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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프롬 퀘이사
[220호] 2022년 05월 09일 (월) 이지은 시인

프롬 퀘이사

 

   남의 무덤이 아름답다고 느낀 적 있니. 조심스레 노크해 보면 우아하게 똑똑, 대답해줄 것만 같은 무덤들. 언젠가 나무 사이를 헤매다 모르는 당신의 무덤 위에 드러누운 적 있어. 풀 가까이 귀를 대면 작게 웅얼대는 소리가 들렸지. 내 심장 원하지 않을까? 차가운 뼈 불쑥 튀어나와 손 틈 사이 깍지를 끼워주지 않을까? 최초로, 최초로 말이야. 이미 뿌리를 타고 올라가 삼만 팔천 번째 이파리가 되었을지 모를 당신에게 머리를 가만히 맡기고 싶었어, 외로웠어.

   너 우리의 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우리가 다리를 벌리면 딱 그만큼의 하루가 더 주어졌지. 내가 빵을 한 번 씹을 때마다 유성이 우수수 떨어졌어.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갔지. 곰팡이 슨 쌀과 로드킬 당한 동물의 갈비를 뜯으며. 잠을 자는 대신 성경을 음독하면 그날 밤은 면죄부를 얻을 수 있었어. 하지만 나는 믿을 수가 없었지. 별의 파편으로부터 탄생한 우리가 말이야. 고작 밤의 도로 위에서, 잠기지 않는 화장실 첫 번째 칸에서, 더운 호흡으로 가득한 자동차 조수석에서, 그러니까 겨우 거기에서 툭, 죽어버린다는 게. 조그마한 역사 나열할 시간도 없이 우리 숨 정지한다는 게.

   나는 지금 촛불 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 앞마당에 다섯 번째 무덤이 지어졌고 그건 당신 무덤과는 다르지. 당신과 당신의 무덤은 오로지 나만의 것. 그곳에 나란히 눕고 싶어. 깃발을 들어볼까? 단두대에 올라 블루스를 춰 볼까?

   그러니까 당신, 어디에 있어? 기도가 끝나기 전에 창백한 품에 몸을 숨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확률과 확률을 끌어모아 겨우 당신을 짐작했을 때, 잘린 발목으로 어느 우주까지 건너갈 수 있을지 계산해 봤어. 촛불이 꺼지면 이제 우리의 밤은 환하고 소란하지. 직선으로 걷는 이 아무도 없지. 그럼 그곳에 있는 당신이 이쪽으로 건너오는 게 빠를까, 내가 당신 무덤을 조심스레 파헤쳐 보는 게 빠를까.

   이제 당신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될까?

 

<시인 소개>
2021년 제20회 대산대학문학상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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