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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잘 잔다는 것
[218호] 2021년 11월 08일 (월) 성혜미 편집위원

   나는 왜 밤잠에 들기 위해 부단히 뒤척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새벽 4시 즈음, 소음이 가장 낮게 가라앉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으로 잠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나 몸이 가뜬하다 느낀 적도 없었다. 이런 생활을 몇 년 동안 반복하자 체력에 한계가 오기도 하고 가끔은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잠과 건강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실제로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의료센터 연구팀은 뇌 속에는 청소를 담당하는 글림프계가 있고, 이들은 뇌가 활동하며 내놓은 노폐물을 자는 동안 청소한다고 밝혔다. 수면이 뇌를 정화한다는 말이다.

   당연하게도 피로의 원인을 수면 부족으로 돌렸고, 이에 따라 수면 시간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최소 7시간 30분 이상을 자겠다며 내 다짐을 여기저기 알렸다. 건강 앱을 통해 수시로 수면 계획을 짰으며, 매일 밤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차를 마셨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눈의 피로를 풀기 위해 온열 안대를 썼다. 하지만 이른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할수록 이불 속 뒤척임은 빈번해졌다. 그러다보면 결국 스마트폰을 들거나 랩톱을 켠다. 단순히 자려고 애쓰는 마음이 수면 불안을 만들었을까.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 하루를 남겨둔 기분이 잠들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요즘 내 수면 계획도 별반 다를 바 없다. 할 일이 쌓였어도 12시 전에는 침대에 눕는다. 대신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할 것 같을 때,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집 근처 천변을 따라 40분 정도 달린다. 느리지만 쉬지 않고 쭉. 달리기는 걷기와는 다르다. 달리기는 고통인지라 무언가를 보거나 사색할 여유 같은 건 없다. 페이스를 6분대로 유지하며 10분가량 달리다보면 불안정해지는 호흡에 온통 신경을 빼앗긴다. 내가 정해놓은 코스를 시간 내 완주하면 쿨다운─운동을 마친 뒤 온몸을 풀기 위해 하는 가벼운 운동, 여기서는 걷기─을 시작한다. 그럴 때면 마치 몸이 달리던 다리를 기억하는 것처럼 걷고 있어도 달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구석구석 내 몸의 움직임을 만나는 경험은 고통을 성취로 바꾼다.

   달린 후 집에 돌아오면 스트레칭으로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고 15분가량 명상을 한다. 먼저 몸의 긴장을 푼다. 가이드에 따라 잔잔한 호수를 머릿속에 그리고 그곳에 나를 데려간다. 눈을 감은 채 마음에 맴도는 감정이나 남은 생각을 모두 깊은 물속으로 내던진다. 그리고 난 후 나를 떠난 것들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마시고 내쉬는 호흡에 모든 신경을 기울인다. 왜인지 명상하는 동안 호흡과 내 마음은 하나라 나를 계속해서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듯 명상은 나를 사랑하라 따위의 뜬구름 잡는 명제를 논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내게 집중하는 게 무엇인지 몸소 절감하게 한다.

   여전히 나는 수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밤 달리고 명상을 한다. 새벽에만 가두고 있던 것들, 이를테면 계절의 향을 품고 속절없이 날아드는 찬 공기와 내가 켜는 조명 이외는 단 한 점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시간. 나는 그렇게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을 일부러 새벽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밤잠에 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온전하게 나를 사랑하는 순간을 밤에게 나눠주는 일, 이제 내게 잘 잔다는 말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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