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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220호] 2022년 05월 09일 (월) 권석희 편집위원

   요즘 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 타인의 범위가 넓지는 않다. 가족과 친구, 그나마도 전부가 아닌 자주 만나는 몇이 전부다. 다시 말해 아주 좁은 범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소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일은 여태 내게 있었던 그 어떤 일들보다도 의미 있다. 나의 위치를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이전의 인간관계 속에서 나는 가끔씩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할 것 같은 강박을 느끼곤 했다. 아마 그때 나는 자신이 이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말과 행동을 설명하려 하는 내가 싫으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관계를 떠나서, 이런 건 애초에 소통이 아닌 변명과 강요이며 나를 이해하라는 일방적 통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이해는 내게 늘 쉬웠던 것 같다. 아니 내가 쉽게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이해도 무엇도 아니었다. 특히 타인에 대해서는 단순한 입력에 가까웠다.

   그러던 지난 겨울, 집 앞 치킨집에서 아빠와 동생과 마주 앉아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후로 나의 위치는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심각하지도 끔찍하지도, 유쾌하거나 웃기지도 않았지만 듣는 순간 평생 잊지 못할 것을 직감했다. 지금껏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볼 수도 없는 아빠의 옛날 모습이었으니까. 가족과는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나 역시도 아빠를 사랑하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차라리 외면해버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외면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아빠의 말과 행동, 습관, 강박 등 모든 것들에 저절로 사연이 따라붙었다. 물론 이것은 제멋대로 붙인 해석이고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어쩌면 아빠는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 아닐까. 그때 나는 아빠와 나의 삶이 연결돼 있음을 새삼 느꼈다.

   올해 초, 신문사 편집위원을 맡게 되면서 학내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신문사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 번 마주치는 것조차 불가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와 입장을 들으면서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식하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참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타인이었던 사람들과 길어야 30분 남짓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그들에게 정이 든다. 인터뷰 후 지속적인 연락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비슷하면서도 또 아주 다른 사정들을 듣고 모두의 소망과 목표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돌아선다. 어쩌면 지금 나는 이해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타인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는 것. 영영 알 수 없더라도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나에게 있어 ‘이해하다’의 새로운 의미가 되었다. 이제 나에게 이해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사연을 듣는 일이다. 하나의 단면만 보는 것이 아닌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생각하는지, 말하는지 사연을 다는 일이다.

   흔히, 말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해를 받으려면 결국 말해야 하고, 누구에게도 이해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조급했다. 상대의 마음과 시간을 헤아리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의 무게를 이제야 느낀다.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상대를 마음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진심을 전하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때를 기다리면서. 한 사람의 다양한 모습들을 포착하면서.

    그리고 어느 날 그 사람들이 가만히 이야기를 시작하면 기쁘고 슬프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들을 것이다. 다 듣고 나면 그 이야기 옆에 있는 나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렇다. 여전히 한편으로는 나 역시도 이해 받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누구나 이해받고 싶어 한다면 보다 더 솔직하게 욕심낼 것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졌다.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래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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