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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산책] 위장환경주의가 낳은 기업들의 눈속임
녹색으로 이미지를 세탁한다
[218호] 2021년 11월 08일 (월) 안세민 번역가
   
  △ 사진출처 : Pixabay  

   우리가 지구온난화와 환경 문제를 걱정하면서, 쓰레기와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들의 책임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대내적으로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때가 많다. 이처럼 온갖 홍보 수단을 동원하여 실제와는 다르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행위를 그린워싱(Greenwashing) 또는 위장환경주의라 일컫는다.

   그린워싱이라는 표현은 1986년에 미국 뉴욕의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Jay Westervelt)가 피지섬을 방문했을 때 어느 호텔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고객들에게 타월을 재사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행위를 접하고는 이를 비판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 글에서 제이 웨스트벨트는 이 호텔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일은 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에게 환경 보호를 생각하는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이런 쓸데없는 이벤트를 벌인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녹색으로 이미지를 세탁했다’는 뜻으로 그린워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후로 이 단어는 2007년 12월에 캐나다의 친환경컨설팅기업인 테라초이스(Terra Choice)가 출판한 보고서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여섯 가지 죄악들(The Six Sins of Greenwashing)>이라는 제목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테라초이스는 이 보고서에서 그린워싱을 ‘기업의 환경 보호를 위한 관행이나 제품 또는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하여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2007년에는 6가지 죄악을 그리고 2010년에는 7가지 최악을 제시했다. 이후로 다음에 나오는 7가지 죄악이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

   ① 상충효과 감추기(Hidden Trade-Off): 환경친화적인 몇 가지 속성만을 강조하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속성은 감추는 행위
   ② 증거를 제시하지 않기(No Proof): 라벨 또는 제품 웹사이트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서, 환경친화적이라고 선전하는 행위
   ③ 모호한 주장(Vagueness): 광범위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행위
   ④ 관련성 없는 주장(Irrelevance): 내용물은 친환경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재활용 용기에 담아서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환경친화적인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행위
   ⑤ 두 가지 악 중 덜 악한 것(Lesser of Two Evils): 특정한 범주에 있는 제품들이 전체적으로 환경친화적이지 않을 때, 그 범주에 있는 다른 제품보다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하는 행위
   ⑥ 거짓말(Fibbing): 사실이 아닌 걸 광고하는 행위
   ⑦ 허위 라벨 부착(Worshiping False Labels): 공인되지 않은 인증 라벨을 사용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제삼자 검증 또는 인증을 마친 제품인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

   그린워싱의 사례는 상당히 많은데, 특히 코카콜라가 자주 거론된다. 이 회사는 2019년에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25% 함유한 페트병을 사용한다고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모든 코카콜라 페트병의 절반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제조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페트병이 한정판 홍보물 300개에만 적용되었고, 2008년에도 2015년까지 용기의 25%를 그렇게 만들겠다고 큰소리쳐 놓고는 10%에도 못 미쳤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린워싱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알루미늄 캡슐에 담긴 다양한 맛의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이 회사는 네스프레소 커피 한 잔으로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네스프레소 캡슐을 긍정의 컵이라고 불렀다. 네슬레는 캡슐 회수율을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주장하지만, 재활용 백에 캡슐을 담아서 수거하는 것은 온전히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쓰레기통이 아니라 재활용 백으로 들어가는 캡슐이 몇 개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네슬레가 재활용 알루미늄 캡슐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역시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네슬레는 알루미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과정은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라는 광석에서 얻는데, 이것을 채굴하려면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기니, 인도네시아의 거대 열대림을 파헤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9월 28일에 스타벅스가 스타벅스 창립 50주년 및 세계 커피의 날을 맞이하여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사용 절감이라는 친환경 메시지를 전하기 위하여 음료를 주문한 고객에게 다회용 컵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날 하루만 제공하는 한정판 다회용 컵을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줄을 섰다. 주문한 커피를 받는 데에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주문 앱에 몰려들어 접속이 지연되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친환경 메시지는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다회용 컵의 재질은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으로 일회용 포장재와 배달 용기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었다. 다회용 컵 자체는 20여 회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텀블러와 같은 용기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어 진정한 다회용 컵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또한 한정판 리유저블컵을 모으기 위해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오히려 플라스틱 소비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영국의 유명 밀키트 배달업체 구스토(Gousto)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이른바 에코 칠 박스(Eco Chill Box) 포장재를 사용한다고 선전했다가 규제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구스토는 조리에 필요한 식자재와 소스 등을 용기에 담아서 배송하는 업체인데,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위하여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다는 에코 칠 박스 포장재 옵션을 제공했다. 하지만 오늘날 배송업계에서 사용하는 포장재의 구성 물질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100%라는 숫자는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가 없는 목표다. 따라서 규제 당국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광고를 하는 행위가 소비자와 지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구스토의 광고에서 100%라는 표현을 삭제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 밖에도 열섬 현상을 심화시키면서도 지구가 더 시원해진다고 홍보하는 세계적인 에어컨 제조업체도 있고, 대안에너지 개발 비용을 삭감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기업도 있다.

   한편으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세계적으로 부상하면서, 금융권에서 녹색 채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내용과는 다르게, 그 효과를 과장하거나 아예 거짓으로 기업 이미지를 위장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전력공사가 2020년에 5억 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지만, 같은 기간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렇듯이, 대기업들은 그린워싱이라는 당혹스러운 방식으로 환경친화적인 이미지의 한 컷을 장식한다. 자신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데도, 자신이야말로 이러한 파괴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을 위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이러한 그린워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관련 정보와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을 숙지해야 하고, 제품의 성분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또한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기 보다는 과장된 표현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2013년 6월에 환경부가 그린워싱 제품의 유형/사례/판단 기준 등을 자세히 수록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이 그린워싱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향후에도 정부와 소비자는 그린워싱 제품을 감시하고 추방하기 위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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