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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 “국뽕”이 아닌 과학에 집중해야할 때
[218호] 2021년 11월 08일 (월) 지웅배 천문학자/과학 저술가
   
  △ 날아오르는 누리호 (사진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시작으로 총 여섯 번에 걸쳐 자국의 우주인을 달 표면에 착륙시켰다. 사실 얼핏 보면 달 탐사는 우주 공학과 달 지질학 등을 연구하는 지극히 과학적인 목적의 우주 탐사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당시 미국 정부와 시민들이 아폴로 탐사를 대했던 방식을 보면 오히려 과학보단 정치를 내세운 선전용 행사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러한 탐사의 왜곡된 목적성은 아폴로 미션 자체가 선전을 위해 조작된 허구일 것이라는 음모론이 유행하는 안타까운 배경을 제공했다.)

   그런 성격을 아주 잘 보여주는 면이 있는데, 실제 아폴로 11호부터 (중간에 실패한 13호 빼고) 17호에 이르기까지 모든 탐사에서 달에 간 우주인에는 과학자가 없다. 당시 칼 세이건이 지적했듯이 전부 미국의 정치 선전용 마네킹이 될 수 있는 백인 남성에 군인 출신이었다. 그나마 순수한 과학자가 우주인으로 합류했던 건 가장 마지막의 아폴로 17호 미션이었다. 공교롭게도 이제야 과학자가 달에 가서 과학적 연구를 시작하는건가 싶었던 무렵, 곧바로 아폴로 미션은 17호에서 종료되었다. 이미 소련과의 우주 냉전 갈등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한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비싼 예산을 들여서 달에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가 달에 대해 더 알아내야할, 달의 기원과 지구와 태양계의 형성의 비밀에 관해 풀어내야할 과학적 과제는 차고 넘쳤지만 미국 정부는 그런 과학적 호기심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애초부터 과학이 아니라 정치에 주된 목적을 둔 탐사쇼였기 때문에 그렇게 아폴로 미션은 필요성을 잃게 되었다. 달에 갈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더 이상 시민 사회와 정치권으로부터 달에 가야하는 이유에 대한 공감대를 얻지 못해서 달에 가지 못했던 셈이다.

   애초부터 달 탐사가 정치적인 목적을 배제한 순수한 우주 연구를 위한 공학적·과학적 목적만 있었다면 처음부터 고도로 훈련된 과학자들을 달로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쉬지 않고 계속 새로운 샘플을 갈망하는 과학자들의 특성상 어쩌면 지금까지도 아폴로 미션이 이어지면서 벌써 아폴로 100호 탐사선이 달로 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아폴로 미션은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으로 시작된 미션이 아니었다. 아폴로 탐사선을 우주로 보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추진력의 근원은 “상대 국가(소련)보다 먼저 달에 가야만 한다”는 정치적 당위성과 조급함이었다. 물론 그런 정치적 슬로건 덕분에 인류는 50년도 더 전에 벌써 달에 다녀올 수 있었다. 소련보다 빨리 가야 한다는 프로파간다가 아니었다면, 사람을 달에 보내는 쓸데없어 보이는 ‘돈 낭비’에 과연 미국 시민들이 응원할 수 있었을까? “국뽕” “상대 국가와의 체제 경쟁” 등 정치적이고 대립적인 배경 없이 순수한 우주를 향한 꿈과 호기심만으로는 우주로 갈 수 없는 존재인 건 아닐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난 지난 누리호의 성공적인 시험 발사를 다룬 많은 언론과 시민 사회의 반응을 보며 씁쓸한 염려가 앞섰다. 여전히 우리는 로켓에 그려진 태극기를 보며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그 육중한 로켓이 어떤 원리로 속도를 낼 수 있는지, 우주로 올라간 우리의 탐사선이 최종 목적지로 두게 될 천체는 어떤 곳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또 어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해내고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얼마나 바뀌게 될지… 이러한 과학적 호기심은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로켓 개발과 우주 탐사는 북한이 못한 걸 먼저 했다고 해서 더 대단해지는 것도 아니고, 일본과 미국이 성공한 걸 뒤늦게 시도했다고 해서 별 볼일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의미 있는 천체를 탐사했고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고 뿌듯한 일이다. 그 발견을 통해 가까운 미래 인류의 존속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고 그렇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만일 국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대한민국의 우주 탐사를 바라보게 된다면, 이제야 우리도 우주 탐사에 뛰어들었다는 애국주의에만 매몰되어 추가 탐사의 필요성, 추가 우주 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과학이 아닌 정치를 목적으로 두고 달에 갔던 아폴로 미션이 쭉 이어지지 못하고 금방 맥이 끊겨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론과 시민들이 단순히 로켓의 외벽에 그려진 태극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로켓에 실린 탐사선의 과학적인 목적에 함께 주목한다면 뒤이어 더 많은 탐사선들을 우주로 올릴 충분한 공감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지난 누리호의 1차 시험 발사를 마치 수십년간 밀려있던 숙제를 드디어 끝낸 순간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이제서야 잔뜩 밀려있는 숙제의 첫 페이지를 연 순간이라고 봐야한다.

   단순히 국가주의와 “국뽕”에만 의지해 우주 개발의 당위성을 강요하는 모습이 아닌, 우주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 그 자체로 평가하고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우주 시대가 다가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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