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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시선이 오래 닿는 곳
[218호] 2021년 11월 08일 (월) 이지현 편집위원
   
  △ 일몰 직전, 다대포해수욕장의 백사장  

   부산에 내려갈 때마다 시간을 내서 꼭 찾는 곳이 있다. 사하구 다대동에 위치한 다대포해수욕장이다. 크고 넓은 포구라는 이름만큼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겨울 바다를 좋아한다. 어릴 때까지는 마음을 크게 먹지 않아도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내가 강이나 호수가 아닌 바다를 좋아하는 건 파도 때문도 있겠지만, 어쩌면 끝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탁 트인 바다를 볼 때 개운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힘든 막막함을 덜컥 느끼기도 하는데, 이 복잡하게 뒤섞인 느낌 때문에 계속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해운대, 광안리, 송정, 태종대, 기장, 송도 등 부산에는 유명한 바다가 많다. 주변으로부터 부산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는 물음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다대포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권하지는 못한다. 다대포가 있는 서부산이 해운대나 광안리가 있는 동부산에 비해 관광지로서 빈약하기도 하고, 중심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투자해서 갈 만한 가치가 있다.

   남쪽이나 남동쪽으로 향해 있는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들과 달리 다대포는 남서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다른 해수욕장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도심에 있는 바다와는 달리 상업 시설들이 많지 않고 높은 건물들도 거의 없다. 주변 맛집도 찾기가 힘들다. 숙박 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해수욕장들에 비해 개발이 늦어졌다는 점이 다대포만의 강점이 됐다.

   다대포는 낙동강의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해수욕장으로, 넓은 백사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퇴적에 의해 육지와 연결된 몰운대가 동쪽에 있고, 낙동강 하구가 흘러들기 때문에 해안 사구도 볼 수 있다. 자연 습지 위의 데크를 따라서 걸어도 좋고, 바다를 등지고 서면 넓은 소나무 숲도 있다. 소나무 숲 때문인지 습한 것도 덜하다.

   해수욕장으로 가기 전에는 공원이 길게 조성되어 있다. 공원은 백사장으로 바로 연결된다. 파도를 가까이에서 보려면 계속 걸어야 한다. 걷다가 파도 앞에 다다르면 가로등이나 불빛이 보이지 않아 어둠 속에서 파도 소리만 들린다.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이다. 가상적인 공간 안에 놓인 느낌도 든다. 도시의 북적거림이 없어 덩달아 차분해진다.

   몰운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보이는 습지 또한 매력적이다. 습지 위로 형성되어 있는 데크 길은 가볍게 걷기 좋다. 화려한 야경이나 인공적인 조형물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정갈함을 느낄 수 있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매력적이다.

   북서쪽으로는 김해국제공항이 위치해 있어 머리 위로 지나가는 항공기도 자주 볼 수 있다. 착륙 고도도 낮은 편이나 꽤나 가까이서 보인다. 파도가 높지 않아 해가 지기 전까지 서핑을 하는 서퍼들도 많이 찾는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밀물과 썰물 때의 풍경도 다르다. 물이 빠졌을 때 형성되는 갯벌은 물이 차있을 때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다대포는 낮보다는 해가 지기 직전에 찾으면 좋다. 부산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올 겨울, 혹시 부산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시간을 내서 둘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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