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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편함] 한낮의 연극
[218호] 2021년 11월 08일 (월) 이세인 시인

   한낮의 연극

 

   오와 열을 맞춰 서서
   유리창 너머를 응시한다

   장의사들이 있었다
   극막을 올리기 전
   무대장비를 고치러 온 스태프들 같았다

   희고 얇은 천이 솟으면
   죽음이 뒤로 가려지고
   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천 바깥으로 드러난 발가락을 노려보았다

   이것은 공연 준비 같으면서
   취조실에 여러 명의 용의자들과 서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천장이 너무 하얗고 뜨거워서
   성가대가 되어서 노래나 부르고 싶기도 했다

   천이 펄럭이고
   무대 뒤에서 꽃다발을 엮는다
   두세 번의 헛기침
   침묵의 공회전

   나는 분명 신실한 관람객은 아니다
   다리가 저려오고 있었다

   저쪽에서 죽음의 장이 자꾸만 열렸다 닫히는 것이 보였다
   내 허벅지에서는 삶의 장이 계속되고 있었다

   흰 천과 흰 조명
   가슴팍에서 흔들리는 흰 가짜 꽃
   창밖에 누워 있는 시신 위로 덧씌워지는
   5열 종대의 푸르죽죽한 얼굴들

   그를 안으라고 장의사가 말했다
   모두들 시신을 안아보기 위해 온 사람처럼 줄을 섰다
   차가운 포옹이 열두 번 이어지고

   연극배우처럼
   나는 팔을 벌렸다 세상이 너무 희어서
   이 공간에 천사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막은 내리지 않고

   점멸
   떠난 사람이 아주 가까워졌다
   시든 얼굴 앞에서
   목공풀 냄새가 났다

 

<시인 소개>
2020년 제19회 대산대학문학상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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