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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칼럼] ON과 OFF 사이
[217호] 2021년 09월 13일 (월) 김서화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 사진출처 : Pixabay

   관계를 면대면의 익숙함으로 배운 나로서는 비대면 수업이 다소 곤혹스럽다. off된 채 이름만 보이는 화면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요것 봐라! 라면서. 얼굴을 봐야 수업 리듬을 더 잘 찾을 수 있을 듯 싶어, 은근슬쩍 얼굴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에게 꽤나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화면을 켜라고 강요하지도, 그걸 포기하지도 못한 애매한 시도다. 어떤 이는 나의 ‘느슨함’에 경고를 주기도 하지만, 아직 나는 모두가 얼굴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저 소망으로만 남긴다. 여성학전공자로서 디지털 폭력과 유포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고, 화면의 on&off가 수업 참여도를 판단할 근거인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조는 학생, 스마트폰만 보는 학생, 금요일이라고 내내 엉덩이가 들썩이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눈앞에 있었지만 수업에 집중한 것은 아니다. 대학 강의실에서 만큼은 교실을 잠시 이탈하는 정도는 흔히 허용되었다.

   하지만 화면에서 잠시 사라지는 일은 더 눈에 띄고, 부담이다. 비대면 수업에서 참여와 집중도를 가늠하기는 더 어렵다. 몸 전체를 볼 수 없는 한계와 디지털 기술은 눈앞의 모습을 더 의심케 한다. 화면을 켜고 있지만 웃는 포인트가 미묘하게 어긋남을 발견하고 다른 것을 보는 구나 확신한 경우가 있다. 반대로 화면을 끈 학생에게 괘씸해서 질문을 던졌는데, 수업에 매우 열중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나의 의심을 철회한 적이 꽤 많다.

   어쩌면 수업 참여를 화면의 on&off로 치환하려는 욕심은 ‘얼굴’을 통해 인격을 상상하는 습관이 만든 불안함의 일부 같다. 면대면의 관계에서 얼굴이란 단지 신체 일부분이 아니다. 얼굴은 한 인격의 몸과 아우라를 포괄하는 물질성이자 직접성이기도 하다. 언택트 시대 우리가 그리워하는 무엇이 있다면 인간과 인간들의 부딪힘이 가져온 생생함일 것이다. 그 생생함 없이 작은 ‘화면’ 위에 말 그대로 ‘얼굴’만이 비추어졌을 때 우리는 타자를 상상해내기 어려워한다.

   좋은 것들도 많다. 시각에 의존한 추측과 편견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다. 외모, 나이, 젠더 등. 보는 순간 인지해버림으로써 벌어지는 무례함은 숱하다. 3cm도 안 되는 작은 화면도 무수한 정보를 실어 나르며 편견을 작동시킨다. 벽지와 전등만으로도 삶의 궁색함이 전해진다니 화면을 켜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어떤 시각정보도 없는 상황이 되면, 타자를 인격체로 불러올 자신의 역량을 되묻게 된다. 학생의 화면이 off일 때, 나는 내가 가르쳐야 하는 이를 상상해낼 도리가 없었다. 누구를 향해 무엇을 위한 지식과 사유의 신호들을 쏘아 올려야 할지 헤매는 중 같다. 벌써 두 해째 비대면 강의 속에서 알게 된 것은 타자를 상상하기 위해 굳이 시각적 정보들, ‘얼굴’을 필요로만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는 깨달음이다.

   쉽지는 않지만 생생함은 다른 방식으로도 얻을 수 있다. 얼굴 없이도 가능했던 몇몇 소통 경험은 교육자로서 내가 가진 편견이 생각보다 많음을 알게 했다. 그것들이야말로 학생을 상상하고, 신뢰하는데 장애물이었다. 이름을 보고 여학생이라 생각하며 질문을 던졌는데 남성적 목소리에 놀란 적도 흔하고, 자주 화면을 끄고 있어 불성실한 학생이라 생각했지만 학생이 보내온 진지하고 꼼꼼한 메모는 나의 섣부름을 질책했다. 서로를 알아갈 기회가 늘고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레 off는 on이 되기도 한다.

   본다는 것은 늘 양가적이다. 만남의 직접성과 물질성을 눈이 있는 얼굴로 표현해왔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보이는 것보다 보는 내가 중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 눈앞에는 있지만 동시에 없는, 학생 개개인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상상해내기 위해 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학생들도 그 공을 들일 때 배움이 가능하다.

   비대면 수업 이후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개별 피드백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지식 내용 자체에 대한 조언만을 의미하는 것 같지 않다. 서로 존중하지만 상처주지 않기 위해 모두가 적당히 불편하고 조금은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은 눈앞에 있건, 화면 뒤 알 수 없는 채로 있건 늘 나에게 곤혹스러워야 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그게 건강한 관계의, 또 교육의 토대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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