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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통상임금의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신의칙 위반 여부
[220호] 2022년 05월 09일 (월) 조성혜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 출처 : Honor Daumier, <봉기>, 1860.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쉬운 말로 하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매 1개월마다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이 현실적으로 의미를 갖는 이유는 해고예고수당,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시의 가산임금, 연차유급휴가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의 산정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서 1988년 예규로 정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에서는 매 1개월마다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할 수 없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도 관행적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 채 법정수당을 산정·지급하여 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1995.12.2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임금을 근로의 제공 대가로 지급받는 교환적 부분과 근로자의 지위에서 받는 생활보장적 부분으로 구별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임금2분설을 폐기한 후, 1996.2.9. 판결에서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이라도 그것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기준에 의하면 정기상여금은 ‘1임금 산정기간’ 내에 지급되지는 않지만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와 관련한 논란을 종결시킨 판결은 2013.12.18. 대법원의 갑을오토텍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1임금 산정기간에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통상임금의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판단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추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함으로써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신의t칙에 반한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지난 2021.12.16.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대법원은 노사관행에 따라 통상임금에서 제외되었던 정기상여금을 추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추가 법정수당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추가 법정수당액이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라는 특정 시점에 국한한 피고의 경영상태만을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이 사건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의 연도별 총인건비와 당기순이익 대비 비율, 피고의 사업 규모와 그동안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손익의 추이 또는 경영성과의 누적 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의칙 위반을 부정했다.

   현대중공업 사건의 10인 원고들이 청구한 추가 법정수당 등의 발생 시기는 2009.12. 분부터 2012.11. 분까지이고,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원고가 청구한 추가 법정수당의 발생 시기는 2008.1. 경부터 2010.1.22. 퇴직일까지이다. 2012.2.14. 갑을오토텍 사건의 제1심은 원고 패소의 판결을 내린 반면, 제2심인 대전지방법원은 2012.8.22.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현대중공업 사건의 원고들은 갑을오토텍 사건 제2심 판결에 고무 받아 2012.12.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추가 법정수당의 청구의 발생 시기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갑을오토텍 사건에서는 신의칙 위반이라고 하고, 현대중공업 사건에서는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한 대법원의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갑을오토텍 사건과 현대중공업 사건의 차이를 굳이 비교하자면 전자의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는 관행이 일상화되었던 시기에 있었던 반면 후자의 경우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 후에 있었다는 점, 전자의 경우 다툼의 기간이 1년 남짓 걸렸던 데 반해 후자의 경우 그 기간이 9년여가 소요되었다는 점, 전자의 경우 판결 당시 추가 법정수당의 신의칙 위반 관련 기존 판례가 부재하였던 반면 후자의 경우 다수 판례가 축적되었다는 점 등이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하여 대법원이 비슷한 사건에 대하여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양 판결 사이에 있었던 판례가 어떠했는지를 점검해 봄으로써 보다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갑을오토텍 사건 이후 하급심 판례만 지속적으로 나왔을 뿐 대법원 판례의 공백이 크던 중 2019.2.14. 시영운수 사건에서 오랜만에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신의칙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대법원 판례로서는 처음으로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신의칙 위반을 부정하였다.

   이 판결 이후 대부분의 판례(한진중공업 사건, 서울고속 사건, 코리아와이드경북 사건, 대동공업 사건, 한국지엠 사건, 기아자동차 사건 등)는 추가 법정수당의 신의칙 위반 여부를 매우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여 신의칙 위반을 부정하였고, 소수(아시아나항공 사건, 쌍용자동차 사건 등)의 판례만이 신의칙 위반을 긍정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들의 추가 법정수당의 청구는 갑을오토텍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판례에서 대법원은 회사의 매출, 당기순이익, 추가 법정수당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회사가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할 만한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보아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신의칙 위반을 부정하였다.

   현대중공업 사건은 이러한 판례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존 판례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자면 사실심 종결 당시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경우라 할지라도 기업이 이러한 경영악화를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 법정수당의 청구가 신의칙 위반으로 간주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업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요즈음 사실심 종결 이후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 또는 이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견할 수는 없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시시각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어느 누구도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나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그로 인한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하였다.

   기업의 재정 및 경영 상태라든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등에 대하여는 어떤 전문가도 정확히 평가할 수 없고, 그 기준 또한 모호하기에 법원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될 여지가 크다. 문제는 기업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거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할 경우 회생불능의 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다른 문제는 각 판례가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특정 수당의 정기상여금성,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소멸시효, 대상근로자, 대상기간, 경영상 어려움의 판단 시점 등 각기 다른 기준을 그 근거로 삼아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신의칙 위반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규칙한 판단기준은 대법원 판례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비슷한 시기 비슷한 조건 하에 발생한 다툼에 대하여 판결시점에 따라 판단기준을 달리하며 추가 법정수당 청구의 신의칙 위반을 인정 또는 배척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

   대법원이 정의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갑을오토텍 사건의 신의칙 관련 기본원칙을 유지하되, 일관성 있는 판단기준으로 추가 법정수당 청구권의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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