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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저트와 삶
[218호] 2021년 11월 08일 (월) 대학원 신문사

   디저트가 우리 삶에 주는 명랑함과 귀여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손바닥보다 작은 디저트가 주는 즐거움은 비단 달콤함 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디저트는 분명 꽤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살렸으리라.

   늘상 먹어왔던 슈퍼마켓 과자 종류를 제외하고, 내 인생 첫 번째 디저트는 레드벨벳 컵케이크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팬이라면 Magnolia Bakery를 알 것이다. 캐리와 미란다가 베이커리 앞 벤치에 앉아 컵케이크를 먹으며 수다를 나누는 장면이 어린 나에겐 너무도 쿨하게 보였다. Magnolia Bakery는 당시 한국에 없었고, 멋져 보이는 건 다 따라 해 보고 싶었던 나는 컵케이크를 사러 홍대에 갔다. 홍대와 상수 사이, 어느 골목에 있던 카페에서 나는 인생 첫 번째 디저트인 레드벨벳 컵케이크를 먹었다. 그때 먹었던 레드벨벳 컵케이크는 정말 충격적인 맛이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매점 빵과는 비교도 안 될, 너무나도 진하고 촉촉하고 크리미한 맛.

   내가 성인이 된 후 Magnolia Bakery는 백화점에 입점 됐지만 나는 단 것에 흥미를 잃은 어른이 되었고, 좋아했던 그 반지하 카페는 임대료 상승에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컵케이크를 고르던 그 날의 잔상은 내 안에 선명히 남아있다. 교복, 교과서, 교실. 선택지 없이 정해진 대로 살아야 했던 내게 디저트를 고르는 순간은 일종의 놀이 같은,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쇼케이스에 담긴 디저트를 보며 어떤 맛일지 상상하고, 신중하게, 내 선택에 책임을 지는 일. 그 느낌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다.

   삶이 디저트 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것을 고르든 달콤하고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삶은 마냥 달달하지만은 않다. 대학원을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료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 발병 시기에 입학했는데 전염병은 여전히 우리 사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캠퍼스가 참 아름다운 곳인데 학교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게 여러모로 아쉽기도 했다. 비대면 수업은 몸은 편했지만 집중도가 떨어졌고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금방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장기전이 되었고 그 시기 나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어느 사이버 대학교의 홍보 노래를 지루할 때마다 불렀고 그것이 결코 웃기기만 하지는 않아서 다소 염세적일 때도 있었다. 휴학을 할 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휴학 대신 내가 선택한 건 학보사 지원이었다. 뭐라도 활동을 해서 고여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싶었다. 학보사는 학부 시절에도 해봤으니 더 자신 있었다.

   그 결과, 지지고 볶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다 일 년이 흘렀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의 선택이다.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많이 배웠고 성장했으며 얻은 게 더 많으니. 과정은 항상 쓰다. 그러나 씁쓸함에 인상을 찌푸릴 때면 빠르게 단 것을 넣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디저트처럼 마음을 녹이는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쿨한 사람들. 흔쾌히 지면을 맡아주셨던 필진분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신문을 만든 편집위원들, 더불어 우리 신문의 구독자들 덕에 나는 이 일을 하는 내 자신이 꽤나 근사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마음이 답답할 때 디저트를 찾는 것은 결국 사람을 찾는 것.

   다양한 맛을 느낄 줄 알고 경험해본 사람이 되고 싶다. 명랑하고 귀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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