부를 넘어서 정신적인 만족을 얻고 있다. 인문학의 정수인 불교와 역사를 함께 공부한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지만, 그런 공부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나를 둘러싼 ‘공동체’, ‘세상’을 보다 여여(如如)하게 바라보는 힘을 점차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존경하는 동국대사범대학부속여자중학교 김윤경 교법사님을 찾아 뵈었다. 교법사님은 나에게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인욕은 뭇삶들을 피안으로 건네주는 보살의 여섯 가지 원행, 즉 육바라밀(六波羅蜜) 가운데 하나로 ‘이 세상의 온갖 고통과 모욕, 번뇌를 참으며 노여워하지 않고 견디는 수행’을 말한다.

   누구나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게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인욕이다. 다만 궁극적으로 인욕바라밀은 억지로 참는 삶이 아닌 자기중심적인 모든 관념을 여의고 자비심으로 상대를 무한 포용하는 삶을 가리킨다.  이 인욕바라밀의 이야기가 대학원의 도반들이 서로를 보듬어주며 끝까지 학문의 길을 함께 걸어 나가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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