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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를 말하다] COVID-19와 국제개발협력 기구
[218호] 2021년 11월 08일 (월) 임형백 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

   대한민국이 국제개발협력에서 더 성공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특수성과 국제사회의 현실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UN기준 193개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문자를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아프리카에는 한 나라에 평균 40개의 언어가 있다. 또 대한민국이 식민지배를 하지 않고 공여국(Donor Country)이 된 것은 도덕적으로 자랑스러운 것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과거의 피식민지국가가 현재의 수원국(Recipient Country)이므로 대한민국은 수원국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첫째, 국제개발협력의 개념을 살펴보자. 개발재원의 측면에서 볼 때, 국제개발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은 공적개발원조(ODA), 공적 수출신용 등 기타 공적자금(Other Official Flows), 해외직접 투자 등 민간자본 흐름(Private Flows at Market Terms), 그리고 NGOs에 의한 증여 등 민간증여(Net Grants by NGOs)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공적개발원조가 국제개발협력의 부분집합에 해당하나, 국제개발협력에서 정부가 담당하는 공적개발원조의 비중이 크고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국제개발협력과 공적개발원조라는 용어가 혼용되기도 한다.

   둘째, 국제개발협력의 목적을 살펴보자. 국제개발협력에는 인도주의적 목적, 정치적 목적, 경제적 목적이 공존한다. 일부에서는 인도주의적 목적만을 고려하고, 정치적 목적이나 경제적 목적을 배척하여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국제개발협력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국제개발협력을 ‘봉사’와 혼돈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수원국을 낮추어 보고 시행되는 1회성 원조가 위험한 것이다. 3개의 목적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오히려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출발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마샬 플랜(Marshall Plan)을 비롯한 전후 복구사업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즉 태생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의 탄생 자체가 냉전 상황에서,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세력확장을 위한 것이었다. 정치적 목적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초기에는 군사적·전략적 우방국을 돕던 것에서, 다른 국가로 확대되었다. 정치적 목적에 인도주의적 목적이 추가되었고, ‘원조(Aid)’가 ‘공적개발원조(ODA)’로 확장된 것이다.

   셋째, 국제개발협력의 현실을 살펴보자.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국제개발협력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겉으로는 인류애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자국의 실리를 우선시하고,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UN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거부권행사는 재앙이 되었다.

   넷째, 국제기구를 살펴보자.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한 국제기구로는 UN과 산하 전문기구, 각종 국제개발금융기관, 기타 국제기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제기구의 지명도와 역량은 다르다. 국제기구는 완벽하지 않다.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다. 보다 완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불완전한 인간의 불완전한 노력이다.

   더구나 국제기구들은 서로 조직도 다르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면 UN은 1945년에 창설되었다. UN에는 특수 조직과 다른 기구 및 기관들을 모두 포함해 23개의 조직이 존재한다. 1945에 설립된 식량농업기구(FAO), 1946년에 설립된 유엔아동기금(UNICEF), 1948년에 설립된 세계보건기구(WHO), 1961에 설립된 세계식량계획(WFP), 1972년에 설립된 유엔환경계획(UNEP), 1980년에 설립된 세계기후계획(WCP) 등이다. UN보다 앞서 설립된 기구도 있다. 만국우편연합(UPU)은 1874년에,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에 설립되었다. UN 전문기구는 NGO가 아니다. UN 전문기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고 설립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기구는 수원국(Recipient Country)에 기술을 지원하는 기구에 더 가깝다. 현장전문가가 아니라, 컨설팅에 가깝다.

   따라서 국제기구들이 각각의 국가의 상황과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UNICEF가 UN개발기구 가운데 수원국에 사무소와 직원을 두고 수원국 정부와 현장에서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였다. 특히 WHO는 기구 자체가 다원화 구조이다. 각각의 지역보건기구들은 자체적으로 의제를 정하고 정책을 수립한다.

   다섯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를 살펴보자. 기원전 1만년 경 전 세계인구는 약 400만 명이었다. 하지만 농업혁명(Agricultural Revolution) 이후 인류는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농업혁명(Agricultural Revolution)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재앙이었다. 농경이 가져온 집단생활과 동물의 가축화는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을 가져왔다. 동물들이 가축화되면서, 인간과의 접촉이 늘어났고 인간에 적응하는 병균들이 나타났다. 인류에게는 재앙이지만, 병균들의 입장에서는 진화를 통한 생존범위의 확장이다. 홍역, 결핵, 천연두 등은 소에서 유래했고, 백일해(pertussis)와 인플루엔자는 돼지에게서 유래했다. 최근 발생하는 인간전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이며, 현재까지 약 250종이 알려져 있다. 에볼라, 조류인플루엔자(AI), SARS, MERS, COVID-19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의 코로나바이러스아과(Coronavirinae)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의 총칭이다. 지금까지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에는 6가지 변종이 알려져있었다. COVID-19는 기존의 6가지 변종 이외의 종이라고 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로 명명되었다. SARS, MERS, COVID-19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다. SARS는 무증상이 없었고, MERS는 낙타에게만 무증상이 나타났고, COVID-19는 사람에게도 무증상이 나타났다. SARS와 MERS는 감염병 유행, 즉 에피데믹(epidemic)로 분류되지만, COVID-19는 감염병 세계적 유행, 즉 팬데믹(pandemic)로 분류된다. 즉 인수공통감염병은 1만년 전부터 발생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여섯째, COVID-19의 대응에서 나타난 국제개발협력기구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2019년 12월 31일 WHO 중국 지역사무소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발견되었다는 비공식적 정보를 입수하였다. 그리고 2020년 2월 12일 WHO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으로 명명하였다. 이후 COVID-19에서 국제개발협력기구가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무기력 자체였다. 원론적인 브리핑이 대부분이었고, 명확한 전략과 방향도, 실효성있는 대책도 없었다. 신속한 백신 개발과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 이외에 특단의 대책은 없었다. 국제기구가 무기력한 대응을 보여주는 동안, 인류는 오히려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국제기구인 WHO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었고, 정치적 성향까지 의심되었다. 백신확보를 둘러싸고 선진국은 자국중심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배타적 민족주의와 혐오범죄도 증가하였다. 좀 더 극단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가공할 치사율의 팬데믹(pandemic)의 발생은 가공할 생화학 무기의 공격과 유사한 상황이다. COVID-19에서 각각의 국가가 보여준 태도는 현재의 국제체제가 평시에는 작동할 수 있으나, 전시에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COVID-19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했다. 발병국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기초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공감대에서 도출되는 해법도 다자간, 양자간 국제적인 협조, 파트너십의 강화, 규범의 실효성 강화, 이행 수단 및 법적 강제력의 확보, 강대국의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 도덕적 권위 등이었다. 동시에 환경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었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인류는 이미 해법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대로 행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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