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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Ujjayi pranayama
[219호] 2022년 03월 21일 (월) 졸업지망생 .

   교육부는 올 1학기부터 대학들에 대면 강의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기준 수강 인원’을 정해놓고 소규모 강의는 대면으로 진행하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전염병은 진행 중이고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추세지만, 텅 비었던 학교가 왁자지껄한 모습을 보이니 오랜만에 마음이 들뜨는 건 사실이다.

   나는 코로나 학번으로 석사 4학기 내내 거의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들었다.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등록금이 줄어들거나 장학금 혜택이 많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쌩돈’을 내고 다니며 대학원을 다녔다. 학교가 직장인 지도교수님도 내가 ‘쌩돈’을 내고 있다 생각하며 아까워 보였는지 휴학을 권하시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학은 할 수 없었고 2년의 시간이 흘러 방구석 수료생이 되어버렸다. 나름 학부 시절에 성적으로 수석을 해본 적도 있었고 여러 교내 활동으로 4년을 꽉 채워 지냈기에 ‘학교생활’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다만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꿈꿨던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의 학문적 대화라든지, 연구에 있어 상생하는 분위기 등은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 먼저 대학원에 진학했던 선배들은 등록금이 아까우니 학교에서는 데이터 말고 학교 와이파이를 쓰고, 전자기기 충전도 잊지 말고, 생수 한 잔이라도 챙겨 마시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쏠쏠하게 이용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긴 하다. 

   현재 나는 수료생의 신분으로 학교 수업을 들으며 논문을 쓰고 있다. 그 말은 누군가 나의 근황이나 직업을 물어볼 때 대답하기 애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강을 통해 수업을 듣고 교내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도서관에서 노트북 충전도 하며 생수까지 챙겨 마시고 있지만, 어쩐지 나는 이 커다란 학교 안에서 방랑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업 시간에 맞춰 강의실로 향하지만 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내가 과연 정말 논문을 쓰고 싶은 것인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질문 속에서 나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는 터전을 잃은 사람이 된 것만 같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면 어떤 기분일까. 잠시 상상해 본다. 허무하고 허탈하면서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서러울 것이다. 현재 나의 세계는 어디인가. 남산 아래에 있는 대학 교문 너머, 세계로 고개를 돌려본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연일 뉴스를 장식할 무렵 우리나라에서도 초대형 산불이 일어났다.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이 삼척으로 옮겨 붙고, 다음날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불이 동해 지역까지 번졌다. 9일 간의 사투 끝에 진화되긴 했지만 화마(火魔)의 습격은 너무 많은 것들을 앗아갔다. 이들이 잃은 것 중에는 터전뿐만이 아닌, 평생을 바쳐 일궈낸 결과물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추억들도 포함된다. 

   숨 막히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논문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전쟁은 진행 중이며 와중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은 전염병에 걸려 격리에 들어가는 일상을 살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기 위해 기어코 숨을 뱉어낸다. 이럴 때일수록 호흡을 해야 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호흡하는 것으로 삶을 시작한다. 모든 것은 호흡에서 온다.

   산스크리트어로 ‘우짜이’는 승리, 정복, 상승을 뜻한다. 우짜이 호흡은 승리자처럼 가슴을 펴고 하는 아주 깊은 폐호흡이다. 그렇기에 몸 안쪽부터 천천히 체온을 높여준다. 숨을 쉬며 넓어지는 갈비뼈를 느끼고, 복부를 살짝 끌어올린 상태에서 풍선에 바람을 빼듯 내쉰다. 오로지 나만의 호흡 속에서 유영하기. 우짜이 호흡법에 익숙해지면 오래 달리기나 등산 같은 긴 호흡이 필요한 운동에서도 쉬지 않고 곧잘 해내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더 깊은 숨을 쉬고, 조금씩 호흡을 늘려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할 시기다. 

   나는 당분간 사는 게 벅차 비관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것 같다. 그러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하겠지만,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정적인 마음 역시 결국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자극은 영원하지 않고 사라진다. 염세적인 마음 역시 언젠가는 끝난다. 승리자처럼 가슴을 펴고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할 것이다.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처럼, 산불로 인해 신분증까지 타버렸지만 임시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 투표권을 행사하러 온 이재민들처럼 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터전에, 나의 유토피아에 가까워지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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